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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트리 Jan 04. 2024

하쿠가 떠났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인사,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식사, 

평소와 다름없는 눈맞춤. 

닫히는 문틈으로 비집어 나오는 솜방망이를 밀어 넣고 

나섰던 날     


돌아와서는 녹초가 된 채 소파에 파묻혔다

여느 때처럼 잠들어 있는 뒷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잘 놀고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놀아 달라 보채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겼다

부디 깨지 말고 조금만 더 잠들어 있으라고      


어둑어둑해진 뒤에야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간식 시간이 되었지만 하쿠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불러도 꼼짝하지 

않았다     


엄마를 기다리던 눈빛 그대로 

엄마 마중하려고 눈 동그랗게 뜬 채


하쿠가 떠났다 말 한 마디 없이

납득할 수 없으니 납득하려 해선 안 된다는 걸 마음으로 이해하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하쿠와 매일 낯설게 이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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