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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Jul 08. 2024

화가 크리스티나 코엘료가 그림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비법

-마음을 땅속에 묻으면 어떤 색으로 빛날까?

[대문사진] 화가 크리스티나 코엘료와 그림 <푸른 장미>, <연금술사> <알레프>로 유명한 작가 파올로 코엘료의 아내



<감동 가득한 사람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몇 해 전,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작가 파울로 코엘료 취재차 파리에 온 방송기자들, 지인들과 동행해 스위스 제네바에 갔었다. 브라질 인으로 현재 제네바에 살고 있는 작가 부부는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뒤, 두 시간 가까이 환담을 나눴다.


방송 인터뷰에 앞서  출간된 책을 들고 있는 <연금술사>, <알레프>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 부부와 함께.


코엘료는 집안 곳곳을 안내하고 나서 취재 기자 및 출판사 담당자와 함께 작품에 대해 인터뷰를 했고, 화가인 부인 크리스티나는 나와 집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린 작품과 브라질의 토속신앙과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활달한 성격의 남편과는 달리 조용한 성격의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가가 아내로부터 소중한 영감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스위스 쥬네브 근교 한적한 아파트에서 집필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코엘료는 처음 집안을 소개할 때, 집안에 걸려있는 아내 그림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림 소재는 물론 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지에 대해서도 화가만큼이나 자세히 알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크리스티나가 그린 그림들은 색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일반적인 유화의 느낌과는 판이하게 다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빛의 정체는 무엇일까? 질문한 뒤에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린 뒤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속 땅 깊은 곳에 그림을 정성스레 묻는다고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땅속에서 그림을 파내면 물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빛이 배이게 되어 비록 본인이 그린 그림이지만 우주와 자연의 기운을 받아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 했다.


그런 행위는 그림에 새로운 혼을 불어넣어 주려는 예술의 한 과정이라 했다. 그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며, 그림을 묻고 나면 그날부터 그림을 꺼내는 순간까지 좋은 그림이 재 탄생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묻은 그림을 생각한다고 했다.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술가에게 작품이란 자신의 분신인 동시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며 생명력을 갖게 하려는 것은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여러 작품 중에 특히 프랑스 남불 피레네 산맥 인근 루르드에서 묻었다가 몇 년 후에 꺼냈다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땅속에서 갖가지 광물질과 어우러져 독특한 빛을 내는 그림엔 푸른빛이 어리는 장미가 도드라져 보였다. <푸른 장미>라는 이 그림은 코엘료의 신간 <알레프>에도 소개되었고 화가 자신이 무척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라며 미소 지었다.


화가 크리스티나 코엘료와 피레네 산맥 깊은 땅 속에서 신비롭게 피어난 작품 <푸른 장미>


그녀 작품을 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릴 적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면 새로운 다짐이나 생각을 쓰곤 했다. 종이에다 내가 원하는 일들과 내 미래의 모습을 적어서 아무도 몰래 꽃밭에 묻어두었다.


왠지 땅속 깊이 소원을 묻으면 그것이 이뤄질 것 같은 순수한 마음에서였다. 추운 겨울날 종이를 파묻고 나면 세상에 나만이 아는 비밀이 있는 듯, 마치 우주와 하나가 된 것처럼 가슴 뿌듯한 희열을 느꼈다.


그때 해마다 소원을 적어 묻어두었던 종이들은 크리스티나의 작품과는 달리 이미 흙이 되었겠지만, 마음을 모으는 행위가 나를 잘 성장시켜주는 힘이 된 것은 분명한 일이다. 무언가를 기원하며 정성을 다 하는 마음이 있는 한 힘든 순간들이 다 해도 절망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코엘료 집을 나오다 하늘을 바라보며 <연금술사>에서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한 말을 되뇌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원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원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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