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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Dec 05. 2024

정리 수납 어린이 3

냉장고

찬바람이 불어온 지 한참 지나서야 두툼한 겨울 옷을 꺼내기 시작했다. 춥기는 하지만 11월에 기모를 꺼내서 입기엔 너무 이르다 생각했고, 12월이 돼서야 완연한 겨울 옷으로 꺼내놓았다.

다시 몸서리치게 추운 겨울이 왔다. 긴 여름을 보내고 가을 옷을 꺼낸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이라니...



아이의 작아진 가을 옷을 하나둘씩 정리한다. 그리고 작년에 잘 챙겨두었던 작아진 겨울 옷과 함께 모아둔다. 이 중에 괜찮은 몇 가지를 골라 친구에게 보낼까? 아니면 재활용품 함에 다 갖다 넣을까? 그것도 아니면 가까운 이웃에게 나눔을 해볼까? 하고 고민에 빠진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 정리를 하게 된다. 아이는 아주 조금씩 티도 나지 않게 자라는데, 미묘하게 옷이 조금씩 작아지니 원치 않아도 매번 교체해 줄 수밖에 없다. 나중에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우리 가족의 사계절의 옷이 다 모아져 있는 옷방을 가지고 싶다. 그러면 더 이상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 그때면 아마 사계절의 옷을 한눈에 보며 더 이상 옷을 사지 말아야 할 텐데 하고 생각하겠지?









오늘은 정리수납 수업에 다녀왔다. 그리고 드디어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벼르고만 있었던 냉장고의 정리 수납 방법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숙제로 냉장고 정리 과제를 받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어쩔 수 없이 냉장고를 열었다. 분명히 두 시간 동안 냉장고 정리법에 대해서 배웠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했다.



일단 냉장고부터 스캔했다. 냉장고에는 두부, 계란, 김치, 치즈, 우유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아래 보통 신선칸으로 불리는 수납칸이 3개가 보인다.



일단 보이는 것 중에 버려야 할 것을 구분했다. 그중이 오랫동안 먹지 않고 잊고 내버려 둔 한약을 정리했다. 그리고 양념 소스 중에 담아놓기만 하고 오래된 것을 꺼내 버렸다. 냉장실은 주기적으로 정리는 하고 있어 이 정도로 끝이 났다.



냉장고에는 고추장, 된장, 모과차, 잼, 소스등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주로 아래 수납칸에는 야채를 넣어야 하는데 냉장고에 넣어놓는 야채가 많지 않아 한 칸에 그 소스들을 몰아서 놓았다. 그리고 다른 수납 한 칸에는 포장된 냉장식품등을 모아놓았다. 냉장고 여기저기 놓여있던 것을 종류별로 구분해 놓으니 조금 깔끔해 보인다.



냉장고에는 물건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냉장고에 오래 못 있는 음식은 거의 소분되어 냉동실에 넣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간결한 부엌을 꿈꾼다








그러니까 우리 집 냉장고의 문제는 냉동실이다. 냉동실에는 음식이 좀 많다. 또래보다 작고 마른 아이에게 골고루 먹이려 산 여러 종류의 고기들이 소분되어 들어있다. 주로 닭, 소, 돼지, 생선은 기본으로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냉동식품이 주를 이룬다. 치킨너겟, 만두, 볶음밥등이 있다. 그 외에 얼려진 파와 버섯, 호박, 밤, 대추 등이 있다.



그리고 평상시 음식을 넉넉히 해서 남은 것은 냉동실에 넣어놓고 하나씩 꺼내어 먹는다. 그러면 요리를 자주 안 해도 되기 때문에 평상시 음식을 넉넉히 하는 편이다.



최근에 공구로(처음 사보았다) 산 돈가스와 떡갈비가 보관되어 있다. 게다가 빵도 사면 한 번에 다 먹지 못해 남은 것은 얼려놓고 먹기 때문에 그것도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 그래서 냉동실은 냉동실에 비해 내용물이 가득 차 있는 편이다.



평상시에도 냉장고 냉동고에 있는 것을 잘 파악하는지라 이번 냉동실을 정리하기 위해 살펴보았는데 눈에 거슬리는 것은 세 가지였다. 만일을 대비해 얼려진 밥과 미역국을 끓이고 남은 미역이 얼려진 것이 두 팩이나 있었다. 밥은 언제든 꺼내어 데워 먹으면 되지만 이미 밥솥엔 늘 밥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얼린 밥을 먹는 일이 많지 않아 보관기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미역은 얼려진 지 조금 된듯하여 아마도 버려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는 나의 냉장고에 대해 다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냉동실에서 엄마가 지난번 양념에 재워준 고기를 발견했다. 충격이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음식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둘러 냉동실 정리를 시작했다. 종류별로 고기류 한 , 만들어서 얼려둔 음식 한 칸, 인스턴트 음식 한 칸, 야채나 등등의 재료 두 칸이 나왔다. 그중에 만일을 위해 냉동실에 놓은 밥은 냉동실을 정리하고 바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어버렸다.



이렇게 가득 찬 냉동실을 보면 나도 마음이 불편하다. 나도 때마다 마트에 가서 사다 해 먹고 싶지만 우리 집에서 마트를 가려면 최소 20분은 차를 타고 가야 하고, 인터넷에서 주문을 해도 마트가 한 곳만 배송되는 탓에 최소 2~3일은 걸린다. 무엇보다 주중에 마트 한번 가는 것이 너무 피곤한 요즘이다. 그러니 이러한 이유로 냉동실이 조금 차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건은 보관장소의 70% 채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것보다 가득 찬 냉동실은 보니 조금 불편해진다. 일단은 당분간은 가지고 있는 음식을 잘 먹으며 줄여가도록 해야겠다. 앞으로는 조금  홀쭉해진 냉동실을 기대해 봐야겠다.




(왼) 냉동실 정리 전 후 (오)






어느덧 정리 수납 클래스의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끝이 아쉽지 않은 것은 때마다

과제를 내주시기 때문에 이곳저곳 일부러라도 조금씩 정리하게 때문이다.



선생님은 수업 중간중간마다 '나의 상황에 맞는 정리, 수납'을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아직 나의 상황과 기준을 잘 모르겠다. 지금 하고 있는 정리 수납이 과연 정답인지 모르겠어서이다.



클래스에 가서 이론을 배우고 집에 와서 정리를 하다 보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도 정리수납 클래스를 들은 이후로는 조금 집안을 깨끗하고 청결하게 그리고 안 보이는 곳도 정리해 놓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아직 완벽한 집을 꿈꿀 수는 없으니 조금씩 완전한 집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아마도 정리 수납 어린이가 크는 시간은 오래 걸릴 예정이다.



오늘도 글을 마치고 집안을 한번 살펴봐야겠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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