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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Dec 12. 2024

프롤로그_20대에도 부모가 필요하다

가난한 부모와 부자 부모의 차이를 읽은 적이 있다. 가난한 부모는 대학 입학까지 자녀를 케어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은 자녀가 스스로 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부자 부모는 대학 입학 이후에도 계속 자녀의 삶에 관여하고 적절한 조언과 가이드를 해준다. 취업 준비부터 직장 생활, 결혼까지 말이다.


내 형편은 일반적인 가난한 부모보다 못했다. 학창시절에도 적절한 가이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는 나르시시스트(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서,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이익에 맞춰 희생시키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어디서든 자기가 주목 받아야 직성에 풀리는 사람들이다. 그 상대가 설사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식의 필요를 채워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은 나르시시스트 부모를 빛내줄 수 있는 성취와 성공을 이뤄야만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집에서 듣는 것은 관심과 사랑이 아니라 비난과 공격이지만, 세상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아들, 딸이 되어야 집에서 숨쉴 수 있다.


이런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이들이 사회에 나가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 대신, 낮은 자존감과 트라우마를 가득 안고 사회에 나왔으니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사회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조언을 구할 곳도 의지할 곳도 없다.


많은 역기능 가족 생존자들은 내가 어떻게 모진 환경을 딛고, 이 자리까지 왔는지 신기해하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성공이나 부자되는 법을 이야기할만큼 대단한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100억 부자도 아니요, 강남 건물주도 아니고, 아이를 서울대에 입학시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게 없던 경력단절 여성이 방구석에서 유튜브를 시작해 4권의 책을 출간하고, 학군지에서 번듯하게 자녀를 키워내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궁금한 것 같다. 어쩌면 100억 부자나 강남 건물주처럼 사람들은 저멀리에 있는 목표와 꿈만 궁금한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만 뻗으면 나도 저정도는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분들을 위해 내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아무리 인생은 100세까지 산다고 말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결국 때가 있는 일들이 많았다. 아이가 10세가 되기 전까지 훈육을 끝내야하고,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뇌 발달을 골고루 시켜야하는 건 100세 시대건 50세 시대건 상관없었다. 우리의 몸은 성장하고 발달하다가 결국 퇴행되게 되어있다. 아직 내 몸의 감각이 살아있고, 무엇이든 흡수할 수 있는 10대외 20대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우리 애가 이번에 대학원 면접 보는데, 잠깐 통화해 줄 수 있을까?
우리 애가 이번에 너가 졸업한 학교에서 실기 시험을 보는데, 어디서 묵으면 좋을까? 맛집이나 가볼 만한 곳 있을까?


가끔 이런 연락을 받곤 한다. 20대 자녀들에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최선의 선택을 도와주려는 중년 부모들의 S.O.S.다.


이 이야기는 중요한 20대 때, 중요한 걸 가르쳐줄 부모가 없었던 내가 과거를 돌아보는 기록이자, 비슷한 상황에 놓인 20대, 30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덜 겪길 바라는 마음으로...



#앤아직도나는네가필요해 에서 내면아이 치유 과정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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