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1
(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푸른청사과 입니다.
혹시 기다린 분들이 계시다면, 참 오랜만입니다.
그간 활활살롱과 더불어 여러 일을 하며 아주 바쁜 나날들을 보내느라, 브런치에서 조용했다는 뻔한 핑계를 대어봅니다.
그리고 불현듯 지난해 여름을 붙잡아 시작했던 브런치 글 발행을, 올해 여름에 불쑥 이어가 봅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기록은 매일 활활살롱 온라인밴드에서 쉬지 않고 활발히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기록들을
하나하나 이곳에도 풀어놓으려 합니다.
늘 그러하듯, 어디선가에서 응원 부탁드리며, 저의 마음에 남아있는 따스함의 일부를 떼어 당신에게도 보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당신께 고맙습니다. )
감사 ZINE 은 감사매거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저의 작고 빛나는 순간들을 모읍니다. 고마운 마음을 기록하면, 평범한 날도 특별해집니다. 이건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저만의 행복 아카이브입니다.
1_ 오늘 감사한 일 세 가지
1. 내가 진짜 많이 힘들었나, 안부를 묻는 전화에 생전 잘 안 하는 말, 나도 모르게 밥사달라 말이 입 밖으로 툭 나왔다. 그리곤 아주 맛있는 밥을 얻어먹었다. 생갈비를 열심히 구었고 물냉과 비냉도 끝내주게 맛있었다. 맛있는 커피까지 1, 2차 다 쏴주신 덕분에 포만감이 넘치는 날이었다. 재미님 감사합니다.
2. 복지관 관장님께서 멋진 전시로 우리 복지관을 빛내주어 고맙다고, 카페에서 커피라도 쏘시겠다는 말을 스리슬쩍 흘리셨다. 그리고 동홍동마을회장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며 포스터를 찍으시길래 냅다 이미지파일을 보내드렸다. 전시장이 아까울 만큼 관람객이 너무 없다. 홍보 감사합니다.
3. 딸아이와 단둘이 데이트하기로 해놓고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러다 뒤늦게 깨닫고 울먹이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사죄하며 저녁데이트를 했다. 아이는 자신의 작품이 걸린, 엄마 그림이 걸린 전시를 몹시 보고 싶어 했다. 전시가 아주 예쁘고 멋지다며 무척 좋아라 했다. 네가 좋아해 줘서 고맙다.
2_ 가장 감사했던 일 / 기억하고 싶은 일
저녁시간에, 그녀와 단둘이 밖에서 시간을 보내본 게 처음이었다. 그녀가 여섯 살이 되고, 동생들이 네 살, 8개월, 이렇게 되니 그래도 잠깐 나갈 수 있게 됐을까. 아니면 여태 미루다 내가 이제야 움직인 건가. 기분이 아주 묘했다.
그녀는 엄마와 데이트라는 말에 살랑살랑 간드러진 목소리로 아주 신이 났다. 전시를 함께 보고(?), 그다음은 한살림 가서 건강한 간식 사 먹기다. 그녀는 양손에 감자대롱 과자와 오미자 꽁꽁 쭈쭈바를 집어 들고 세상 행복을 다 가졌다. 먹고 싶은 저녁 메뉴는 돈가스라고 하는데, 아는 외식 메뉴가 그것뿐인 건지 진짜 먹고 싶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아무쪼록 그녀의 원대로 돈가스 맛집을 찾아갔다. 내 앞에 앉아 재잘재잘거리는 입모양과 눈빛을 한참 바라봤다.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휴대폰이 꺼져버렸다.
“아이고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네.”
“어떡해, 우리 기념사진 찍어야 하는데! 엄마가 휴대폰을 너무 많이 보니까 그렇잖아.”
“(뜨끔) 그러게, 근데 꺼져버려서 사진은 못 찍어도 그만큼 우리 딸만 바라볼 수 있으니까 더 좋지 않아? (손가락을 네모 모양으로 만들며) 찰칵, 찰칵. 이렇게 기억하자 우리.”
“아! 좋아! 헤헤”
‘언제 이렇게 다 커버렸나, 나는 왜 이제야 너를 오롯이 바라볼까.’
나의 에너지를 그 어느 것에도 쓰지 않고 ’ 좋은 육아, 좋은 엄마‘란 제목을 달아 그녀에게만 몰입하고, 그녀만 바라보던 지난 시간들이 분명 존재했다.
그랬기 때문에 후회가 없는 건지, 아니면 그래봤자 나에게 몰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선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한 마음은 딱히 들지 않았다.
그녀와 즐겁게 저녁식사를 했고, 오늘 까먹은 대신 내일 한번 더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다. 절대 잊지 않기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손바닥 복사를 하고, 손가락 서명을 했다.
오늘도 나를 살리는 건 역시 아이들이다.
3_ 힘들었던 순간과 배운 점
큰맘 먹고 산 하겐다즈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이 완전 다 녹았다가 다시 얼은 비정상 상태였다. 한 통에 17,900원.
내가 먹었던 아주 맛있는 맛이 아니고, 질감도 크리미 한 게 아니라 계속 얼음이 씹혀 어석어석거리고 찐득거렸다. 하얀 성에 얼음이 군데군데 있었다. 2+1 이어서 쟁여놓고 먹으려고 무려 6통이나 샀다. 하나의 상태가 이러하니 나머지도 크게 다를 바 없을 듯하여, 아주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나머지 환불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내일 들고 와서 확인을 하자는데... 까보지 않는 이상 어찌 확인을 할 수 있을까. 내일의 결과가 궁금하다.
4_ 내일을 위한 작은 다짐
내일 데이트 잊지 말자, 세 시!
어린이집에서 도둑맞은 딸아이 킥보드를 꼭 찾아주자.
다시 루틴을 잡자, 규칙적인 글을 써서 나를 살리자.
5_ 나를 위한 긍정 확언
살다 보면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