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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횡설술설 Jan 30. 2023

조금 이상할지라도 행복하게

이 세계를 함께 해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공상을 많이 한다. 사실 최근까지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딴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이라는 것을 몰랐다. 우연히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알게 됐다. 인생은 왜 사는지, 내 의지대로 태어난 것이 아닌데 왜 살아가야만 하는 건지-에 대한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했더니 다들 놀라한 것. 그리고는 나더러 너 좀 이상하다, 라고 했다.


한 번도 내가 딱히 이상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너네 다 이상해 나만 정상이야'라고 한 적은 있었어도, 다소 객관적이어 보이는 투로 내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고 낯설었다. 나는 여태 그런 생각은 당연히 모두가 하면서 살아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나처럼 말을 딱히 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 속으로는 다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겠지,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난 오히려 그 반대가 놀라울 지경이었다. 아니 이런 생각을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여름의 잠수>라는 그림책이 있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아빠를 따라 병원에 간 주인공 소이는 그곳에서 사비나를 만난다. 수영장이 없는 병원에서 자꾸 수영을 하자는 사비나의 말에 소이는 처음엔 응하지 않다가 한 계기로 그를 따라나서게 되는데, 그 수영장은 알고 보니 잔디밭이었다. 수영복을 입고 잔디밭에 드러누운 그들은 함께 헤엄치는 동작을 하고 놀면서 그렇게 둘은 그 여름의 단짝이 된다.


수영복을 입고 잔디밭에서 헤엄치는 소이와 사비나


처음으로 내가 스스로의 생각에 특이점을 느낀 순간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내가 여태까지 스스로가 이상하다거나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내 친구들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와 비슷한, 혹은 비슷하지 않을지라도 내 생각의 물살에 거리낌 없이 같이 파도를 타주는 친구들 덕분에 다른 사람들 눈엔 이상함으로 비칠 수 있는 나의 생각이 그저 내가 가진 특별함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보면 조금씩 이상한 점을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잔디밭을 헤엄치진 않을지라도 각자가 자주 상상하는 것이라든지, 유독 빠져있는 것이 있다든지 등의 특이점들이 있는데 그 이상한 세계를 헤엄칠 때 그 세계를 알아주고 함께 헤엄쳐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특이함이 특별함으로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문득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어엿한 어른인 척, 보통의 사람인척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메신저로 이상한 이야기들을 던지며 킥킥 웃을 수 있는 이들이 있어, 나의 특별함을 알아봐 주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나는 행복하게 마음 놓고 헤엄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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