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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12. 2024

어쩌겠나, 살아가야지

억울하지만 말이다.

 한주가 끝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월요일이 되면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곤 한다.

'업무 메일에 FWD:RE 등이 붙어 있으면 어쩌지?'

'컨플루언스에 내가 언급되어 답을 하라고 하면 어쩌지?' 등의 긴장감 말이다. 

다행히 이번주는 출근하여 사내 업무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였는데, 그런 일이 없어서 참 좋았다. 

'이번 한 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잠깐 가졌었는데, 정확하게는 출근 후 두 시간 여가 안되어 깨져 버렸다.


 시작은 서비스 에러 모니터링 Alert으로 시작했다. 업무를 보고 있던 중, 사내 메일로 시스템 운영 간 에러 메시지가 출력되었다는 알림을 받고 곧바로 확인을 해보았었다.


'뭐지, 이런 에러가 왜 뜨는 거지? 이 구간은 우리 쪽이나 상대방 코드 반영작업이 없는 시간대인데'

평소 우리 서버에서 항상 잘 연결되어 데이터를 송 수신하던 네트워크 구간이었다. 게다가 상대방서버도 우리 서버도 애플리케이션 반영 같은 건 공지된 바 없고, 하지 않은 상황. 뭔가 이상했지만, 일단 그대로 두었었는데,


"빛담님, 현재 서비스 중에 특정 페이지가 접속이 안되고 있는데 확인 부탁 드립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알림메일을 수신 후, 오래지 않아 고객의 메신저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마음이 다급해진 나는 코드 체크 및 네트워크도 함께 살펴보았다. 


 IT서비스를 개발 및 운영하다 보면 흔하게 발생되는 이슈 트래킹의 과정이긴 한데, 이번 이슈 건과 관련해서는 우리 서버에서 호출하는 '상대방 서버'로 향하는 구간, 혹은 해당 서버에서 처리되는 과정에서의 이슈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상대방 서버를 관리하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었다.


"빛담, 우리 쪽 서버로그 확인했는데, 네가 이슈라고 이야기한 시간에 트래픽 진입 자체가 없었어"

"어, 정말요? 뭐지..."


 우리 쪽에는 이슈 로그가 찍혀있지만, 우리가 호출한 상대방 서버 로그에는 찍혀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고객도 점차 나에게 이슈 체크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었고, 나는 정신 차리고 코드레벨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서, 시간을 두고 좀 더 냉정하게 체크를 했어야 했다.)

 확인 결과, Core로직을 처리하는 부분은 아니었고, 그 뒷단에 이력을 남기는 부가 기능에서 오류가 나는 것을 확인하여서, 우선 중간보고를 한 뒤 긴급 배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근데.. 너무나도 이상했다.


 말이 좋아 부가 기능이지, 결국 상대방 서버로 우리가 요청한 데이터 form과, 상대방이 우리에게 준 ack 및 응답값을 저장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우리와 상대방 서버가 알지 못하는 네트워크 구간의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아무리 부가 기능을 없애는 코드로 긴급 배포를 해도 소용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빛담님, 접속되네요, 혹시 배포하신 걸까요?"

"어.. 아닙니다. 지금 되나요?"

"네.. 어, 지금은 또다시 안되네요"

"아.. 네 긴급 배포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봐, 분명히 이상했다. 우리는 한 게 없는데, 되고 안되고를 하는 게 너무나도 이상하였다.

 여하튼, 나는 코드 수정하여 긴급 배포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 있었는데, 그 와중에 나는 새로운 사내 메신저창에 초대되어, 그들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알림이 깜박깜박 울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무슨 작업이 있으셨을까요?"

상대방 서버 측 담당자분께서, 다른 분야 담당자를 초대해 문의를 하셨다.


"네, 오늘 작업이 있어서 진행하다가, 이슈를 발견하여 우선 원상 복귀를 해 둔 상태입니다."


 앗, 그랬구나.. 내가 미쳐 생각하지를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 당시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이슈라고 생각이 드니, 나의 시야가 자연스레 좁아진 것이었다. 결국 우리도, 상대방 서버 측도 잘못한 게 아니라, 그 중간 어느 사이의 또 다른 작업으로 인한 이슈였음이 판명되었다.


'어 어쩌지..? 긴급 배포를 준비하고 있는데, 안 가도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의 슈퍼바이저는 나에게 긴급 배포를 고객사에 보고한 대로 하고, 해당 코드 이슈로 인한 접속 불가 건이었으며, 배포 후 정상적으로 동작된다고 보고를 했으면 한다고 부탁을 하였다.

 아울러 그는, 지금 우리 팀에서 이슈보고를 내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일 거 같다며, 이슈를 낸 그 팀의 문제점이 파헤쳐져 더 큰 이슈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도 덧붙였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상사의 가이드대로 행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와 우리 팀의 잘못이 아니지만, 나는 현업과 함께 있는 메신저 창에 '죄송하다'며 거듭 양해를 구하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받게 되었다. 끝내 우리 서비스가 가지고 있던 pain포인트에 대해 오픈하고 이 부분을 잘 고쳐 나가겠다는 문서를 작성하여 현업 담당자에게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군 생활 말미에 비슷한 일이 있긴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전역을 앞둔 장교였는데, 부대 내 보안사고가 터져 누군가 경고장을 수령해야 할 일이 생겼었다. 그때 나의 상사는 나를 조용히 불렀다.

"전포대장, 미안하다. 네가 경고장을 좀 받아와야겠다."

"네? 제가요..?"

"그래, 너는 곧 집에 가잖아. 나는 군생활을 오래 해야 되거든"

 하는 수없이 내키지 않지만 부대 보안사고에 대한 경고장을 내가 받을 수밖에 없었고, 나의 상사의 상사, 즉 그 당시 대대장은 그걸 가지고 나에게 또 안 좋은 소리를 수도 없이 늘어놨던 경험이 떠올랐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이성을 찾고 이슈 후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복기해 보았다.

 우리 팀이 잘못한 이슈인 줄 알았는데, 사실 다른 팀에서 낸 잘못이었다. 하지만, 팀 내 영향도와 파급력을 고려해 결국 내가 해당이슈에 대해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나는 팀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 팀은 어느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도 잘못을 저지른 팀의 담당자 어느 누구도, 새로 초대된 이슈 논의방에서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없었다. 이건.. 한참 잘못된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일과 관련되어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이 결정을 내린 상사에게 메신저를 통해 문제를 일으킨 그 팀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상사는 누구보다 더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다고 하였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강하게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 명령을 하겠다고 하였지만, 그렇게 되길 바랄 뿐. 실제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어 보였다.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진 않겠지만, 필자가 이슈를 낸 담당자의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정리 된 이후,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할거 같다. 본인들의 잘못도 아닌데 책임을 떠안게 된 그 팀은 무슨 죄란 말인가. 

 결국, 나는 우리 팀원들과 현업 담당자들에게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넣어둔 코드 부분에서 오류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죄송해요. 저희가 잘못한 건 아님에도... 일이 좀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그럴 때, 잘못을 인정하고 더욱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할 때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감명을 받게 된다. 

이번 건은, 잘못을 일으킨 사람이 그런 감명을 나에게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으니, 앞으로도 그에게 기대조차 안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나는 정면교사를 만나지 못했다. 반면교사를 만나 또다시 '나는 안 그래야지'라는 교훈뿐을 배울 수밖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얻은 거 없이,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겠나, 살아가야지. 그러라고 월급 주는 거라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좋게 생각하자. 얻은 게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의 상사와 이슈를 만든 그 팀은 나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하자. 언젠가 그 빚, 내가 이자까지 회수하면 된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쓸쓸한 계절이 지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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