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회생활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몇 군데 이력서를 넣고 지방과 서울로 면접을 두 군데 보러 갔다가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갑자기 출근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급하게집을 구하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맡게 되었던익숙하지 않은 수업과 다양한 아이들을 만난 3월. 당연히 한참 동안 적응되지 않았다. 4월이 되어 목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쉬는 날 없이 출근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하던 날들, 때론 선배들의 기에 눌려 눈치를 보던 시절이었다.
그것이 최초의 직장생활이었다. 그때 받았던 첫 월급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엄마의 가르침에 따라 첫 월급부터 커다란 액수의 적금을 부었었다. 그 적금이 나중에는 목돈이 되긴 했지만 월급이 입금되자마자 커다란 액수가 떼어져 버리니 수중에 별로 남은 것이 없었다. 적금과 월세 그리고 남은 돈은 생활비로 다 써버려서 대체 이렇게 조금 벌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첫 월급으로부모님께 내복을 사드리는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언제 적 얘기) 내복보다는 현금이 좋으실 것 같아서 현금을 봉투에 넣어드렸다. 그리고도 몇 달을 더 용돈을 드렸던 것 같다. 그러다 너무 작고 소중한 월급에서 매달 부모님 용돈까지 드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관두었던 기억이 있다.
이 글을 쓰다가 그보다 몇 년 전 첫 아르바이트비로 받은 월급이 생각났다. 그 당시의 나는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그 한 달 치 월급을 몽땅 써서 반지 하나를 사버렸었다. 그래서 더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다. 그 반지는 수년간 내 손에 자리하고 있다가 지금은 서랍장에 잘 간직하고 있다. 지금 보면 그걸 왜 샀나 싶지만 여전히 그 반지를 보면 주말에 열심히 알바를 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만큼 세월이 흘러서야 아르바이트비로 반지를 사다니 제정신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한 달 동안 번 돈으로 고작 반지 하나를 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가 대체 날 뭐라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과연 엄마가 이 사실을 알긴 할까?)
정식으로 취업을 한 후에 몇 년간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해외로 가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은 일을 쉬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다시 용기 내어 재취업했었다.직업 특성상 돈이 크게 벌 수는 없어 그렇지 일을 구하는 것은 언제든 원하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구했으니까 아침 9시에서 출근해서1시 ~2시 정도에 퇴근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오던 퇴근길의 공기를 잊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다니는 직장은 활력소였다. 그때의 받았던 첫 월급도 작고 소중했다. 그냥 계속그렇게 적게 일하고 적게 벌고 싶었다. 그러다 언제고 월급이 더 필요해지면, 이 일이 익숙해진 후에 풀타임 정직원으로 취업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꿈을 꾸기도 전에, 하필 오랜만에 취업한 곳이 6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일하지 말라는 하늘의 신호인가?
또 2년을 넘게 쉬다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번이 4번째 첫 월급이다. 이제는 더 이상첫 이라는 말이무색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받은 월급이라또 신난다. 역시나 이번에도 작고 소중한 월급이라 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월급을 잘 사용할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양가 부모님들께 용돈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5월 어버이날즈음시부모님께서 제주로 방문하는데, 맛있는 식사도 하고 용돈도 드리면 좋을 것 같다. 지난번 방문 때 내가 제주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하니 꽤나 놀란 눈치셨다. 그래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셨다. 사실 그동안 아이가 어려일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셔서 일하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까 했는데, 함께 보낸 세월을 생각하면 더 이상눈치 볼며느리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렸다. 아마도 자주 찾아뵙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원래도 서울에 자주 가지 않았지만)라는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월급날은 친구의 생일이었다. 미리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갖고 싶다는 나의 프랑스자수 작품과편지를 함께 택배로 보내주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마침 월급도 받았겠다. 그동안 친구에게 사주고 싶었던 작은 화장품을 선물로 보내주었다. 패키지가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그런 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면 기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 월급을 받았다고 쓸 생각부터 하다니! 나란 녀석...
긴 세월 동안 동안 첫 월급을 4번이나 받은 나는월급을 받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돈이 넘치도록많이는 필요 없지만 적당히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이다. 내가 번 돈으로 부모님들께 용돈도 드릴 수 있고,가족들이 외식도 할 수 있고, 친구에게 작은 선물도 사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들 돈을 버는 거구나... 하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벌써 다음 달 월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