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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업 Mar 03. 2024

진심으로 임했을 때 얻는 것

디지털 과정이 개강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었던 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6개월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 9-6로 진행되는 직장인 루틴, 그리고 다양한 나이대와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점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이 과정 자체에 크게 욕심 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도, 프로젝트의 결과가 좋을 필요도 없었다.

어떤 일이 발생하든 그게 내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그런데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한 가지

그것은 프로젝트의 주제였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무렵

강사님께서 프로젝트에 대한 몇 가지 예시를 보여줬다.

그런데 낯익은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텍스트마이닝"


내가 한국은행을 준비하고 있을 때, 분명 보고서에서 본 적이 있었다.

기준금리 관련 기사에 나오는 단어들을 모두 추출해, 실제로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의 방향과 어떤 상관성을 보이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보통은 물가상승률, 가계부채,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와 같은 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마련인데, 텍스트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도 기준금리와 유의미한 상관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아직까지 정착된 분석기법은 아니지만, 분명 미래지향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 프로젝트를 경험해 볼 수 있다고?

내가 이 주제를 놓칠 수 없었던 이유다.

한국은행은 포기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관심 갖고 있던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 과정에 최대한 미온적인 자세로 임하겠다는 결심은 온데간데없었다.

나 혼자서는 물론이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팀원들과 밤늦게까지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프로젝트가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프로젝트의 결과를 PPT에 정리하면서 느꼈다.

내가 얻고자 했던 경험이라는 것은 내가 진심으로 임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임했기 때문에 좋은 점도 느끼고 아쉬운 점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을



그 후로 모든 프로젝트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주제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때부터 정해진 교육시간은 무의미했다.

순수하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의견 충돌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감정적인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리곤 언제 다퉜냐는 듯 우리는 다시 의견을 조율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항상 느끼지만 갈등이 한창일 그 당시에는 서로의 다른 입장을 이해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 또한 많은 고민 끝에 얻은 자기만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설득시키려고 애쓰다 보니, 결국엔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한다.


그런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 보면 다르다.

그 당시에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던 상대방의 입장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느낀다.

오히려 갈등까지 불사할 정도로 프로젝트에 진심으로 임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이러한 감사함을 갈등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에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갈등에 성숙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 또한 항상 명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디지털 과정이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고 난 후에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만큼 프로젝트에 진심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팀원들과 수많은 의견 충돌도 많았다.

역시 진심은 항상 고통을 수반하나 보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임했기 때문에 얻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각각의 상황마다 나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이 과정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 외에 예상치 못하게 얻게 된 큰 수확이었다.


이렇게 나에게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을 무렵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면접 기회를 얻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간의 변화 덕분인지 왠지 모를 자신감도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합격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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