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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고 싶다.

이 상황을....

by zejebell

직장생활만으로도 충분히 인간관계에 있어 지치고 힘들어 진짜 집에서 만큼은, 특히 가족들 안에서 만큼은 마음 놓고 풀어지고 싶은 기분이 됩니다. 제발 여기저기에서 치이느라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잠시라도 쉬게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는데 그놈의 역할을 다하라는 목소리는 집 안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혼자 생활할 때에도 직장생활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집에 와서는 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은 쉴 수 있었던 것이란 사실이 현재와 극명하게 비교됩니다. 그때는 외로움이 사회생활의 어려움만큼 힘든 부분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반대로 느껴집니다. 외로움 따윈 얼마든지 극복가능해 보입니다.


사람은 왜 그렇게 역할과 이름과 의무를 서로에게 지우며 살아가는 걸까요? 이번 주는 가족이란 이름의 (그렇게 가까운 가족 아닌 가족 또는 가까운 친척) 횡포에 휘둘리느라 마음과 기분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그 가족이란 어른으로 인해 배우자와의 관계도 어색해져 버린 부분이 생겼고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 내내 온 가족이 독감에 걸려 몸이 더욱 힘들고 아팠는데 배려 없는, 혹은 예의 없는 그 어떤 가족으로 인해 마음과 기분을 망쳐버렸습니다.


갑자기 자기의 스케줄대로 연락하고 이쪽의 사정은 생각하지도 않는지 마음대로 약속을 잡고 바쁜 시간 쪼개어 억지로 약속에 응하니 또 원하는 대로 행동해 주지 않음에 화내고 짜증 내고 예의 없는 사람 취급을 해버려 도대체 분하고 견딜 수가 없는 기분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방적으로 화내고 자신이 이만큼 상처받았으니 너희가 알아서 내 기분을 풀어주거나 잘못했다고 빌라는 뉘앙스의 말과 행동을 강요받는 이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되니 해결하고픈 생각보다는 그냥 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로 이루어지는 관계는, 그것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한쪽에는 더 한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가족관계일지라도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더 이상 예의 없는(오직 그들만이 예의 있는) 사람취급받는 것은 그만두고 싶습니다. 당장의 해결은 아닐지라도 이 상황을 한 순간이라도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들의 비난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처럼 내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모든 가족들 중에 저만의 생각일 뿐입니다. 다른 가족은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앞에서 나를 비난하더라도 웃으면서 응대할 수 있는 크고 담대한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냐는 말에 흔들리지 않고 싶습니다.


그들이 나를 인정하고 이해해 주리라는 기대를 이제는 놓아버릴 때가 된 것입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원치 않는 노력을 하는 것 역시 그만둘 때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연락을 먼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연락이 오더라도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한해서 허락하려고 합니다. 아닌 것에 대해서 좀 더 단호하게 대처하려고 합니다. 가족에게는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기준을 적용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 보니 결국 다 같은 인간관계인데 안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속 저 한 귀퉁이에는 죄책감이 자꾸 고개를 들지만 일단 우선은 내가 힘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인간관계란 예외 없이 비슷하고 예외를 두는 순간 힘들어지게 됩니다. 나에게 해로운 사람이 결코 무고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관계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사람들은 정작 그 관계가 끊어지게 되면 비로소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바로 자신들 뿐이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독감으로 아파서 끙끙거리는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아픈 제 몸뚱이는 여전히 뒷전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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