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망 Oct 09. 2024

1. 나라는 사람이 그런줄 알았어

성격이 급한 것도. 욱하는 것도. 

난 내가 생각해도 친구하긴 어려운 사람인 것 같아

내가 그럴듯한 포장지로 싸고 있는 나의 단점을 소개할게.



일단 성격이 참 급해. 

  학교에서는 기한에 맞춰 과제를 냈고,

  회사에서는 일정을 잘 맞출 수 있었지.


하지만 끝맺음이 부족했어.

   과제는 기한 전에 냈지만, 어딘가에 꼭 내가 못 본 문제가 있었어.

   시험은 온갖 공식은 다 풀어냈지만 마지막 계산을 꼭 틀렸지. 2+3을 6이라고 써내는 것처럼 말이야.

   채용은 자기소개서니 경력증명서니 다 잘 써놓고, 이름란에 주민번호를 쓰고.

   모르는 길을 찾아갈 때는 그 건물 지척에서 건물 이름을 못 알아채서 뱅뱅 돌거나.

   그래서 큰 그림만 잘 그린다고, 세부적인 것들을 못 본다고 했지.

   누구에게나 장기는 있지 않아? 아로 하면서


산만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지.

  자리에 앉아있지를 못하거든. 

  집에서는 다리를 떨거나, 뭐라도 하지 않으면 못견디고.

  가만히 있을 때는 50,000가지쯤 되는 생각을 하지. (멍하게 있는 건 어떻게 하는거야?)

  수업시간에는 화장실 갈래요. 졸리니까 뒤에 서있을게요. 

  사물함에 뭘 두고 왔어요 등등의 핑계를 대고 돌아다녔고, 

  어떻게 보면 공부를 잘해서 덕분에 용인됬던 것 같아. 

  요즘 회의시간에는 급한 전화를 핑계로 회의실 밖을 나와. 

  나는 내가 예민해서 산소가 부족해지는 걸 몸으로 느낀다고 생각했지.


  한편으로는 그 덕에 여러가지 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나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편이거든. 그래서 그래서 멀티태스킹이 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


산만한거나 참을성 없는 거나 다 비슷하지 않나?

  참을성이 없어서 산만한건지, 산만해서 참을성이 없는지 모르지만,

  난 전자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남들보다 좋은 센서를 가지고 있어서, 예민하니까, 그래서 참을성이 없다고. 생각했어.

  뭐 그래서 내 몸뚱이의 변화나,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빠르게 잡아내는 편이기도 하니까.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보인다는 건 날 쉽게 불안하게 했어.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저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빨리 알아봤으니

  내 말이 저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내가 지금부터 어떤 처신을 해야되는지로 고민하게 했고, 쉽게 불안해졌어.

  그리고 상대가 나에게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차렸고.


말을 끊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나 혼자 생각했어.

  이미 내가 원하는 대화의 방향이 아닐 때, 내게 그걸 반박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봐 불안하니까

  상대 말을 끊어내고 내 말을 해야만 했지.

  그게 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지만, 그걸 하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던거야. 

  엄마는 나한테 촉새같다고 했는데, 어려서부터 누가 대화하는 것에 끼어들지 않고는 못 배겼거든.

  사실 불안함에서 나타났다고 하기엔, 시간의 흐름이 맞지는 않아. 


아. ! 통제하지 않고는 견디지도 못해

  잊어버리기도 엄청 자주 잊고, 잘 찾지도 못해서 이런 단점을 잘 보완했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던 건데 말야.

  나 잘 잊어버리고, 물건을 잘 못 찾아.

  기억력이 안 좋으니 메모하고, 어떻게든 기록을 잘 찾을 수 있게 분류하는데 능숙해. 

  물건이 어디있는지 잊으니 항상 그 자리에 잊지 않으면 불안해 해. 

  그래서 모든 물건에 자리가 항상 있지. 

  결국에는 메모와 정리를 잘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기록할 시간이 없을 땐 잊어버리고, 그런 상황엔 불안해 하는 어린이가 불쑥 나오곤 해.


그래서 통제상황을 벗어나면 자주 욱해.

  주로는 인파가 많은 곳에, 내지는 운전 중에 도로에서 자주 욕을 뱉어내.

  덕분에는 친구도 많지 않지 않아.

  난 이걸, 사회화가 덜 되서 규범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필요하다고 포장하곤 했지.  



난 타고난 내 성격을 잘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0. 무슨말이 하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