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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Aug 18. 2023

글쓰는 찰나 ㅡ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는 무엇인가요?(2)

힘든 순간도 지나가면 추억이 되고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너무 괴로운 이 순간이 과연 끝이 있을까

내가 이 고난도 잘 견딜 수 있을까

스스로를 파고드는 의문이 멈추지 않을 때면

꺼내듣는 노래가 있다.


성시경의 '거리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별을 당하고 홀로 남겨진 나는 유독 적막을 견딜 수 없었다. 길을 걷다가 가게에 들어가 아무 앨범이나 샀는데 그게 성시경의 앨범이었다. 쓸쓸한 그 노래를 들으며 눈부신 가을날에 혼자 남겨진 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니가 없는 거리에는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마냥 걷다 걷다 보면 추억을 가끔 마주치지

떠오르는 너의 모습 내 살아나는 그리움

한번에 참 잊기힘든 사람이란 걸

또 한번 느껴지는 하루


내 마음같은 노래 가사를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점차 가벼워졌다. 노래가 대변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다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쳤을텐데 나라고 이 시간을 못 견딜리 없었다. 노래를 듣는 횟수만큼 시간이 흘렀고 가을도 지나갔다. 겨울이 되었을 때 나는 새로운 남자친구를 상상하고 있었다.


최유리의 '이것밖에'.

가장 최근에 내가 넣어둔 플레이리스트.

갑작스러운 엄마의 발병은 나를 나락으로 떨어 뜨렸다. 생 마음 속으로만 꾹꾹 쌓아두던 말들을 엄마에게 쏟아낸 것이 엄마에게 한 나의 마지막 말이었기 때문에.


미안하단 말도 못 해 우리의 지난날에

나는 멈춰 서서

사랑한단 말로 가득하던 우리 사랑과

너무 멀어졌어


미안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노래에 숨어 눈물로 흘려 보냈다.

엄마에게 오고가던 긴 시간 동안 이 노래에 기대어, 차마 엄마 앞에서는 무너질 수 없었던 마음을 마구 무너뜨렸다.


엄마가 다소 건강을 되찾고 나도 내 생활을 다시 찾아갈 무렵 나는 이 노래를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기억하고 싶었다.

나의 눈물을.

엄마를 위한 기도를.


행복했던 순간만이 추억이 아니다.

노래에 스며들어 있는 눈물과 후회도

내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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