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치리치 Nov 05. 2021

결혼이 사랑만으로 하는 걸까?

    30대 중반의 시간을 보내면서 단 한 번도 결혼에 대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나도 결혼이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요즘 친구의 결혼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쓰다 보니 뒤편에 미뤄 놓았던 나의 사랑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내가 만약에 그 사람과 결혼을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 의식을 파고든다.               

  

    나는 28살에 부모님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며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어린 나이가 아니었고 충분히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하지만 집안에 반대가 있었고 결혼을 하지 못했다. 사연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타령 하던 그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때 당시 나는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했다. 사랑하는데 왜 결혼 못하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 나는 종교가 다르다는 것에 심각성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결혼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머니께서는 “너는 엄마 아빠 체면은 상관없는 거야?” 라는 말을 하셨고, 그때에 나는 ‘결혼은 여자 남자의 결합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결합’ 이라는 말에 발목이 잡혔다.        


   본인의 아니고 듣는 입장에서는, 진짜 사랑하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이러면서 결혼 왜 못하냐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들어본 이야기 중에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커플이 많은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잘 생각해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 극적인 요소로 집안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을 이루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극적인 상황을  해소하고 결혼을 하는 과정이 주제인 영화나 드라마에는 결혼을 이루는 과정만 있을 뿐 그 이후에 이야기를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실 결혼 이후의 이야기가 진짜인데 말이다.           

   

   나는 그 이후의 일들이 자신이 없어서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내지 못했다. 어쩌면 사랑이 부족해서 혹은 자립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인생이란 것이 일이 년 살고 말 것도 아니고 평생을 놓고 봤을 때 부모님을 버리고 남자를 선택하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결혼 생각을 접은 이유는 결혼이 둘만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께 '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결혼하고 싶어.' 라며 말을 했을 때 돌아오는 말이 '뭐하는 사람인데?'라는 말이었다.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딸이 고생 할 것 같고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온 말이다. 결혼은 마음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결혼은 조건을 맞추며 그 조건이 맞았을 때 이루어지는 결과였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결혼하고 싶음을 말했을 때 엄마는 결혼은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랑이 변하고 어쩌면 사랑을 하는 사람이 웬수가 될 수도 있다는 함축적인 의미를 숨긴 말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30년 이상 가정을 꾸리며 살아온 엄마의,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 나에게 많은 질문을 만들었다. 결혼에 딸려온 그 시간을 버티게 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면 과연 엄마는 무엇으로 그 시간을 버틴 것일까? 이번에 주제를 잡고 글을 적어가면서 결혼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고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었다. 애석하게도 정말 사랑해서 산다는 친구는 한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 친구들이 결혼한 지 십 년 이상이 된 것도 아니었다. 길어봤자 7년 짧으면 2년 근데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사랑만으로 산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온전한 사랑으로만 살 수 없는 것이 결혼이었다. 안정감과 책임이라는 말이 사랑에 덧부쳐졌다.          

  

    결혼얘기를 시작하니 옛날 나의 사랑이야기 엄마의 결혼이야기 그리고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 단편적인 결혼의 과정까지 나오게 되었다. 어릴 때는 사귀기만 하면 결혼을 꿈꾸고 미래를 그리며 사랑하나에 의지하고 결혼이라는 생각까지 거칠것이 없었는데 나이가 먹어 갈수록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결혼을 생각하고 결정할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근데 이렇게 생각하면 현실이 너무 상막하니까 모두가 알지만 모른척하고 사랑하면 결혼하기로 맘먹어보자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사회생활은 놀이터에서 이뤄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