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한 발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오를수록 바닥으로부터 멀어지고
디뎌온 흔적들도 점점 사라졌다
꼭대기가 가까워지는 게 보였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마다 달려 나간 마음이 공중에 내처 매달렸다
사다리가 굽어보며 말했다
만일 오르려 한다면
그 순간의 발끝에 집중해야 해
날아오르려 푸드덕거리는 마음이 조용해지길 기다린 뒤
한 걸음 한 걸음 쌓이는 순간들을 옮겨나가는 거야
그러므로 오른다는 건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이 순간을 후회 없이 딛고
지나는 거지
후회 없는 순간들 위에 스스로 빛나는
너를 만나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