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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스토리텔링 Feb 15. 2024

2024년 올해도 그냥 달린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날 수 있으니까 이유를 묻지 않고 그냥 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달리기를 한 건 아니었다. 이십여 년 전 검도와 마라톤에 빠져있던 한 회사동료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그 동료의 도움을 받아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그 친구와 마라톤까지 뛰게 되었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지만 내게 달리기를 알게 해 준 그 친구에게 감사하며 이 글을 바친다.  


가끔씩 스쳐가는 작은 바람에도 괜히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운동화하나 달랑 거쳐 신고 풀과 나무와 새와 강과 호수 그리고 하늘을 보며 달린다. 그러다 보니 달리기는 이젠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이 되어버렸고 달리지 않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매일 같은 장소를 달리지만 자연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살아 숨 쉬는 것 하나만으로 이 세상 모든 생명은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것. 어떤 모습을 띄던 그 모든 살아있음은 지극히 아름답다는 것. 길 위에 치여 죽어있는 동물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 아픈 게 내 본성이라는 것.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들이 말하는 언어가 참으로 고요하고 깨끗하다는 것. 하늘을 나는 새들은 날 수 있으니까 이유를 묻지 않고 그냥 난다는 것. 그러나 어느 순간 사나운 폭풍이 밀려와 이 아름다운 것들을 와르르 부숴버릴 수도 있다는 것. 그래도 다시 일어나 달리는 게 우리의 삶이라는 것. 자연의 속삭임이 들릴 때마다 셀폰을 꺼내 들고 그 순간 나무와 꽃과 새와 하늘의 모습을 담는다. 자연에서 느끼는 은밀한 감동을 언어로는 어떻게 전할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그 모습들을 담아둔다면 그 순간 자연의 일부로 같이했던 내 존재의 의미를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2024 올해도 추운 겨울의 숨이 채 가시지 않은 2월의 땅바닥을 뚫고 올라와 일찌감치 꽃을 피우는 크로커스와 수선화가 신비롭고 아름답다. 그 모습에 취해 달리다 말고 한참 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땅냄새를 맡으며 꽃들과 함께했다. 목적지도 모르는 지난한 삶 통과하며 그래도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오늘도 달리며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며 잔차를 타며, 2024년 1, 2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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