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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a Oct 24. 2021

코로나 시대의 런던 11.

ep 11. 학교와 직장의 변화

    9월부터 보통 대학원들의 신규학기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석사과정은 영국에서는 1년안에 끝나는데, 필자의 과정은 약간 특별한 과정이라 2년짜리다. 학사일정은 9월에 시작하여 6월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사이에 세 번의 학기가 있다 : michaelmas, lent, 그리고 summer term. 이 중 summer term은 시험학기라고 해서 지난 학기에 배운 것들을 한꺼번에 시험을 보는 일종의 ‘몰빵’ 시스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중지된 3월 중순, 학교도 문을 모두 닫았다. 아예 캠퍼스를 폐쇄하고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학생들은 온라인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교수들은 예전에 언젠가 찍어놓은 강의영상을 업로드하여 학생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고, 런던의 인터넷사정이 우리나라만큼 빠르지는 않아서 중간에 버퍼링으로 인해 제대로 강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가끔 있었다. 완전한 온라인으로 강의와 시험이 모두 대체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남은 1년은 어떻게 강의가 진행되려나 살펴보니, 소규모 세미나 수업은 현장 수업이고 현재 런던에 있지 않은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참여해야 한다. 대규모 강의중심 수업은 아예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온라인 강의수업은 생방송일 때도 있고 미리 녹음해 놓은 것을 정기적으로 올려서 알아서 시간될 때 듣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국에 외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오로지 학위를 따는 것이 목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추천하기는 망설여진다. 학교 생활이라는 게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생활도 중요한데, 특히 런던이라는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학교라면 다양한 국적의 교우들을 만들고 같이 토론도 하고 문화교류도 하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 아닌가. 그 메리트를 아예 누릴 수 없는 환경이라면 굳이 런던으로 비싼 학비를 주며 올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인터넷으로 연결만 되어있다면 굳이 집이 아니더라도 카페나 바, 다른 사람의 집, 심지어 영국을 벗어난 다른 국가에서 휴양을 즐기며 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2차 락다운 직전 여행갔던 마데이라 섬(Madeira)에서 만난 존은 런던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친구였는데, 그는 재판이 당장 없으니 마데이라에서 느긋하게 즐기며 일하는 중이었다. 아시아 국가는 대부분 국경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었으므로, 거의 유일한 옵션은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포르투갈같은 곳이었고, 마데이라 섬에 정말 많은 영국인들이 여행 겸 일을 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30일정도 머무른다고 하면 런던의 월세보다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곳이었으므로 더 합리적일 지도 모르겠다. 

유연하게 근무하면서 점심을 더  느긋하고 맛있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원래도 런던에는 평일 오후에 여유로워보이는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코로나 이후 더 많아진 것 같이 보인다. 너도 나도 랩탑을 들고 나와 날씨가 좋은 때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선글라스를 끼고 일광욕과 일을 동시에 한다. 락다운 해제 이후에도 여전히 전문 직종의 사람들은 사무실로 복귀하는 비율이 많지 않다던데 앞으로 런던 집값은 어찌 되려는지 모르겠다. 내 친구 랑은 3차 락다운이 완전 해제된 2021년 여름, 회사에서 두 가지 옵션을 주었다고 한다. 사무실에 나올 것인지, 재택근무를 계속 할 것인지. 굳이 사무실에서 일할 필요가 없는 직업을 가졌기에 랑은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제출했다. 그리고 나와 8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나의 저녁에, 그리고 가끔은 아침에 우리는 페이스톡도 하고 있다. 코로나로 국제 커플들이 잘 만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 중에 헤어진 커플들도 많겠지만 재택근무를 잘 활용하면 서로 연결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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