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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갱현 Feb 11. 2022

디오니소스적 미를 거쳐 '완성'으로

The Weeknd -<After Hours>

About The Weeknd


    위켄드를 처음 본 것은 그가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서 라이브를 하는 모습이었다. 세계 최고의 모델들 사이에서 노래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민망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와 모델들, 관객들 모두 해당 무대를 즐겼다. 그때 그가 부른 노래는 3집 <STARBOY>의 타이틀 곡 ‘STARBOY’ 였다. 강하게 뇌리에 박히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한 번 듣는 순간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음색을 가졌다. 2011년 믹스테잎부터 지금까지 6장의 작품을 발표한 그는 가사적으로 진정한 사랑과 퇴폐적인 삶 사이에서 고뇌하는 소재를 계속적으로 앨범들에 담아냈다. 그 가사의 형식이 때로는 매우 진실되고 효과적으로, 때로는 흘러가는 강물처럼 큰 인상 없이 지나가기도 했다. 그가 사운드의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은 2018년 EP <My Dear Melancholy> 부터였다. 직관적이고 명료한 사운드 소스들 대신에 앰비언트 위주의 트랙들을 배치하고 그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자신의 목소리로 음악을 만들었다. 2020년 발표한 <After Hours>는 그 사운드의 기조를 이어가는 앨범이다. 그가 여태까지 만들어온 PBR&B의 음악들과는 조금의 거리가 있었다. 80년대 레트로 사운드를 센스 있게 적용시켰다. 자신이 여태까지 해오던 이야기들의 연장선처럼 보이는 가사들이지만, 그 가사들의 힘은 이전 작품들과 다르게 단어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있다.


In <After Hours>


    ‘Alone again’ 이 시작되며 이 앨범이 이전 작품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제목처럼 절망, 고뇌에 대한 위켄드만의 감성이 담긴 트랙을 첫인상으로 이번에 그가 이야기해줄 사랑의 시놉시스를 알 수 있다. 3번 트랙 ‘Hardest to Love’ 는 드럼 앤 베이스 리듬에 R&B를 얹은 점이 매우 신선한 곡으로 사랑과 슬픔의 얇은 경계에서 애절하게 노래하는 그의 보컬이 빛을 발한다. 현대적이지만 레트로한, 그리고 레트로 사운드지만 현대적으로 다듬어진 위켄드와 프로듀서들의 섬세한 작업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Escape From LA’ 로 접어들며 위켄드는 기존 팬들이 원하던 그 스타일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힙합 리듬의 곡은 느린 템포로 만들어졌고, 리버스된 샘플들을 주로 사용하여 앰비언트를 보다 강조한 그의 사운드 속에 위켄드는 자신의 미성이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모습이다. ‘Faith’ 로 가며 분위기는 일부 반전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향락에 취해있다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내용의 ‘Blinding Lights’ 로 이후의 분위기가 잠시 전환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명기라고 불리는 Moog 신디사이저를 연상시키게 하는 리드는 곡의 콘셉트를 보다 확실하게 잡아준다. ‘In Your Eyes’ 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레트로함이 강조되는 트랙이다. 예전 디스코 음악을 연상시키는 리듬, Moog로 대표되었던 그 당시 베이스, 그리고 패드 사운드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귀를 충분히 사로잡는다. 보컬은 기존의 팝과는 다른 성향의 믹싱으로 마무리되었다. 보컬은 air대역을 담당하는 7k 정도 주파수 이하는 비교적 그 음량이 낮다.


https://youtu.be/4NRXx6U8ABQ

The Weeknd 'Blinding Lights' Official Music Video


    ‘Save Your Tears’ 이후로 앨범은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다. 9번과 10번에서 가장 강력한 사운드를 보여주고 다시 침착한 사운드로 돌아왔다. 흔한 악기들과 접근성이 좋은 멜로디로 쓰였지만 그 사운드 소스들의 편집은 매우 새롭다. 전체적으로 고음을 걷어낸 악기들이 많아 위켄드의 보컬 질감이 더 살아난다. ‘After Hours’ 는 이 앨범에서 가장 긴 6분 1초라는 길이를 가지고 있다. 곡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C음을 계속 반복해서 연주하는 PLUCK 사운드는 과거 그가 EP 작업을 했을 때 함께 참여했던 Gesaffelstein의 ‘OPR’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https://youtu.be/XXYlFuWEuKI

The Weeknd 'Save Your Tears' Official Music Video


After <After Hours>


    위켄드는 After Hours를 통해 자신의 콘셉트와 메시지를 비로소 완성의 단계로 끌고 올라왔다. 커리어중 최고 수준이라고 가히 평가할만한 그의 내공은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앨범 커버부터 뮤비, 음악의 디테일까지 위켄드라는 캐릭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든다. 모든 콘텐츠를 즐기며 팬들은 그가 어떤 삶의 기로를 걷고 있는 것인지 경험하며 그에게 공감할 수 있다. <After Hours>가 명반이라는 것에 가히 누구도 의심할 수 없게 된 것에는 ‘그래미 어워즈’에서 위켄드의 음반이 제외된 것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몇십 년을 이어온 시상식이지만 매번 유색 인종 차별 논란이 있었던 그래미 어워즈는 자발적으로 좋은 앨범을 좋다고 칭하지 않겠다고 표현한 것과 같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에서 이 사건을 ‘취향’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료 음악인들은 물론이고 세계의 음악 팬들은 위켄드의 앨범에 대한 지지를 트위터를 통해 연이어 표현했다. 전문가 집단은 음악을 대중에게 추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뿐 결국 모든 것은 대중에게 달렸다.



TRACKLIST & RECOMMENDED


01. Alone Again

02. Too Late

03. Hardest To Love

04. Scared to Live

05. Snowchild

06. Escape From LA

07. Heartless

08. Faith

09. Blinding Lights

10. In Your Eyes

11. Save Your Tears

12. Repeat After Me

13. After Hours

14. Until I Bleed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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