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하였다.
영원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계산성당
봄바람이 살랑이며, 너의 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벚꽃의 달금한 내음새가 순간 흩어지는데, 나는 아찔하여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사라지고 오랜 세월을 지닌 성당이 나타났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
계산성당은 오랜 역사와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건축물이다. 이곳은 믿음과 예술이 만나는 곳으로, 안식과 영감을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추억이 존재한다. 스무 살 때부터 힘든 일이 생기면 이곳을 찾아왔다. 종교를 믿지 않지만, 이 성당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산성당이 주는 아름다움은 스테인드글라스로 발현된다.
성당 정면에 있는 원형의 장미창부터 성당 옆면으로 한국 순교자들과 12사도가 새겨져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이 안에는 신성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오랜만에 방문한 계산성당은 봄비에 젖어있었다. 비 오는 날에 방문한 계산성당은 조금 이채로웠는데, 흐린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덜한 햇빛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좀 더 성스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성모상은 본연의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른 성당을 많이 방문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성모상 중에서 가장 성스럽고 인자하며 신비로운 모습을 지닌 상이었다. 계산성당 제대 뒤에는 성모상을 중심으로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예수성심, 성모 마리아, 성 요섭이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성당이 지어질 당시 프랑스에서 제작된 것이라 한다.
계산성당은 서울과 평양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건립된 성당이다. 1898년 한옥으로 건설되었다가 화재로 인하여 전소된 뒤, 1902년에 새롭게 고딕 양식으로 재건되었다. 오색빛깔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도 건물과 함께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왔다. 하지만 본연의 아름다움은 변함없이 우리 곁에서 빛나고 있다.
이 아름다움은 과연 영원한가?
언제까지 빛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신을 믿는다면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까?
정말로 신은 존재하는가?
내적 의구심을 뒤로하고 성당을 나왔을 때, 그녀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어디에 갔었는지 물었지만,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비밀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때마침 12시가 되었는지 타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마음속으로 기도하였다.
내 앞에 있는 여인의 아름다움과 소녀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계산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영원하기를...
나는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