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냉장고에 김치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뚜껑 한쪽이 부서져 살짝 틈이 벌어진 오래된 반찬통이 범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과일이나 빵 등 냄새 걱정 없는 음식만 넣었다 보니 냄새가 샐 수 있단 생각을 전혀 못 했네요.
낡은 물건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벌을 이렇게 받나 싶습니다.
처음엔 좀 참을만했는데, 도저히 견딜 수 없더라고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담아도
냉장고만 열면 원치 않는 시큼한 김치 냄새가 저를 반겨주니 참으로 불쾌했습니다.
그렇게 집 앞 슈퍼에 가서 냉장고 탈취제를 찾아보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냉장고 탈취제는 없더군요.
나름 큰 슈퍼라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한 제가 너무 물렀나 봅니다.
결국 습관처럼 쿠팡을 켜고 몇 번의 검색과 비교 끝에 탈취제 2개를 구매했습니다.
냉장고 탈취제를 산다는 것도 참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소유한 가전제품의 유지/관리를 위해 뭔가를 사는 행위‘잖아요.
‘내가 소유한 가전제품’이란 단어의 위압감도 이루 말할 것 없지만, ‘유지/관리’라는 것이 정말 어른의 용어라고 느꼈습니다.
유지/관리라는 것은 결국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냉장고 탈취제를 뜯은 지 3일째. 어느덧 김치 냄새는 서서히 빠져가고 있습니다.
사용 기한이 90일이라고 했으니, 그때쯤이면 이미 제 냉장고는 쾌적해져 있겠죠.
제 가벼운 책임감을 냉장고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냉수 한 잔을 꺼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