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01 ~ `22.11.30. 육군 부사관 복무
군대에 가기 전의 나는 아무런 꿈도, 희망도, 살아 숨쉬는 이유도 없었다. 그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마려우면 싸는 인생이었다.
학창시절에 대한 내 기억은 오직 게임 뿐이다.
밤새 게임을 하다 아침이 되어 학교에 가면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엎드려 자기 바빴다.
선생님들은 나를 직접 깨우기도 하고 큰 소리로 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그저 잠만 잤다.
심지어 한번은 수업이 너무 시끄러워서 헤드셋을 끼고 자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지금은 그저 그 당시의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만 가득하다.
그런 학창시절을 보낸 내게 장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리 만무했고,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에는 당연하게도 들어갈 수 없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1~2년 간은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저 놀면서, 게임과 코인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군대에 가게 되었다.
사회에 있어 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대변제조기일 뿐이었음에도 2년을 낭비하게 생겼다며 투덜거렸다.
내가 병사로서 입대를 한 것은 18년도 1월이었다.
육군 훈련소에 입소한 나를 맞이한 것은 최저기온 영하 15도를 밑도는 날씨였다.
나름 추위에 강한 편이라 자부하던 나였지만, 바지가 선 채로 얼어붙는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의 추위에 나조차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했다.
춥고 힘든 훈련소를 마치고 나니 막상 자대에 배치받았을 때는 모든 것이 할만했다.
사회에서 갖고 있었던 이기적인 마음은 변치 않았기에 일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맞선임에게 혼나기도 했지만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쉬웠다.
내가 이 일을 계속 하고싶다고 생각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일 큰 메리트는 20년만 군 복무를 하면 연금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당시의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에 20년을 복무할 수 있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일이 할만하다는 생각을 하게되니 나는 자대에 배치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역 부사관에 지원했다.
내가 현역 부사관에 지원하자 시험 합격을 위해 지휘관 분들과 미래의 선배 부사관님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고 그 덕에 한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필기 시험에서 가장 걱정이었던 한국사를 커트라인으로 아슬아슬하게 합격한 것이다.
그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부사관 학교와 병과 학교, 2개의 학교에서 합계 6~7개월 가량의 시간을 들여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모두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매일같이 최선을 다해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부사관 학교에서는 인사담당관이라는 역할을 맡아 중대 인원들과 관련된 행정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며 교관님들을 도왔고, 병과 학교에서는 자대에서 쌓은 약간의 업무 경험과 그 이해도를 뽐낼 기회가 있었기에 감사하게도 1등이라는 성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자대에 복귀한 나는 장기복무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고 부사관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성취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내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되었던 첫 성취라고 할 수 있겠다.
간단히 말해 코인이다.
21년도 9월쯤에 메타버스 붐에 올라탄 코인을 초기에 매수할 수 있었고, 손에 쥐어보지는 못했지만 7억원이라는 숫자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CoinMarketCap에 등록되기도 전에 0.16달러라는 가격에 1500만원을 투자했고, 월급을 받을 때마다 추가매수를 진행했다.
코인 가격이 1달러가 넘어갔을때는 워렌 버핏? 켄 피셔? 모두 다 내 밑이라 생각했다.
최고가인 8.94달러를 기록했을 당시에는 시그니엘에 가서 살겠다는 말을 진지하게 하고 다녔을 정도다.
물론 이후의 차트를 보면 알겠지만 코인 가격은 몇 달에 걸쳐 하염없이 하락했고, 나는 그 몇개월 간, 그리고 지금까지도 단 1개의 코인도 팔지 못한 채 하락을 그대로 다 얻어맞았다.
모든 월급을 코인에 투자했기에 내 수중에는 한 푼도 없었지만 더이상 하사 3호봉, 170만원 받는 생활에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삶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숫자로만 볼 수 있었던 7억원을, 아니 그 이상을 손에 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 목표는 바뀌었다.
기존의 목표인 20년간 복무 후 43살에 전역해 군인 연금으로 월 120만원 받으며 소일거리로 밥값 정도 벌어먹는 삶에서, 내 능력을 최대한으로 키워 큰 돈을 벌 수 있는 삶으로 말이다.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결심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이때의 나는 여전히 생각없는 멍청이였다.
코인 가격이 올랐던 것은 내 투자 실력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봤을 땐 투자로 돈을 벌어보지도 못했으면서 투자 전문가가 되겠다며 전역을 결심한 것이다.
투자는 공부하면 할수록 오히려 공부할 것이 많아졌다.
차트와 감에 의존해 투자하던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투자에 관련한 각종 법도 읽어보고 재무제표라는 것을 살면서 처음 접해봤다.
내용을 이해하는게 많이 어려웠지만 대략적인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을 때, 이젠 가치평가를 위한 각종 기법들이 차례차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어려운 공식들을 이해해야 했고 시장참여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하는지를 모두 알아야 했다.
투자를 위해서는 수많은 지수를 관찰하고 각종 공식을 활용해 기업을 분석해야 했으며 투자를 위한 가설을 작성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내 가설이 옳은 가설이라 할지라도 시장이 내 가설에 동의하고 따라와주지 않는다면 절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쯤되니 투자는 운으로 하는 도박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과 인내심이 필요한 행위라는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충분한 돈이 없다면 그 투자가 성공적이라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분석과 인내로 1년 간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해도 자본금이 1000만원일 때의 2배와 1억원 일때의 2배는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전업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먼저 큰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나는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업을 할 때는 큰 규모의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본 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요로 하는 농산물 시장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던 중 3월달에 예비창업패키지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즉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사업아이템은 농산물 생산자가 판매 농산물과 판매 수량, 판매 희망가를 등록하면 해당 농산물 카테고리에서 가격순, 판매자 등급 순으로 필터링, 정렬해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농산물 시장은 쿠팡, 컬리 등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다. 게다가 전역하고 2개월 가까이 투자공부만 하다보니 어느새 2월이 되어 있었기에 제대로 된 시장조사나 팀원 모집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프로그래밍도 할 줄 몰라 외주로 앱 개발을 하려고 했던 내가 쿠팡, 컬리 등의 강력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살아남기란 누가봐도 불가능했고, 내 첫 사업 도전은 서류평가에서 탈락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4월 말, 서류평가에 탈락을 하고나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보니 무모한 도전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나 혼자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모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풀스택 개발과정에 블록체인까지 배울 수 있는 지금의 직업훈련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젠 Svelte와 NestJS로 간단한 커뮤니티 사이트정도는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은 되었다.
새삼스럽지만 사실 완전히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내가 생각한 것은 누군가가 한번쯤 생각한 사업아이템일 것이고 그 제품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고 있을 확률이 높다.
사업으로 성공해 큰 돈을 벌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서비스와 너무나도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 큰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삶을 살게되면 결코 목표를 이뤄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렇게 또다른 목표를 찾아 헤메던 내게 얼마 전, 평생에 걸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인생을 게임처럼 즐기며 살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요즘은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주위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며 그 방법을 생각, 개선해나가고 있다.
큰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서비스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사용해줬으면 하는 더 큰 욕심이 생겼다.
앞으로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내 성장과 함께 성장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그 과정을 이곳 브런치에 기록한다.
내가 배운 것을 기록하고 스터디를 만들거나 영상을 찍어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한다.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자세를 의식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한다.
내게는 돈도 실력도 경험도 없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 서비스를 만들어봤자 그 퀄리티는 기본 앱보다도 뒤떨어질 것이 눈에 훤하다.
그러나 낮은 퀄리티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일단 완성시키고 서비스까지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서비스를 만들어 출시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