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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pr 11. 2024

그래서 다들 돈 버는 거구나

첫 월급의 기억들

나의 첫 사회생활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몇 군데 이력서를 넣고 지방과 서울로 면접을 두 군데 보러 갔다가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갑자기 출근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급하게 집을 구하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맡게 되었던 익숙하지 않은 수업과 다양한 아이들을 만난 3월. 당연히 한참 동안 적응되지 않았다. 4월이 되어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쉬는 날 없이 출근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하던 날들, 때론 선배들의 기에 눌려 눈치를 보던 시절이었다.



그것이 최초의 직장생활이었다. 그때 받았던 첫 월급이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엄마의 가르침에 따라 첫 월급부터 커다란 액수의 적금을 부었었다. 그 적금이 나중에는 목돈이 되긴 했지만 월급이 입금되자마자 커다란 액수가 떼어져 버리니 수중에 별로 남은 것이 없었다. 적금과 월세 그리고 남은 돈은 생활비로 다 써버려서 대체 이렇게 조금 벌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내복을 사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언제 적 얘기) 내복보다는 현금이 좋으실 같아서 현금을 봉투에 넣어 드렸다. 그리고도 몇 달을 더 용돈을 드렸던 것 같다. 그러다 너무 작고 소중한 월급에서 매달 부모님 용돈까지 드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관두었던 기억이 있다.



이 글을 쓰다가 그보다 몇 년 전 아르바이트비로 받은 월급이 생각났다. 그 당시의 나는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그 한 달 치 월급을 몽땅 써서 반지 하나를 사버렸었다. 그래서 더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다. 그 반지는 수년간 내 손에 자리하고 있다가 지금은 서랍장에 잘 간직하고 있다. 지금 보면 그걸 왜 샀나 싶지만 여전히 그 반지를 보면 주말에 열심히 알바를 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만큼 세월이 흘러서야 아르바이트비로 반지를  사다니 제정신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한 달 동안 번 돈으로 고작 반지 하나를 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가 대체 날 뭐라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과연 엄마가 이 사실을 알긴 할까?)







정식으로 취업을 한 후에 몇 년간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해외로 가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은 일을 쉬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다시 용기 내어 재취업했었다. 직업 특성상 돈이 크게 벌 수는 없어 그렇지 일을 구하는 것은 언제든 원하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구했으니까 아침 9시에서 출근해서 1시 ~2시 정도에 퇴근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오던 퇴근길의 공기를 잊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다니는 직장은 활력소였다. 그때의 받았던 첫 월급도 작고 소중했다. 그냥 계속 렇게 적게 일하고 적게 벌고 싶었다. 그러다 언제고 월급이 더 필요해지면, 일이 익숙해진 후에 풀타임 정직원으로 취업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꿈을 꾸기도 전에, 하필 오랜만에 취업한 곳이  6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일하지 말라는 하늘의 신호인가?



 




또 2년을 넘게 쉬다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번이 4번째 첫 월급이다. 이제는 더 이상 첫 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받은 월급이라 또 신난다. 역시나 이번에도 작고 소중한 월급이라 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월급을 잘 사용할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양가 부모님들께 용돈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5월 어버이날즈음 시부모님께서 제주로 방문하는데, 맛있는 식사도 하고 용돈도 드리면 좋을 것 같다. 지난번 방문 때 내가 제주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하니 꽤나 놀란 눈치셨다. 그래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셨다. 사실 그동안 아이가 어려 일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셔서 일하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까 했는데, 함께 보낸 세월을 생각하면 더 이상 눈치 볼 며느리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렸다. 아마도 자주 찾아뵙기 어려울 같습니다(원래도 서울에 자주 가지 않았지만)라는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월급날은 친구의 생일이었다. 미리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갖고 싶다는 나의 프랑스자수 작품과 편지를 함께 택배로 보내주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마침 월급도 받았겠다. 그동안 친구에게 사주고 싶었던 작은 화장품을 선물로 보내주었다. 패키지가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그런 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면 기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 월급을 받았다고 쓸 생각부터 하다니! 나란 녀석...



세월 동안 동안 첫 월급을 4번이나 받은 나는 월급을 받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돈이 넘치도록 많이는 필요 없지만 적당히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이다. 내가 번 돈으로 부모님들께 용돈도 드릴 있고, 가족들이 외식도 있고, 친구에게 작은 선물도 사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들 돈을 버는 거구나... 하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벌써 다음 달 월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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