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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이 Jan 29. 2019

#더아일랜더부부_kyoto

가을의 끝자락

교토.

처음엔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아니었다. 저렴한 가격의 비행기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티켓을 예약하기로 했다. Jeju to Osaka, 제주도민에게 얼마나 좋은 항공편 인가!

오사카의 오렌지스트리트 근처에 숙소를 잡고 커피를 마시면서 편집샵 구경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교토를 다녀왔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또 어쩌면 매거진B 교토편을 떠 올리며 목적지를 바꿨다. "이번엔 교토로 가자." 이미 예약해 둔 오사카의 도요코인 숙소는 문제되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있어 수수료는 나오지 않는다. 


최근 몇년간은 여행을 하면 늘 무언가를 보고 와야 한다는 것에 집착이 있다. 소품매장을 운영하고 부터다. 특히 일본을 갈때면 편집샵과 서점 등을 꼭 들리곤 한다.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 팔리고 있는지, 어떤 제품군의 비중이 높은지, 또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번째 방문하는 교토는 이러한 부담이 적다. 물론, 몇군데의 편집샵은 방문할테지만 이미 가보았던 곳이라 왠지 마음이 편하다. 그저 내려놓고 '여행'을 하고 싶달까. 입국신고서도 그렇게 적지 않았는가. 방문목적=관광 이라고.




일년에 몇번은 여행을 가는 편이긴 하지만 사실 여행을 꼼꼼히 준비하는 편은 아니다. 최근엔 출발전에 숙소를 예약, 와이파이 단말기 예약 정도가 준비의 전부랄까. 이번  하나 더 준비한 것은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역으로 가는 하루카 티켓을 구매 한 것이다. 어짜피 오사카를 들리지 않으니 조금은 편리하게 교토를 가기 위해서다. 제주공항을 출발한 항공기는 정해진 시간에 간사이에 도착했다. 저렴하게 구매한 항공권으로 수화물도 붙히지 않으니 입국수속을 마치곤 일사천리로 하루카를 탈 수 있었다. 교토역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다가(역시 와이파이 단말기가 참 편하다), 교토역 근처에 에비수바를 찾아내서 에비수 맥주와 안주를 먹기로 했다. 에비수라니! 얼마만인가. 더군다나 치과치료를 한다고 일주일 넘게 맥주를 마시지 못한후라 맥주가 더 꿀맛 이다.




다음날의 일정은 아라시야마. 이번 교토 여행에서 꼭 가야 겠다고 마음 먹은 두곳중 한곳인 아라비카커피 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선 일명 '응커피'로 알려진 그 곳. 가츠라 강을 배경으로 멋진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려준다는 그곳. 아라시야마에 대해서는 사실 별다른 정보 없이 아라비카커피가 주요한 목적이었다. 그저 아라시야마로 가는 렌덴 열차가 엔틱한 분위기로 매우 예쁘다는 정도. 오전에 조금 이른 시각에 아라시야마에 도착한 우리는 기차역에서 부터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장소를 둘러싼 산맥과 낯은 지붕의 건물들. 사실 그간의 일본 여행에서는 우리가 찾지 않던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아, 이런게 일본 여행이었지..' 


몇분을 걸어 도착한 아라비카커피에서는 불과 몇분의 대기로 라테 두잔을 건네 받을 수 있었다.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잔 남기고선 강변에 툭 걸터 앉아 커피를 마셨다. 일본인 여행객, 한국사람, 중국사람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커피를 사 마시는 것이 보였다. 가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에이드를 사서 마시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라테와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는 듯 했다. 줄은 점점 길어져 sns에서 보던 엄청난 줄이 이내 생겼다. 세명의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는 것, 스팀을 치는 것, 에스프레소를 추출 하는 것 세 업무를 분담해서 일을 하고 이었다. 숨쉬는 기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을 하던 한 非동아시아계 바리스타는 스팀을 치며 강변을 슬쩍 바라봐 주는 도중에 나와 눈이 마주치가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해 주었다.  나도 고개를 쓱 그떡이며 속으로 말했다. '고생 많으십니다..'









산책을 하곤 간단히 두부요리와 맥주를 마시곤 시내로 향했다. 교토에 갈때면 늘 드리는 편집샵인 'BAL'에 가서 이것저것을 둘러본 후 (샵을 보지 말자고는 했지만 여기는 안갈 수 없다), 저녁을 먹었다. 저녁으론 지난번 교토 여행에 이어 가츠카라 돈가츠. 조금 배가 불러서 인지, 다른 이유에서 인지 지난번 만큼의 눈이 커질 만한 감동은 아니었지만 역시 가츠카라 돈가츠는 맛있는 돈가츠였다. 작은 사이즈로 여러 가지를 시켜 나누어 먹곤 오랜만에 하이볼도 한잔씩 마셨다.


교토 시내권을 돌아다니면 사실 특별한 후기를 남기기 어려울만큼 특별한 점은 없다. (물론 한국에선 보기 힘든 감각적인 아웃테리어를 가진 샵을 보면 눈이 휘둥그래 지며 사진을 찍어데곤 하지만..) 특별하진 않더라도 이렇게 시내를 슬슬 걸어다니지 않으면 여행 느낌이 살지 않는다. 평소에 가지 않던 브랜드 매장도 들려보고, 구제매장에서 코트도 슬쩍 걸쳐 본다.  그리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엔 항상 동네 슈퍼에 들린다. 편의점도 좋긴 하지만 지역 사람들이 들리는 슈퍼에 가서 그 사람들은 무엇을 사는지, 어떤 맥주를 집는지 꼭 구경을 한다. 그러면서 우리도 맥주 한두캔과 맛보고픈 과자 한두개를 구매한다. 피곤에 쩔어 가끔은 맥주를 못다 마시고 잠에 빠져들지라도.





이튿날의 일정은 크게 두가지 이다. 블루보틀과 사바스시. 두 곳 모두 숙소 기준 기모강 건너편 있었다. 하루종일 비가 올 것이라는 날씨에 우산을 챙겨 버스를 타고 블루보틀로 향했다. 의도 한것은 아니었지만, 이틀간의 여행일정 중 주요일정이 모두 카페가 되었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한적한 교외 느낌이었다. 비는 조금 내리긴 했지만 걷기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우산을 차분히 받쳐 들고 천변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곧 블루보틀 카페가 나왔다. 커피관련 책과 sns에서 수차례 보았던 카페, 커피 맛은 어떨까.


블루토틀은 오클랜드의 작은 차고에서 시작한 (차고에서 시작하면 이래 성공하나.. 차고가 없는게 한이다...) 스페셜티 카페 인데, 미국 이외는 일본에서만 만날 수 있다.(얼마 후에는 서울 성수동에 매장을 연다고 하는데, 서울에서는 어떤 느낌의 카페공간이 될지 궁굼하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조금 서둘러서 도착을 했더니 대기 없이 바로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비가 오는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고.  아침을 간단히 먹을 겸 해서 와플과 파운드 케익 그리고 라테 두잔을 주문했다. 한국인 직원분께서 한국어로 주문을 받아서 조금 의외이긴 하였다.(한국사람이 참 많다.. 중국인 손님도 정말 많으니 조만간 중국인 직원도 채용해야 할지도.)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얼마 되지 않아 "제시 사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문을 하면서 이름을 적어 달라고 해서 Jessi 로 알려줬더니 그렇게 불러준 것이다. 영어와 일어가 만나면 참 귀여운 발음이 되는 것 같다. 





커피를 마시곤 동네 산책을 하며 츠타야에 들려 책도 뒤적거려 보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점심에 고등어 스시를 먹는 것을 제외하곤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터라 천천히 이동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와이파이 단말기가 먹통이 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몇번 가 보았던 동네이기에 대래도 대략적인 위치도 알긴 하지만, 인터넷이 안되는 해외여행이라니! 어느덧 구글지도와 sns사용이 해외에서도 일상이 되었는데 갑작스레 아날로그적인 여행자가 되니 꽤나 당황스러웠다. 저녁때나 되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시간 일본의 거의 대부분 지역의 소프트뱅크 통신 단말기가 통신장애로 먹통이 된 것이다. 츠타야 서점의 와이파이를 이용해 버스를 체크하고 대략적인 감을 잡아 버스를 잡아 탔다. 혹시나 역방향 버스를 타는 실수를 할까바 불안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원하는 곳으로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이렇게 불안한데, 완전히 낯선 지역에 있었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조금 아찔 하기도 했다. 20대 초반, 여행을 다닐때는 지도 한장 들고 이리저리 물어가며 버스를 타서도 잘 찾아다녔는데, 최근 몇년간의 여행에선 길에서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계획했던 고등어 스시를 먹었다. 비릿한 맛이 분명 있지만 고소함이 폭팔 한다. 역시나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시간이어 그런지 우리 둘만이 유일한 손님이었다. 먹는 내내 직원분도 안계시고(아마도 주방에서 일을 하시는지...) 공간에 아무도 없이 우리 둘이서 식사를 했다. 음악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서 음식을 먹으니 작은 소리도 혹시나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온전하게 음식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어 별도의 반찬 없이 한가지 메인음식만을 먹는 스시에는 이 적막함도 꽤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마지막 밤도, 떠나는 날 공항가는 길도 (기차 시간을 놓쳐 공항에서 전력질주를 하긴 했지만) 무탈하게 보내고 이 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일본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생각나는 건 그들의 문화이다. 맡은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규칙과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 참 인상적이다. 이번 교토 여행 중에 한 여자분이 차를 공영주차장에 세우곤 자신의 키 만한 짐을 들고 몇블록을 걸어 목적지인 한 매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잠시 매장앞 도로에 주차를 하고 짐을 옮겼을 법도 한데, 짐을 들고 걷기는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당연한 약속을 자연스레 지켜가는 모습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한번은 우리처럼 소품매장을 운영하는 친한 지인과의 술자리에서(그들도 일본 여행을 좋아한다.)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우리도 일본같은 문화에서 장사 한번 해 보고 싶다.."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약속된 것이상을 요구하는 손님들, 거친말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로부터 적지 않은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었다. 서로서로 배려하며 약속을 지키면 참 편할텐데 말이다. 


여행은 아쉽지만 또 다른 여행의 기약이 있기에 교토를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에서도 여전히 교토를 그리워 하지만, 꼭 다시 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교토를 맘속 저쪽으로 보내본다. 또 만나자,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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