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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스토리텔링 Jan 01. 2023

증오와 분노로 복수가 유일한 꿈이 된 사람

체로키 인디언의 두 마리 늑대이야기

이번주엔 원래 브런치에 글도 쓰고 지나간 한 해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싶어 휴가까지 냈는데 엘든 링 게임(Elden Ring)을 하다 그만 시간이 다 가버렸다. 밥을 먹는 시간도 아까워 라면으로 때우며 일주일 내내 하루에 열두 시간씩 게임만 했다. ^^;;  엘든 링은 2022년의 게임으로 선정됐는데 스토리라인과 맵의 구성이 방대하고 제일 강한 보스인 멜라니아를 죽였을 땐 너무 기뻐 남편과 껴안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원래 Single Player 게임이지만 mod (게임을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게 세팅할 수 있는 일종의 cheating plug-in)를 깔아 남편과 Coop 플레이를 했다. 필드와 던전이 유연하게 연결된 방대한 세계와 생생하고 예술적인 그래픽, 그리고 아름답고 웅장한 배경 음악으로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사이어 마을등의 숲 속이 연상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은 영화보다 책에 더 많은 감명을 받았는데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마을들의 모습이 게임 속의 마을과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든링은 작가 죠지 마틴(George R. R. Martin, GRRM)이 감독인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스토리 라인에 세계관을 설정했다. 게임 중독의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게임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도 있긴 하지만 게임도 문학 작품만큼 깊은 감동을 주고 사람의 영혼을 풍부하게 해주는 창작활동이라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사실은 소설보다 게임을 더 좋아한다. 어쨌든 상상을 초월한 이 게임의 광대함과 풍부한 다양성에 압도당했고 거기서 오는 감동으로 마지막엔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오늘은 Netflix에 들어가 K 에피소드 송혜교 주연의 The Glory를 보았다. 청소년 시절 왕따를 당한 동은이가 왕따를 주도한 연진과 그의 친구 그리고 그 친구들의 편에 서서 인격적 모독을 가한 선생님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물론 왕따 과정에서 동은이의 몸과 영혼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져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증오와 분노뿐이고 결국 연진에 대한 복수가 그녀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 된다. 4편까지만 보아서 결론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스토리 전개상 동은이는 잔인하게 복수를 하게 될 테고 원하는 목적을 이룰 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오징어 게임만큼이나 큰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횡설수설 말이 길어졌다. 한국 문화와 K-Pop을 좋아하는 여러 명의 친구가 있다. 대부분 Netflix 에피소드를 통해서 한국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친구들인데 어떤 땐 Netflix에서 좀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보면 내게 한국 사회가 정말 그러냐고 묻기도 한다. 어떤 것은 잘 대답해 줄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은 이젠 한국을 떠나온 시간이 길어 사실은 나도 잘 대답해 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친구들이 이 에피소드를 보고 한국 학교의 왕따에 대해 묻는다면 대답해 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일 것 같다. 적어도 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한 사람의 인생을 증오와 분노로 이끌어 정신세계까지 완전히 파괴해 버리는 이런 극단적이고 슬픈 왕따 문제는 없었던 걸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냐는 동은의 질문에 낄낄거리며 ‘넌 한마디로 사회적 약자라는 거야’라는 어린아이들의 사고방식과 그릇된 정서가 너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가 그대로 교실로 옮겨와 아이들의 권력이 되고 그 서열에 몸을 굽히는 선생님들의 태도와 학교 문화 또한 정말 상상하기 조차 싫은 장면이었다. 다만 이 이야기가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왕따 혹은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위해 작가가 꾸며낸 순도 100프로 상상물임을 바랄 뿐이다. 실제 한국 사회와 아이들은 에피소드 속의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건강하고 선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체로키 인디언 문화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두 마리 늑대 이야기로 글을 맺는다.  


‘내 안에 선 늘 두 마리의 늑대 놈이 싸우고 있어’  할아버지가 말했다. 

한놈은 분노, 질투, 연민, 후회, 욕심, 오만, 자기 비하, 죄책감, 모욕, 열등감, 거짓, 그릇된 자존심, 우월감 그리고 자만심이야. 

그리고 다른 놈은 즐거움, 평화, 사랑, 희망, 고요함, 겸손, 친절, 선함, 동감, 관대함, 진실, 연민 그리고 믿음이지. 

'그 두 놈의 싸움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 네 안에도 다른 사람들의 내부에도 똑같은 싸움이 일어나고 있단다'. 

손자가 잠시 생각하다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떤 놈이 이길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I have a fight going on in me,” the old man said. “It’s taking place between two wolves. One is evil – he is anger, envy, sorrow, regret, greed, arrogance, self-pity, guilt, resentment, inferiority, lies, false pride, superiority, and ego.”

The grandfather looked at the grandson and went on. “The other embodies positive emotions. He is joy, peace, love, hope, serenity, humility, kindness, benevolence, empathy, generosity, truth, compassion, and faith. Both wolves are fighting to the death. The same fight is going on inside you and every other person, too.”

The grandson took a moment to reflect on this. At last, he looked up at his grandfather and asked, “Which wolf will win?”

The old Cherokee gave a simple reply. “The one you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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