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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Aug 17. 2023

글쓰는 찰나ㅡ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는 무엇인가요?

내겐 아주 천천히 쌓여가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오늘 오랜만에 그 리스트를 재생했다.

노래와 함께 그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러나왔다.

노래가 아니었으면 다 잊히고 말았을 기억들이 차안에 가득 찼다.


첫 곡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그 아이가 내게 퀸의 CD를 빌려주며 "이 앨범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꼭 들어봐."라고 했기 때문에 나도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그 노래.

17살의 나는 원래 HOT와 듀스를 좋아했지만 그 아이에게 CD를 받은 순간 퀸과 사랑에 빠졌다. 이 앨범에 대한 감상을 빼곡히 적어서 CD와 함께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내가 정한 계획) 밤새 CD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 CD를 다 들었을 때 나는 'love of my life'가 사실 훨씬 좋았다. 그 아이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나도  그 노래가 가장 좋아야 말이다. 난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으잉?이게뭐지? 하는 마음이 들고 말았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노래를 들어 보았다. 계속 들으니 이야기가 들리는 듯했고, 드라마틱한 음악의 변화가 한편의 뮤지컬 같이 느껴기 시작했다. 노래를 들으며 상상한 한 편의 소설을 편지에 썼다. 그리고 "나도 이 노래가 너무 좋아. 좋은 음악 또 추천 부탁해."라고 추신을 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이후 그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하나씩 내게 소개했다. CD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와 함께.

밤새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발버둥치며 들었던 그 음악들을 기억한다. 그 아이가 좋아한다는 헤비메탈을 듣고 그 아이가 좋아하는 기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던 그 시간들.

금은 첫 소절만 들어도 머리가 울리는 것 같은 그 시절의 음악들 중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금 들어도 두근댄다.  사랑이었던 그 아이와의 첫 음악이었으므로.


다음 곡은 윤미래의 '검은 행복'.

내가 처음으로, 노래를 그냥 듣지 않고 잘 부르기 위해 남자친구와 연습한 노래.

친구의 노래를 처음 듣고 난 반해 버렸다. 그는 노래를 잘 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시절 매일 노래방에 갔다. 양동이를 뒤집어 쓰고 발성 연습을 하기도 하고 보컬 트레이닝에 대한 책을 사서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노래 실력이었던 그는 3년 넘게 노래 연습을 하자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조금씩 듣기 시작했고, 5년이 넘자 결혼식 축가 부탁을 받다.

그는 내게 노래 부르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태생적으로 고음 불가인 내게 고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과 음역대를 넓힐 수 있는 방법과 노래를 잘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도록 연습하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운지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는 저녁에 노래방에 들어가서 아침 7시에 나오곤 했다. 노래방 사장님의 무한 서비스를 받으며 연습했던 윤미래의 노래들은 지금도 가사를 외울 수 있다. 수학여행에 '검은 행복'을 불렀을 , 학생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보너스같은 기쁨이었다. 그때 날 가르친 남자친구와 나는 지금, 아이들의 동요를 열정적으로 같이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노래들을 소중하게 귀에 담는다.

음악들을 들으며 추억 여행을 한다.

어떤 여행보다도 즐거운 여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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