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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식 May 29. 2022

영화 '안경' 을 보고

잔잔히 젖어드는 시간..

영화 '안경'


방구석 1열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영화.


일본 영화 특유의 정적인 배경에 사람이 녹아든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러하듯.


여행을 떠나는 자는 어떤 의미에서든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것. 지루함에 벗어나기 위해서 화려함을 쫒든, 자신만의 세계가 필요해서 고립되려 하는 것이든.


그런데 후자의 경우가 어렵다. 일상에서 복잡히 꼬여버린 자신을 찾으려는 것일 터인데, 휴대폰도 터지지 않을 정도의 고립을 원한다면... 오히려 스스로 정의한 자신의 상을 되새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그러하다. 이유는 영화에서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건 중요치 않다) 그냥 주인공은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이곳을 왔다. 모든 것에서 끊겨버릴 요량으로. 그래서 간섭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원한다. 그리고 그 세계를 위한 캐리어 가방과 함께.


하지만 여관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제안'을 한다. 물론 강요는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당연하다는 듯이 그 세계를 보여주고 들려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인공의 캐리어도, 혼자 맞는 아침도 무시당한다. 그런 것은 그곳에서는 '이상한' 것이다.


주인공의 여행의 의도에 제대로 반대인 공간.


캐리어는 내팽겨쳐지고, 아침에 침실에 종업원이 들어와있고 ... 여행온 손님에게 여행할 곳은 없고 여긴 젖어드는 곳이라고 하고...


그런데 자신을 일상에서 떼어 놓으려 했다고 하면서, 그곳에 젖어들지 못한다면 여행은 왜 떠난 것인가? 자신의 세계에 갖히려면 굳이 왜 떠난 것일까?


주인공은 일단 포기한다. 그 섬의 다른 여관으로 간다. 여관 주인은 말리기는 하지만, 굳이 또 계속 말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다른 여관은 일을 해야 머물 수 있다는 황당한 설정이다. 자연을 느끼며 공부해야 한다나... 어,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꼭 일하는 것 처럼 바쁘게 또 여행을 하지는 않는가?


주인공은 바로 탈출한다. 하지만, 거긴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오지. 곧 절망이다. 그 순간, 원래 여관에 머물던 여자 노인이 데리러 온다. 자전거를 끌고. 주인공은 결국 돌아오지만, 캐리어는 함께하지 못한다. 가벼운 몸만이 그 자전거와 함께 '그곳'에 함께할 수 있는 것.


캐리어를 두고 오며 그녀는 그곳에서 젖어들기 시작한다. 싫어하던 빙수를 먹고, 이상한 체조를 하고, 아무 것도 없어서 좋은 그들과의 바닷가 시간을 보내고 .... 빙수의 가격은 그냥 그들이 주고 싶은 것임도 받아들이고(아이는 종이 접기를 준다)...


함께 산다는 것, 그럼에도 여행이라는 것 ... 산다는 것도 ...


안경은 그녀가 떠나면서 놓쳐버리며 잃어버리는 물건인데 ... 뭐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 그런 것일까 ... 의미를 넘어서는 젖어듦 ...


오랜만에 잔잔히 젖어드는 시간이었다.


..... 나의 카카오스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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