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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Oct 10. 2024

양부대 응급실 새벽4시 // 열남 38.4 // 임교수

예설이와 함께 잘 때 습관이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자다 깨서 아이의 이마를 만집니다. 열은 안나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배였나봅니다.

어제 새벽에도 그랬습니다. 자다가 예설이 이마를 만졌습니다. 미지근하게 이상했습니다. 체온계를 가져와서 확인했습니다. 37.5

어~ 이상한데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 후, 열은 38.4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가방을 챙겼습니다. 저는 외출복 옷을 가져와 예설이에게 입히려고 했습니다. 예설이가 울었습니다. 병원에 안가겠답니다. 병원에만 가면 각종 검사해야하고, 케모포트에 주사 바늘을 찔러야 하고, 알러지 반응 검사를 위해 팔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예설이. 가기 싫은 마음이 2년 2개월 동안 쌓였습니다. 얼마나 가기 싫을까...

그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예설이를 안아주었습니다.

"엄마가 같이 가자..."

남편은 내일 쉬는 날, 저는 출근해야했습니다.

예설이를 남편에게 안겨주었습니다.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서는 둘을 지켜봤습니다. 엘레베이터에서 눈물을 흘리는 예설이.

미안했습니다. 같이 가 주지 못했습니다.

예설이를 울면서 보내고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설이가 덮고 자던 이불을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텅빈 예설이 공간을 지켜봤습니다.

예설이의 존재가 느껴졌습니다.

"내가 참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예설이가 주는 행복이 참으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설이가 덮던 이불을 안고, 그냥 울었습니다.

제 안에 감성적인 엄마가 아직 있나봅니다. 여전히 병원에 가는 예설이를 보면 울컥합니다. 더군다나 평소보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예설이의 모습에 더 그랬습니다.

훌훌 털었습니다.

예설이는 외래 진료봤습니다. 임교수님이 백혈구 수치만 살짝 높고, 모든 수치가 괜찮다고 약도 안 주셨습니다.

열이 저녁에 없으면 MTX도 먹고, 공복약도 먹으라고 하셨어요.

저녁에 열이 없어서 MTX는 먹였습니다. 10시 되어 체온 확인하고 공복약 먹이려고 합니다.

무사히 잘 넘기고 있어 다행입니다.

예설아~ 다음주에 골수검사 잘하자.

오늘 너무 고생많았어!!! 예설이 아부지도 고생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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