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망 Oct 03. 2023

호의를 기꺼이 받는 마음

되갚아야 하는 부채감이 없는.

아주 운이 좋게도 제 주변에는 호의를 기꺼이 베풀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주 고마운 일이죠.


그리고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제 동생 주변에는 그런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들이 더욱 많고, 

그 호의의 크기도 제법 큰 듯 합니다.


제 주변 분들의 호의가 작아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제가 호의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동생과 사뭇 달라서 글을 쓰기 시작해봅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마치 축의금을 받았을 때 기록해두었다가, 그 댁의 경조사에 갚듯이

꼭 기억해두고 잊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합니다.

심지어는 받았던 호의에 부족함이 없도록 되갚는 다는 개념이 더 크죠.


하물며 받은 기억은 있지만, 얼마나 큰 호의였는지 기억을 못할 때가 많으니

더 크게, 더 많이 갚으려고 애써요.


잘 잊어버리고, 깜빡하는 저에게 필요한 노력이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필요한 덕목일 수도 있지만,

호의를 제게 베풀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는 "호의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즈음으로 비춰질지도요.


정반대의 성격인 제 동생은

상대가 해주고 싶어서 "기꺼이" 해준 호의를 본인이 되갚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본인에게 더 많은 것을 내어주는 것일 뿐.

상대는 농사를 지으니, 많은 농산물을 보내주고,

배를 타니, 수산물을 보내주는 것이다.

본인은 시간이 많으니 시간을 내어 만나러 가는 것 뿐이다.

그렇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온연한 하나의 덩어리가 되기 위해

호의가 주고 가는 것일 뿐,

호의를 받지 못하면, 결국 각개의 작은 조각일 뿐이라고요.



이번 명절에는 동생과 이 이야기로 한참을 씨름 했는데,

제 마음은 일렁이는 것을 보면

동생 이야기가 맞나 싶고 그러네요.


이제부터는 조금 더 호의를 갚는 대신

"기꺼운 마음", 감사한 즐거움으로 곶감처럼 말려두었다가

상대에게 내 호의가 필요한 순간에 내어주어야 다짐하는 날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교 없는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