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꾸다 Nov 09. 2023

내가 쓴 글을 읽고, 울었습니다.

흐르는 시간을 글로 붙잡는 일.

아침에 아이와의 대화를 글로 남기고, 일기장에 ‘화내지 않기 도전’이라고 적었다. 

무슨 이유든 훈육이 아닌 감정적인 말과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화가 나는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는 아이가 자라면서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할 뿐인데, 그걸 이해하고 받아줄 여유가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반응이 달라졌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엄마를 볼 때마다 아이는 얼마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을까. 나의 직장 상사가 나에게 그렇게 대한다고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가 빡-올라간다.



비가 오는 아침, 등원시키고 나서 남편을 태워주고 홀로 카페에 왔다.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아침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봤다. 글을 읽으면서 모든 장면 속의 아이 표정, 아이 마음을 떠올려봤다. 내가 쓴 글을 읽다가 아이의 지나간 순간들이 너무 그리워져서 눈물이 났다. 아이는 자라는데, 그 자람의 속도를 맞춰나가지 못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화냈을까, 왜 그렇게 힘들다고만 했을까, 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몰랐을까. 구글포토가 매일 보여주는 N 년 전 사진 속 아가의 냄새, 소리, 촉감이 모두 그립다. 지금의 나날들도 사무치게 그리워지겠지. 그리고 같은 후회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시간을 붙잡고 싶어졌다. 조금 더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일상에 젖어버린 마음이 미워졌다. 


엄마에게 서운하고 속상하고 슬픈 마음이 들어도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따스한 아이. 

아이의 따스함에 늘 위로를 받았는데, 나는 아이에게 그런 따스한 위로가 되는 엄마일까. 한결같이 나에게 보내주는 아이의 따스함과 사랑스러움이 고맙고 미안해서 뭉클해졌다. 쌓여가는 아이의 마음 기억 속에 엄마라는 기억 조각은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다. 뾰족뾰족 개복치처럼 잔뜩 날이 서 있지 않을까 슬퍼진다. 아이의 하루하루를 곁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일인가. 일상의 소중함을 익숙함에 젖어 자꾸만 잊는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어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이 순간을 보내고 싶다. 시간이 지난 뒤에 지금을 돌아보았을 때, 아쉬움과 후회보다는 따스함과 행복함이 차오르면 좋겠다. 아이의 조잘조잘 수다로 귀가 아프고,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 일인지 새겨본다. 이 시기에만 아이와 나눌 수 있는 대화도 있으리라. 또한, 종일 나를 지겹도록 부르는,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모습도 곧 사라질 수 있다. 조금만 더 자라도 엄마와 아빠보다는 친구나 다른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겠지.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지금처럼 문득 드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글로 남겨두고 싶다. 아이가 자란 뒤에 나의 우여곡절 가득한 성장통 육아 기록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궁금하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면서도 눈물이 난 것처럼 아이도 그리움에 코끝이 찡해지려나. 아니면 이 엄마는 이때도 지금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글로도 이렇게 주절주절 떠드는 수다쟁이였구나 하며 웃을까. 아이가 수다쟁이인 것에는 내 지분도 크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눈물을 흘리며 쓰기 시작한 글인데, 쓰다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글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평화를 찾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하원 후 조잘대며 나를 반길 아이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설레는 발걸음으로 그녀를 만나러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