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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갱현 Feb 10. 2022

흔한 소재, 유니크한 음악

Kep1er - <FIRST IMPACT>

About Kep1er


    CJ E&M의 음악 방송국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을 통해 데뷔한 케플러(Kep1er)는 한, 중, 일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다국적 케이팝 걸그룹이다. 이전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해 12주간 진행된 소녀들의 데뷔를 위한 여정은 1퍼센트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 트렌드를 주도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듀스 시리즈 이후 처음 선보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투표 방식, 악마의 편집 등 논란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초동 앨범 판매량 20만 장 돌파, 각종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1위의 순위를 기록하는 등 케이팝 팬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으며 그들의 첫 번째 앨범 <FIRST IMPACT>가 발매되었다.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을 따서 만든 ‘Kep1er’라는 그룹명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했다는 의미의 ‘Kep’ 하나가 되어 정상을 향해 가겠다는 ‘1’의 의미를 담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부터 이 그룹의 세계관과 콘셉트를 엿볼 수 있었다. 한, 중, 일 각국을 하나의 행성으로 표현해 다른 행성에서 온 소녀들이 하나의 행성에서 꿈을 이루는 것으로 프로그램 진행 과정을 표현하였다. 요하네스 케플러의 우주와 관련된 과학법칙을 케이팝으로 표현한 것은 인상적이고 신선한 시도다. 다만 이어 설명할 앨범의 내용과 같은 맥락으로 아직까지는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외하고 세계관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른 콘텐츠는 아직 없는 상태다. 하지만 케플러는 타 케이팝 그룹들보다 세계관의 필요성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이미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들이 겪어온 여정을 대중들이 지켜 봐왔기 때문에 ‘익숙함’을 얻은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큰 자본이 투입된 그룹답게 <FIRST IMPACT>는 화려한 작가진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화사의 ‘멍청이’ 작곡가로 이름이 알려진 박우상 작곡가, 수많은 음원을 제작한 그룹 프리즘필터(PRISMFILTER)와 모노트리(MonoTree)의 작가진들을 포함해 다양한 해외 작가들이 투입되었다.


In <FIRST IMPACT>


     케플러의 커리어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 ‘See The Light’는 그들의 세계관을 ‘빛’이라는 소재에 빗대어 표현한 가사와 우주를 탐험하는듯한 이미지를 표현한 댄스 곡이다. 인트로의 몽환적인 신디사이저와 사이렌 소리는 ‘빛’이라는 소재를 표현하는듯하다. 첫 트랙이지만 강렬한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사운드는 타이틀곡인 ‘WA DA DA’에서도 이어진다. 프리 코러스에서 몽환적인 앰비언트를 강조하고 후렴에서는 강렬한 베이스를 활용해 반전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걸그룹에서는 흔히 들을 수 없는 강렬한 비트 기반의 하우스 장르의 곡은 케플러라는 그룹을 에너제틱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베이스와 킥은 묵직하고 파워풀하며 프리 코러스의 윈드 계열 신디사이저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훌륭한 사운드 메이킹이 이뤄졌다. 아쉽게도 앨범 크레딧의 정식 설명과 같은 러블리한 매력은 후렴의 멜로디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나머지 부분의 멜로디는 확실히 러블리함보다는 파워풀함에 치중해있다. 아쉬운 부분은 가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기다려온 모험을 앞두고 멈추지 않고 달려갈 것’ 이 한 문장으로 노래 가사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서사가 기반이 되어 음반이 제작되었기 때문에 짧은 내용의 이야기를 대중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겠으나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을 시청하지 않은 대중에게는 그 ‘모험’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다음 트랙 ‘MVSK’는 하나의 콘셉트에 안주하지 않은 사운드는 하우스 기반의 비트로 시작해 퓨처 사운드, 디스코, UK 개러지 등 다양한 무드를 선보인다. 후렴 전 빠르게 휘몰아치는 빌드업과 이어지는 리듬 체인지는 그야말로 우주를 빠르게 지나가는 듯한 이미지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 같은 가사를 통해 현실의 ‘MASK’를 벗고 새로운 세상으로 자신들과 함께 가길 원하는 힘찬 가사는 곡의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 SM 엔터테인먼트의 그룹 ‘레드 벨벳(Red Velvet)’ 이후 수록곡에 이렇게나 정성을 들인 앨범은 오래간만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Shine’에서야 비로소 케플러의 러블리한 매력이 드러난다. 귀여운 인상을 남기는 다양한 신디사이저와 글리치 사운드는 멤버들이 이야기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순수함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그다음 트랙인 ‘Another Dream’은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곡인데,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벗어난 장르 선택이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돌 앨범이라면 꼭 하나는 있어야 하는 공식이 되어버린 발라드 곡은 케플러와 케이팝 팬들의 수요를 만족시켜줄 수 있더라도 일반 대중에게는 감상의 흐름을 해칠만한 요소다. 마지막 곡 ‘O.O.O’에서 이전 무드가 다시 돌아온다. 강렬한 저음으로 끌고 가던 무드는 후렴에서 컴플렉스트로적인 무드로 장르 전환을 이뤄내는데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다만 이어지는 부분의 힙합 장르로 리듬이 전환되는 부분은 곡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https://youtu.be/n0j5NPptyM0

Kep1er 'WA DA DA' Official Music Video


After <FIRST IMPACT>


    ‘당당’, ‘순수’, ‘사랑스러움’. 이 단어들로 앨범을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다. 모든 걸그룹이 한 번은 거쳐가는 콘셉트이지만 그 개성은 역시나 음악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비교적 강한 사운드를 추구했던 <FIRST IMPACT>에서 걸 그룹 ‘드림캐쳐’가 조금은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다. 단단하고 강한 사운드라는 공통점 외에는 크게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없지만 아이돌 시장에서 이런 포지션의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유니크한 일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케이팝 그룹의 숙제는 ‘지속성’이다. 얼마나 그들이 오래 활동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아이오아이, 아이즈원, 워너원처럼 기간을 2년 6개월로 정해두는 것으로 현재 계획된 상태다. 다행스럽게도 케플러는 이번 앨범으로 데뷔와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고 다국적 걸그룹이라는 그들만의 장점을 통해 대한민국 시장을 넘어 아시아권의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해본다.



TRACKLIST & RECOMMENDED


01. See The Light

02. WA DA DA

03. MVSK

04. Shine (Kep1er Ver.)

05. Another Dream (Kep1er Ver.)

06. O.O.O (Kep1er Ver.)


발매일 : 2022년 1월 1일

기획사 : 웨이크원, 스윙 엔터테인먼트

유통사 : 지니뮤직,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

재생 시간 : 19:12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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