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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그프리트 Apr 03. 2024

삼국지 이야기2

복선 1: 수경선생

삼국지를 읽다보면 복선이 꽤 많이 나온다. 아마도 나관중이 등장인물을 멍청한사람과 현명한사람 그리고 비겁한사람과 용감한사람 등의 방식으로 나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복선 중 몇가지 눈의 띄는 장면들이 있다. 그걸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유비의 공명을 향한 구애를 뜻하는 삼고초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다. 그런데 공명을 유비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은 누구일까? 수경선생인 사마휘이다.

처음에 유비는 수경선생에게 자신의 책사가 되어달라고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공명을 추천받는다. 수경선생은 '복룡과 봉추 둘 중 하나만 곁에 두어도 천하를 가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복룡은 제갈량이고 봉추는 방통이다. 결국엔 둘 다 유비의 사람이 된다.

여기서 삼국지 최고의 복선이라고 할 만한 수경선생의 혼잣말이 나온다.

그는 유비에게 공명을 천거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복룡이 주인은 얻었지만 때는 얻지 못하였구나'

처음에 읽었을 때는 삼고초려에 집중하느라 이런말을 했는지조차 몰랐다. 여러번 읽으면서 이 말이 눈에 들어왔고 삼국지 최대의 복선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들 알다시피 유비는 천하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삼국지의 '때'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때'일까? 아니면 그가 원하는 목표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지는 '때'일까?


아마도 삼국지에서는 '상황 또는 환경'을 뜻하는 듯하다. 공명은 죽을때까지 거의 고립무원이었다. 위촉오 삼국 중 가장 국력이 약했던 촉나라 소속이었다. 인구가 적다보니 인재도 적었다.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백만대군을 잃었지만 금방 회복했다. 하지만 촉나라는 관우로 인해 영토의 거의 반절(형주)을 잃었다. 또한 명분없는 유비의 이릉대전으로 인해 거의 회복불가의 피해를 입었다.

요즘 말로 하면 소년가장이었다.

그런데 수경선생이 아는 상황을 공명은 알지 못했을까? 아마도 알았을 것이다.

공명의 선택지는 촉나라밖에 없었다. 아마도 공명이 위나라 또는 오나라에 갔으면 지금의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 공명의 세상으로의 나섬은 '소명의식'이었다.

여기까지 나름대로의 해석이 미치자 다음과 같은 생각이 줄을 이었다.

누구도 자신의 '때'를 알지 못한다. 다 지나고 나서야 안다. 그때 그랬어야 했다! 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주위의 존경스러운 사람들을 보니 '때'가 아니어서 어차피 부서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서는 '때'가 있었다.

이길 상황을 만들어놓고 싸웠다는 이순신장군도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운이 좋아서 이겼던 것뿐이다. 어떤 이는 이들을 바보라고 한다. 반면에 상황에 맞게 나서는 사람을 현명하다고도 하고 약삭빠르다고도 한다. 살다보면 전자의 선택을 하기 힘들어진다. 잘 피해가려는 마음과 성공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자면 수경선생이 말한 '때'와 의미는 다르지만, 삼국지를 읽으면서 느낀 수경선생의 '때'는 그'때'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이기는 '때'이든 계란으로 바위치는 '때'이든 말이다. 성공이든 실패이든 상관하지 않는 '때'이다.

열정이 가득할 때 이런 선택을 한다. 하지만 열정이 가득하고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자신이 그런 상태인 줄 모른다. 그때 내가 어떻게 그걸 해냈지? 라면서...

결국 인생은 '때'를 놓치지않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것이 아니라 '때'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공명처럼 말이다.


삼국지를 처음 읽으면 삼고초려가 눈에 보인다!

삼국지를 두 번 읽으면 수경선생이 눈에 보인다!

삼국지를 세 번 읽으면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고민한다!

삼국지를 네 번 읽으면 '때'가 아니더라도 그 길을 선택했던 공명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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