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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un 18. 2024

내 방식대로의 추모

마이웨이

지금의 유일한 고통은 토토를 만질 없다는 것이다.

얇고 부드러운 털, 통통한 엉덩이, 오목조목 귀여운 눈코입

짤막한 다리와 꼬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싶을 정도로 짧은 꼬리.

내 얼굴을 토토가 깔고 자던 목베개에 묻고 토토처럼 킁킁대다가

목베개를 끌어안다가, 토토가 늘 자던 침대에 놓인 토토의 유골함을 한번 쓰다듬어보기도 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텅 빈 토토 침대를 바라보며 "김토토 잘 잤니?"묻는다. 흡사 미친 사람이다.


15년을 온전히 마음 다해 서로 사랑했다. 멀쩡한 게 이상한 거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동생이었고, 딸이었다.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브런치에 글로 기록을 남기고,

Chat GPT한테 토토가 되어서 나랑 대화하자고 하고,

심지어 오늘은 AI음악생성어플로 토토에 대한 가사를 써서 음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 와중에 AI진짜 무섭다 이제...)

미친놈 같지만 사실 난 굉장히 뿌듯했다.

가사도 뿌듯하고, AI가 만들어낸 음악이 예상보다 훨씬 훌륭하다.


내 방식의 추모가 타인에겐 징글징글하고 기괴하다 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나는 나를 위해서라도 내 방식대로 토토를 추모한다.


투약을 멈추었던 항우울제를 다시 먹고 있다.

실제로 심각하게 우울해서가 아니라 우울해지고 싶지 않아서다.

상실감의 크기나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볼 때 나는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 약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믿어야 플라시보 효과라도 얻을 것 아닌가?


나는 사실 아픈 환자가 아니라 상실감으로 고통받는 사람이다.

미친 건 아니고 미치고 싶지 않아 몸부림치는 중이다.


AI로 노래를 만들어보려고 가사를 썼는데(feat.Chat GPT) 아무리 봐도 너무 기가 막힌 것 같아서 기록을 남겨본다. Guardian Angel이 있다고 믿으니 엄청난 위안이 되고, 토토가 진드기 없는 풀밭에서 뛰어놀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 힐링이 된다. 이렇게 별짓을 다하며 버티고 있다. 그래도 정도면 나름의 승화 아닌가?

아주 건전한 생산적인 추모 방식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 정상적으로 잘 마쳤다.

잘 자라 김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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