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를 통해 바라보는 테슬라의 미래
물론 테슬라가 전기차 회사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테슬라의 행보를 보았을 때, 전기차는 그저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표 지향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보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을 것이다.
테슬라의 차량 판매 대수에만 집착하는 여러 애널리스트 리포트들과는 다르게, 위 시리즈에서는 테슬라가 시행 중인 부수적이지만 절대 부수적이지 않은 비즈니스들을 하나하나 분석해보고, 독립적으로 보이는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전체를 조명하는지 알아보겠다.
도요타 생산방식 --> 테슬라 생산방식
자동차 섹터를 진득하게 공부하는 투자자들이나 애널리스트들은 도요타의 창업주 도요다 기이치로와 오노 다이이치(前 도요타 생산총괄)가 고안해낸 도요타 생산방식(TPS ; Toyota Production System)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도요타 생산방식이란 재고를 최소화 함으로써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고, 각 공정마다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을 통해 부품을 세밀하게 제조하는 공정을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대략 2~4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특성상 도요타가 추구하는 정밀한 생산 공정이 적합했기에, 도요타는 내연기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의 수가 적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에 내연기관에 어울리는 도요타 생산 방식은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테슬라 생산방식의 핵심은 기가 프레스(Giga Press, Giga Casting) 기술이다. 기가 프레스 기술이란 기존의 완성차 제조 방식인 부품에 필요한 금속 패널들을 용접하여 각각 연결하는 것이 아닌, 재료들을 하나의 큰 다이(Die, 틀)에 넣고 한 번에 찍어내는 제조 방식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자동차를 공장에서 장난감 자동차 찍어내듯이 생산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테슬라는 모델 Y를 베를린 기가 팩토리에서 기가 프레스 공법으로 생산했으며, 점차 모든 모델에 대해서 이 공법을 적용시킬 것이다.
기가 프레스 공정의 장점은 차량의 무게를 줄여주면서 연비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배터리로 인해 차량 무게가 증가하므로, 기가 프레스 공정을 통해 용접을 위해 필요한 볼트와 너트를 제거하면서 차량 부품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공정의 일체화와 부품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비용의 절감과 동시에 생산 속도의 가속화에 일조한다.
그럼 이렇게 효율적인 기가 프레스 공정을 다른 기업들은 왜 사용하지 않을까?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금속의 특성상 기가 프레스 공법으로 '균일성'을 유지하기 매우 어렵기에 생산의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닷컴 버블, 빅테크, 크립토, 메타버스, NFT 열풍을 보았듯이 주식시장은 항상 트렌드를 주도하는 섹터가 존재한다. 메타버스, NFT에 대한 회의감으로 활황기가 끝난 앞으로의 시장을 장악할 테마는 로봇이라고 생각한다.
로봇은 크립토와 NFT처럼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개념도 아니고, 한순간의 버블로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허상도 아니다.
현대 또한 로봇 제조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1조에 인수하였고, 여러 공룡기업들의 로봇에 대한 투자 현황을 보았을 때, 로봇 섹터가 유망하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2022년 8월 테슬라의 주주총회에서 일론 머스크는 9월 30일에 예정된 AI 데이에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AI 데이가 도래해야 옵티머스가 기가 팩토리에서 정확히 무엇을 할 예정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겠지만,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기가 팩토리에서 인간이 하기 힘든 일들을 대신 처리하며, 휴머노이드를 통해 완전한 자동화 팩토리의 구축이라는 일론의 목표에 훨씬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생활에서 인간의 궂은 일을 대신 처리해준다는 아직은 허황된 것 같은 주제는 다루지 않겠다.
차량 내부에서 조립을 하는 의장 공정은 그동안 인간의 영역이었다. 테슬라 또한 나머지 공정은 무인화를 사용하였지만 의장 공정만은 무인화를 이루지 못하고 인간을 투입시켰다. 의장 공정의 복잡함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4680 배터리 모듈에 시트를 외부로 분리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변모했다. 외부에서 내부로 도킹하여, 차체 내부에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 공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완전 자동화를 이루려는 시도이다.
옵티머스에 AGI(범용 인공지능)이 탑재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이는 AI 데이를 통해 확인해보면 될 것이다.
그동안 애널리스트들과 테슬라의 주주들은 테슬라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 리스크에 내 기준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로 2021년 4Q 실적 발표 때, 테슬라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SCM 이슈로 인해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한 것을 보고 상당히 의아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SCM 리스크는 꽤나 주가에 타격이 있음 직한 이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SCM 리스크는 해소 될 것 이다.
2022년 테슬라의 주주총회에 의하면 연말에 새로운 기가 팩토리가 오픈할 예정이고, 향후 12개의 기가 팩토리가 추가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공장 당 120~150만 대의 차량 생산이 목표이고, 실제로 프리몬트 공장, 베를린 공장 등 모든 팩토리의 생산 능력이 꾸준히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테슬라가 그동안 쭉 주장했던 연간 2,000만 대 생산이 곧 현실이 되는 것이 머지 않았다.
기가 프레스 용법으로 인한 공장 효율화와 외부에서 내부로 도킹하여 내부 공정의 무인화를 실현시킬 테슬라의 'Seat on Pack Module' 방식은 비용 절감과 생산 능력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