오래 머문 감정이 무던히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아침, 눈이 와 있었다.
정말 많이.
예전 같았으면
‘오늘도 무슨 시그널일까?’
‘무언가 올 타이밍 아닐까?’
잔뜩 긴장하고 마주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유튜브를 켰다.
거기서 내 마음을 헤아리는 문장을 받아 적었고
내 중심을 단단히 하는 명상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 먼저 온 사람들의 메시지를 읽었다.
그들의 고민과 루틴, 시작을 함께 감싸주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 사람의 포스팅을 보았다.
—어쩔 수 없다. 이것도 오랜 내 루틴이라 바로 끊는 건 나도 힘들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의미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거기에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말끝 하나, 문장의 결, 이모지 하나에
의미를 해석하고, 해체하던 내가
오늘은 무던하다.
그랬구나.. 조용히 바라본다.
감정이 스쳐도 내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그런 내 변화를 또 다시 바라본다.
이젠 더 이상
누군가의 감정이
내 하루의 온도를 정하지 않게 됐다.
이건 무심함이 아니라,
너라는 오랜 루틴이
너라는 깊은 감정이
조금은 건강한 거리를 두어
다시 나를 향해 돌아왔다는 증거다.
마시멜로우도,
사과도,
눈도,
메시지도
이젠 내 기분으로만 머물게 되었다.
감정은 그저 잠시 들렀다가 흘러가고
나는 그 감정이 움직이는걸
조용히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나의 사람을 먼저 만나고,
나의 글을 먼저 쓰고,
나의 하루를 먼저 다듬는다.
가볍게 지나칠 수 있게 된 하루를 보내며 나는 알았다.
이제부터는
그 누구도, 그 어떤 의미도,
그럼에도 나라는 존재를 통째로 흔들 수 없게 됐음을.
이토록 찬란하고 조용한
이별과 재회가 또 있을까.
사랑은 방향을 바꾸어
여전히 내 안에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