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고, 해석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경험의 양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과 시각이 제각각입니다.
종종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을 만나곤 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그 사람과 내가 그동안 살아온 방법이나 경험에 교집합이 거의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바깥에서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유~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보겠네~’하고 그냥 외면하면 그만입니다. 굳이 나와 공감대가 없는 사람과 관계를 지속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얘기가 다릅니다. 교집합이 없다는 것은 곧 갈등을 야기시키고, 그 갈등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그나마 시부모님이나 장인어른, 장모님이면 일 년에 몇 번만 꾹 참으면 됩니다. 자주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상이 내 배우자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매일매일 부딪히며 살아가야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쌓이면 엄청난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합니다. 1번은 그냥 포기해버리는 겁니다. 이 방법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감정이 쌓여갈 수 있습니다. 2번은 끊임없이 지적하고 싸우고 상대를 고치려 드는 겁니다. 매번 얼굴을 붉히거나 짜증도 내보지만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감정을 소모하는 사람만 점점 바보가 되어 갑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갈등이 생기는 부분의 일을 함께하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서 남편이 매번 밥그릇을 설거지 통에 제대로 담그지 않는다고 해봅시다. 밥풀이 말라붙어서 그걸 불려서 설거지하려면 화가 난다고 칩시다. 그러면 설거지를 같이 하자고 해봅니다.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한 명은 세제를 칠하고, 한 명은 헹굽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냅니다. “이거 잘 안되네~ 물에 담가 두면 쉬운데… 난 너무 어렵다… 당신이 좀 해봐~” 이런 경험 한 두 번으로 습관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여러 번 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공감이 형성되면서 서서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됩니다. “말라비틀어질 수 있는 음식물은 미리 물에 잘 담가 둬야 하는구나~” 하고 말이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꾸기란 참 어렵습니다. 단순히 지시하거나 부탁해서는 일회성에 그치기 쉽습니다.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느끼고, ‘스스로 해결책을 발견’하면 그 행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왜 내가 당신의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고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그 감정의 과정,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내가 하는 말은 그냥 잔소리, 나 혼자만의 외침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대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내 감정을 일방적으로 이야기로 전달하는데서 멈추지 말고, 꼭 그 상황을 함께 공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