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갚아야 하는 부채감이 없는.
아주 고마운 일이죠.
그리고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제 동생 주변에는 그런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들이 더욱 많고,
그 호의의 크기도 제법 큰 듯 합니다.
제 주변 분들의 호의가 작아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제가 호의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동생과 사뭇 달라서 글을 쓰기 시작해봅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마치 축의금을 받았을 때 기록해두었다가, 그 댁의 경조사에 갚듯이
꼭 기억해두고 잊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합니다.
심지어는 받았던 호의에 부족함이 없도록 되갚는 다는 개념이 더 크죠.
하물며 받은 기억은 있지만, 얼마나 큰 호의였는지 기억을 못할 때가 많으니
더 크게, 더 많이 갚으려고 애써요.
잘 잊어버리고, 깜빡하는 저에게 필요한 노력이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필요한 덕목일 수도 있지만,
호의를 제게 베풀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는 "호의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즈음으로 비춰질지도요.
정반대의 성격인 제 동생은
상대가 해주고 싶어서 "기꺼이" 해준 호의를 본인이 되갚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본인에게 더 많은 것을 내어주는 것일 뿐.
상대는 농사를 지으니, 많은 농산물을 보내주고,
배를 타니, 수산물을 보내주는 것이다.
본인은 시간이 많으니 시간을 내어 만나러 가는 것 뿐이다.
그렇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온연한 하나의 덩어리가 되기 위해
호의가 주고 가는 것일 뿐,
호의를 받지 못하면, 결국 각개의 작은 조각일 뿐이라고요.
이번 명절에는 동생과 이 이야기로 한참을 씨름 했는데,
제 마음은 일렁이는 것을 보면
동생 이야기가 맞나 싶고 그러네요.
이제부터는 조금 더 호의를 갚는 대신
"기꺼운 마음", 감사한 즐거움으로 곶감처럼 말려두었다가
상대에게 내 호의가 필요한 순간에 내어주어야 다짐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