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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Jun 03. 2023

아마도 정말 오래 걸릴지 몰라. / 그래도 괜찮습니다.

Brian Wilson Presents <SMiLE>

"와! 음원 있어요?"


 아주 부끄럽게도(또는 안타깝게도) 없다. 유튜브에도 올리지 않았고 사운드 클라우드(독일을 국가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업체)나 내가 직접 카카오톡이나 이메일로 보내주지 않으면 파일로 들을 수 없는 순수 나의 자작곡을 들으신 분들이 아주 희박한 확률로 해주시는 말씀이다.


음원이야 발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 하지만 살면서 '자작곡'이랍시고 만들어 놓은 미발표곡이 나름 10곡이 넘는다. 아주 가끔 노래할 일이 있으면 각 잡고 1~2곡 정도는 나의 자작곡을 부르는데 그래봤자 만든 곡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곡만 부른다.




 나의 노래를 녹음을 했던 적도 있었고 음악을 노출하는 방법까지 다방면으로 공부해 봤지만 제대로 된 것을 만들기 위해 잠시만 묵혀놓기로 해놓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아마 더 묵혀야 할 것 같다. 머릿속에 잠겨있는,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불러보지도 못한 자작곡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이 있지만 글쎄, 내가 아마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이미 세상에 나오고 나서 잊혔거나 누군가에 의해 조금이라도 기억에 오랜 시간 남았을 텐데 하는 마음은 아주 약간 있을 뿐.


 몇 년 전, 일본인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 사토 유키에 형의 집에서 형의 음악세계와 향후 나올 음반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사토 형이 한마디 하신 게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음반 만들 때 그냥 만들면 재미없어~ 테마가 있고 여러 가지..."


그래서 혼자만의 핑계를 되뇌인다. '아직까지도 테마를 정하는 중'이라며.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마구마구 샘솟는 사람일지라도 명확한 테마가 정해진다면 그제야 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꿋꿋하게 미발표곡으로 남겨놓는다. 그러다가 새로운 곡이 탄생하여 구상된 테마에 오히려 좋은 것 아닐까? 그러다가 아쉬움은 오롯이 내게로 돌아올 테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노래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마다하지 않는다. 아! 물론 자리는 엄청 가린다. 보통은 관객으로 되는 사람들이 취향에 따라서 아티스트를 가리는데 나는 그 반대다. 굳이 내가 없어도 될 만한 자리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에 공연을 했다. 생각해 보면 1년에 두어 번은 공연할 일이 생긴다. 작년에는 가야금과 함께 협연도 해보기도 했고 서울에 놀러 갔을 때는 즉석에서 노래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것도 나름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확실한 것은 아무도 모르는 나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내가 아무리 낯가림이 5초씩이나 된다고 해도 자작곡을 부르는 것은 겁이 난다. 하지만 괜찮다. 그것도 멘트를 치다 보면 긴장은 어느새 풀리고 나는 '가사만 안 틀리면' 정말 다행이다. 분명 내가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써 내려간 가사인데 자주 틀린다. 물론 틀린 부분은 나만 안다. 그것도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결론은..... 언젠가 꼭 내가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한 음반이 나오지 않을까? 아무리 오래 걸려도 그것은 꼭 나올 것이라 믿으며 산다. 물론,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할 테지만 괜찮다. 무릇 계기가 있으면 실행에 옮기지 않을까? 아직 그때가 오지 않았을 뿐. 1년에 한 곡을 만들기만 해도 다행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나올 뻔했던 세기의 미완성 작 <SMiLE> (출처 : 구글)

 굵직한 영어사전을 펼치면 'B'에 나오는 록 그룹은 영국을 대표하는 비틀스(Beatles)와 미국을 대표하는 비치 보이스(Beach boys)가 있다. 각국을 대표하는 두 그룹을 두고 세상은 라이벌이라 칭했다. 하지만 두 팀의 상황은 라이벌이라는 말과는 무색하게, 비틀스는 모든 멤버가 천재였고 든든한 조력자 조지 마틴이 있었지만 비치 보이스를 이끌던 브라이언 윌슨(Brian Willson / 1942~ )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없었다. 브라이언 윌슨의 아버지, 머리 윌슨(Murry Wilson)은 한마디로 독불장군이었다. 브라이언 윌슨의 저작권을 자기 마음대로 팔아버리는 등 아들을 아티스트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돈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치 보이스는 1966년에 발표한 <Pet Sounds>를 통해 평론가들에 의해 극찬을 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신통치 못했다. 비치 보이스의 소속사 캐피톨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돈을 벌어다 주는 음반이 아니었기에..) 그래도 이름에 어울리는 서프록(Surf Rock)을 탈피하기 위한 브라이언 윌슨의 노력이 증명하듯 비치보이스는 이 음반을 통해 음악성이 진일보했음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다음 음반이었다.



일본에서 구입 한 <The SMiLE Sessions>

 비틀스<Rubber Soul>을 발표한 후 자극을 받은 후 <Pet Sounds>를 발표하게 되고 이후 비틀스는 <Revolver>라는 걸작을 또 만들어낸다. 브라이언 윌슨에게 있어서 비치 보이스가 전작과 라이벌의 작품을 뛰어넘을 음반을 만들어야 할 하나의 이유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Pet Sounds>의 실패로 인한 멤버들과의 불화, 브라이언 윌슨의 개인적인 문제 등으로 '그로기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런 브라이언 윌슨을 옆에서 도와주었던 사람은 바로 작사가 반 다이크 파크 (Van Dyke Parks 1943 ~)였다. 두 사람은 음악적 영감을 서로 공유하며 <SMiLE>을 위해 전진하는 듯하였으나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이 시기에 비틀스<Penny Lane/Strawberry Fiels Forever> 싱글음반으로 선빵(?)을 쳤다. 브라이언 윌슨이 도달하고자 했던 음악적 수준을 비틀스는 뛰어넘었다고 느꼈다. 잦은 마약복용, 음반에 대한 부담,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극에 달했던 브라이언 윌슨<SMiLE>의 제작을 중단해 버린다. 포기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이때가 1967년 경이었다.




역시 이 음반도 일본에서 구입했다. 게다가 미개봉이었다!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SMiLE>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으나 1993년, <Good Vibrations : Thirty Years of The Beach Boys>이라는 이름으로 박스세트를 발매하여서 당시의 수록곡을 대다수를 품긴 하였지만 팬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아쉬움에 응답하듯 2004년, 브라이언 윌슨은 그를 중심으로 함께 작업했던 반 다이크 파크스와 함께 작업에 돌입했다. 이미 60이 넘은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보란 듯이 세상에 내놓은 것이 바로 Brian Wilson Presents <SMiLE>이다.


그리고 2011년에는 The Smile Sessions라는 이름으로 굉장히 방대한 양의 음반이 박스세트 형식으로 출시가 되었는데 오리지널로 만들어질 뻔했던 <SMiLE>을 포함한 보너스 트랙까지 합치면 무려 6시간이나 달하는 음반이다. 비치 보이스의 팬이라면 꼭 한번 제대로 각을 잡고 들어줘야 할 필청음반이 곧 <SMiLE>이 아닐까?


두 음반의 차이는 트랙리스트와 약간의 편곡이 가미된 부분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의외로 브라이언 윌슨이 60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시절 목소리와 비슷해서 들으면서도 깜짝깜짝 놀랬다. 그래도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작업하여 제대로 만드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집념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특이하게도 난 이 두 음반을 일본여행 중에 구입했다. '이런 음반들을 구해야지!' 하는 각오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음반의 매대를 샅샅이 디깅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두 음반을 보면서 나는 여전히 스마일!




Track List (Brian Wilson Presents <SMiLE>)입니다. / ★는 좋은음악수집가의 추천곡.

-제목을 누르면 음악으로 연결됩니다.


1부 : 아메리카나 (Americana) : (1LP A면)

Our Prayer/Gee

Heroes And Villains

Roll Plymouth Rock

Barnyard

Old Master Painter/You Are My Sunshine

Cabin Essence


2부 : 삶의 순환 (Cycle of Life)  : (1LP B면)

Wonderful

Song For Children

Child Is Father To The Man

Surf's Up


3부 : 원소 (The Elements) : (2LP A면)

I'm In Great Shape/I Wanna Be Around/Workshop

Vega-Tables

On A Holiday

Wind Chimes

Mrs. O'Leary's Cow

In Blue Hawaii

Good Vibrations


4부(?) 보너스 트랙 : (2LP B면)

Heroes And Villains

Cabin Essence

On A Holiday

Wind Chimes


(보너스 트랙이라 마지막 3곡은 음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1967년, 당시 비치 보이스의 작품으로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이 링크로 청취가 가능하다. 위의 언급한 대로 곡의 구성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은 느낌이 있다.


브라이언 윌슨이 <SMiLE>을 완성한 후 관객에게 라이브로 선사한 공연실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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