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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롱 Nov 10. 2021

저기요, 연대랑 연결은 다르거든요?

-N개의 연결은 연대가 된다!


맞다. 제목처럼 연대와 연결은 다르다. 내 생각은 그렇다. 워크보트를 타다보면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연대와 협력을 위한 워크보트에 함께하면서, 연대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연대…, 연대…, 연대….’ 워크보트 모임을 앞두고 연대 염불을 외는 나. 비정상인가요? 


두 번째 워크보트 글을 쓰며, 연대를 하나의 위대한 덩어리로 보던 시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연대의 구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멋들어진 말로 표현해 보자면, 연대를 해부학적 시선으로 한 번 바라봤달까? 과거의 경험과 최근의 경험이 겹쳐지며 연대와 연결의 다름보다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선생님, 연대가 너무 써요.....


쌉쌀하고 뾰족했던 연대의 첫 기억 ‘노동조합’


이전에 비영리재단법인에서 일했다. 비교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료가 많았다. 하지만 재단법인도 사람사는 세상에 있는 회사인지라 재수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우리’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있었다. 그러나 그 믿음이 와장창 깨지는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직원들의 전보가 결정됐다. 누군가는 못간다며 버티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전보를 받아들였고 몇몇은 기나긴 휴직에 돌입했다. 나 역시도 당사자라서 냉정하게 판단하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에잇, 노동조합 만들자! 직원 과반이상이 모였다. 


나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 싫다’, ‘필요엔 동의하지만 이런 이유로 만드는 건 아닌 거 같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등의 이유였다. 동의하지만 결성 전 최고결정권자와 논의해봐야 한다는 사람, 무임승차할 게 딱 보이는 사람, 지금 당장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사람 등 속도나 온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최소 사계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었지만 노조를 준비하며 정말 생각지 못한 모습들을 보기도 했다. 아이고 두야! 도대체가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노총에 서류만 보내면 되는 순간을 앞두고 노조는 결성되지 않았다. 


‘조직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왜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은 건진 모르겠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서로의 다름을 보듬고 인정하는 과정이 짧았던 거 같다. 여기서 발견한 연대 레시피의 두 번째 재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서로를 찬찬히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것.  


그리고 실패의 경험으로 얻은 부작용이 있었다는 걸 최근 알게 됐다. 바로 ‘어줍잖은 연결은 가짜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번의 경험으로 연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진짜가 나타났다?


뭐야...? 소소한 연결, 꽤나 괜찮은데?


최근 업무로 행정안전부가 진행하는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사업인 ‘커먼즈필드’를 알게 됐다. 공간을 매개로 해 지역의 시민들이 주가 되는 혁신을 실험하고 있다. 처음엔 ‘혁신’, ‘시민’, ‘소통’, ‘협력’ 등 익숙한 단어들로 구성 돼 있어 큰 기대는 없었다. 전주, 춘천, 제주를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공기업 또는 공무원을 꿈꾸던 청년은 우연한 기회로 장애인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의 불편함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왜 불만을 이야기하지 못하지?’라는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장애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하면서 매번 거절당하고, 시혜의 시선을 받다보면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잊게 된다는 걸 알았다. 

비장애 청년과 장애 청년들은 여행 가보기, 카페 운영해보기, 클럽 가보기,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 내보기 등을 프로젝트에서 진행했다. 그 결과 경험 중 하나였던 카페 운영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장애 청년의 가족, 전북노동복지센터, 전북행복한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크린월드, 덕진지역자활센터 등이 모여 해보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리젠 카페’를 운영중이다.


장애 청년들의 활동범위가 넓어지자, 지역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축제를 기획하거나 공공의 행사에서 장애 청년들의 불편함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이전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동이 좀 더 편할 수 있도록 장소의 경사를 염두에 두거나, 안내자 배치 인력 등을 고려했다. 


인터뷰를 진행했을 뿐이지만 나도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됐다. 가족과 함께 카페를 방문했는데, 계단 옆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있었다. 그런데 경사로 바로 앞에 카페 용품들이 마구 적재돼 있었다. 이전이라면 경사로가 있다는 걸 알지도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걸 보자마자 ‘저렇게 해놓으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뭣도 아니면서, 입구부터 시설까지 괜스레 꼼꼼히 둘러봤다. 이런 연결이 많아지면 어떨까? 어라, 그거 혹시 연대가 되는 거 아닐까? 


눈부신 연결의 기능, 나만 몰랐네ㅎㅎ


어라? 연결의 기능을 발견하다!


여기서 연결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됐다. 사실, 두 번째 글의 주제는 ‘연대와 연결은 다르다’였다. 연결을 연대로 둔갑시키는 몇몇의 사례를 보며 실망했다. 그래서 ‘연대인 척’ 하는 것의 도구로 쓰이는 연결을 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창작을 위한 고민과 몇 주의 경험이 더해져 처음과는 다른 생각이 만들어졌다. 바로 N개의 연결은 연대가 될 수 있다는 것. ‘연결은 연대의 초입이다’라는게 나의 결론이다. 


대단하다 나 자신! 참 쉬운 결론을 빙돌아 왔다. 하지만 덕분에 좀 더 긴 호흡으로 연대를 꿈꿔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사회적경제와 비영리 영역 전반에 청년의 문제를 다루는 행사들이 많아지고 우리판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논의하는 크고 작은 자리들이 더 자주 보이고 있다. 나 역시도 몇 주 전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반항아를 꿈꾸는 모임을 시작했다. 아직은 소소한 공부와 서로가 가진 생각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N개의 연결을 만드는 것! 지치지 않고 N개의 연결을 위해 달려야지.


하지만 연결과 연대가 다르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연결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과 사물을 서로 잇거나 현상과 현상이 관계를 맺게 함’이다. 연대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 또는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다. 각자의 사전적 의미엔 차이가 있다. 연대의 의미엔 연결이 있지만 연결 안에는 연대가 없다. ‘연결’이 ‘연대’와 다른 이유는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연대에는 연결 그 이상의 개념이 내포돼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연대를 부르짖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욱 연결을 연대로 착각하는 것은 별로다. 연결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연대가 더 위대하다는 건 아니다. 연결의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연결을 연대로 착각하면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여전히 많다. 연대를 미끼(?)로 사람을 모으고 아직 구성원 모두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일을 진행한다. 지금껏 발견한 연대의 레시피 재료는 1도 없다. 그래서 일단 ‘연대’라는 이름 아래 모이긴 했지만 개개인은 그 일의 필요성을 느끼거나 앞장서지 않는다. 자꾸만 ‘참여’와 ‘함께’가 있는 길거나 짧은 요청 같은 요구가 이어진다. 당연히 개인은 이 상황 자체가 이해되지 않고 참여 의지도 생기지 않는다. 나 자신의 무지와 마음을 콕콕 쑤시는 죄의식은 덤이다. 이렇게 연결을 연대로 착각해 발생하는 일련의 사태들로 연대와 협력의 본질과 의미에 질려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좀 별로다. (돌려줘, 훌륭한 워크보트 예비 선원들!)


외쳐! 연결은 연대의 초입! 입구는 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연결을 연대로 착각하지 말자. 단지 초입에 가까워졌을 뿐이다. 오히려 세계의 탐구를 앞두고 좀 더 도전적인 마음을 불러들여야 할 때다. 미래의 나와 현재의 몇몇에게, 우리의 연대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할 때 방심금지! 한 번 쯤은 우리가 어딘지 살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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