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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치리치 Nov 09. 2021

결혼 좋은 거 맞지?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궁금할 땐 경험을 해본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그래서 결혼을 한 사람들에게 ‘결혼 왜 했어?’ 라고 물어봤다.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지만 답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안 하는 것 보다 했을 때 좋은 게 더 많아서’ 였다.

 

   하지만 결혼한 친구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혼 후에걱정이 종류도 많고 주제도 다양하다. 그리고 그런 걱정들쉽게 해결이 되는 일들도 아니다.               

  

    걱정하는 주제 중에는 마음이 아프고 슬퍼지는 내용이 있는데 그건 아이가 생기지 않는 친구의 걱정이다. 이제 겨우 결혼 2년차인데 불임을 걱정한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는 친구의 남편이 원망스럽다. 친구는 본인의 성격을 받아 주는 남자가 어디 그리 있겠냐 하면서 착한 남편을 옹호하지만 친구의 남편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                         


    친구는 지금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친구의 남편은 신혼을 즐기고 싶다고 말한다.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신다.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서 나는 그 사람이 너무 맘에 들지 않는다. 난 오늘 날을 잡았다. 아주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친구에게 말하면 친구가 속상할 수도 있고 남편 욕한다고 화낼 수도 있으니 오늘은 나의 글로 친구의 남편을 살짝 씹어보겠다.           

    

 

    내 남편도 아니고 친구의 남편이니 내가 처음부터 싫어 할 일은 없었다. 친구가 처음 결혼한다는 말을 했을 때 난 너무 잘됐다고 말했다. 친구는 늘 결혼을 꿈꾸었고 아이에 대한 로망도 자주 이야기 했었다. 그런 친구의 꿈을 이뤄주는 상대가 나타났다니 축하할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결혼준비를 하다보면 불만사항이 생긴다. 그래서 친구의 푸념을 자주 들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그 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친구의 결혼이니 내가 맘에 들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기에는 비밀이 너무 많은 남자였다. 결혼 전에도 사진첩에 비밀번호를 걸어놨다고 해서 욕을 욕을 했는데 2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사진첩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 친구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남편 되는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혼집도 친구가 마련했다.

   나는 내 친구가 너무 아깝다. 결혼하지 말라고도 했었다. 네가 뭔데 라고 따지시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친구가 아까웠다. 그리고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결혼을 약속한 상대가 애정표현을 하면 그걸 받아주고 책임을 다해야지 친구에게 ‘자기 변태야?’ 라고 말을 했다는데 이건 무슨 멍멍 소리 인가? 아무리 타이밍이 맞지 않았어도 변태라고 말하면 애정을 표현한 상대가 얼마나 머쓱하겠는가?


    그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결혼까지 한거냐, 진짜 이해를 못하겠다. 결혼이 그런 거라고 하더라 한쪽이 눈이 뒤집혀서 정신없이 하게 되는 그런 거 뭐 내가 이해를 하고 안하고는 상관없겠지만 속상함에 친구의 남편이 싫은 이유를 적어 보았다.

                               

    내 인생 아니니 친구가 괜찮다면 괜찮은거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조영술을 받고 너무 아팠다는 이야기를 듣자니 친구가 안쓰러웠다. 쉽사리 끝나는 일이 하나 없다. 친구는 직업적 자부심도 있고 경력도 놓기 싫어하는데 그럼에도 엄마가 되고 싶다는 내 친구는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다. 근데 그 구만리를 가보겠다는데 남편이 손잡아서 독려해주지는 못할망정 나는 안 갈란다, 너 혼자 가라 이러고 있으니 그 얘기를 듣는 나는 한숨이 난다.


    난임센터에 다녀온 친구는 걱정이 되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아이가 생길 수 있는 날짜를 받아왔는데 친구는 그걸 얘기하면서 “이렇게 자주 관계를 가질 체력이 될까?” 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바라는 걸 이루려면 방법을 일러준 대로 해야지 뭘 그런 걱정을 하냐고 반문을 해야 했는데 복잡한 심정을 더 헤집어 놓을까봐 차마 말을 더 하지 않았다. 내가 할 거라곤 “괜찮을 거야” 이게 다였다.     

 

  친구야, 행복해라 난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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