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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갱현 Feb 27. 2022

'무덤덤'한 듯 '격정적'인

태연 - <INVU The 3rd Album>

Before <INVU - The 3rd Album>


    SM 엔터테인먼트가 1월 1일 유튜브로 생중계한 ‘SMTOWN LIVE’를 통해 보여준 것은 ‘광야(Kwangya)’라는 공간에서 서로 연결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무한 확장 가능한 세계관이었다. 대선배 격인 보아와 동방신기의 무대부터 신생 그룹인 에스파와 NCT의 공연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전 세계 SMTOWN 팬들에게 선사했다. 데뷔 15년 차에 빛나는 소녀시대의 태연은 수많은 후배들에 밀리지 않는 역량을 공연에서 보여줬다. ‘I’에서 부터 ‘Weekend’까지 발매마다 그녀의 노래를 믿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태연의 뛰어난 역량과 기획력으로부터 왔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그녀의 새 앨범인 <INVU>의 전반적인 콘셉트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성수동 뿐또블루에서 열렸다. 지난 정규 2집 <PURPOSE>에 이어 두 번째 이어지는 이 전시는 리스너들이 정식 발매에 앞서 이번에 태연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꾸며졌다. 다양한 콘셉트 포토들이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일부 무대 장치를 전시해놓았다. 케이팝이 음악과 뮤비에 이어 오프라인 전시회까지 진출하며 그들의 콘텐츠를 확장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새롭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v4XzFp6Z0

TAEYEON 태연 'INVU' Mood Sampler


In <INVU - The 3rd Album>


    첫 곡 ‘INVU’는 이번 앨범 재킷의 느낌을 그대로 반영하듯 몽환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로 청자의 귀를 압도한다. 인트로를 굳이 길게 빼지 않는 모습이나 사이드체인(Sidechain)을 이용해 완급조절을 이룬 베이스와 패드 사운드에는 세련미마저 가득하다. 후렴에서는 일렉트릭 베이스를 활용한 리프와 Wind 계열의 신디사이저를 활용했는데, 보컬 멜로디는 ‘INVU’라는 가사를 제외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여태까지 SM 엔터테인먼트의 곡들은 이렇게 악기를 후렴에 가득 체우는 방식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거의 활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레드벨벳의 ‘Peek-A-Boo’ 같은 일부 걸그룹의 곡을 제외하고 이와 같은 패턴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태연의 인터뷰에서 다수의 직원들이 ‘INVU’가 타이틀 곡이 되는 것을 반대했으나 본인이 강력하게 원했기에 타이틀 곡으로 정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데, 위와 같은 내용에서 직원들이 반대를 했던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I envy you.’ 같은 문장을 다른 단어로 표현해 만든 것처럼 단어의 변형은 음악 시장에서 다양하게 쓰였다. 프린스가 ‘I Would Die 4 U’ 같은 노래를 발매했던 것처럼 뻔하지 않은 느낌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 ‘INVU’는 원래 문장이 무엇인지 복잡한 추리가 필요 없고 하나의 로고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획 센스를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AbZH7XWDW_k&t=211s 

TAEYEON 태연 'INVU' Official  Music Video


    하우스나 신스 웨이브 기반의 곡들을 SM에서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데, 남자 아이돌이 퓨처 사운드에 국한되지 않거나 여자 아이돌을 오케스트라 반주가 나오는 청순한 콘셉트에 안주하지 않는 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레트로’의 향기를 어설프게 남기지 않는 점도 좋다. 공간감을 강조하는 패드나 코러스, 보컬 멜로디를 통해 세련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후렴의 플럭 베이스 같은 레트로 사운드가 등장해도 곡이 진부하게 들리지 않는다. 뮤직비디오에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냥의 여신이자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콘셉트로 차용했다. 뮤비 안에서 태연은 부서진 마음을 나타내듯 달을 화살로 쏘아 파괴하고 광야로 보이는 공간에 홀로 남아 빗발치는 화살 속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얼어버린 듯한 심장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듯하다. 


   ‘Can’t Control Myself’의 팝 펑크스타일은 불안한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장르 선정이다. 가사와 보컬의 표현력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우울한 감성의 EMO에 더 가까운듯하나 사운드는 대중적인 팝 펑크에 가깝다. 이 때문에 해당 곡의 콘셉트는 다소 애매해졌는데, 더 깊은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슈게이징이나 EMO 스타일로 곡을 편곡하는 방향이 더 적합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어른 아이’는 다른 트랙들에 비해 공간감이 덜어진 사운드의 디스코 팝이다. 리드미컬한 곡을 들으며 앰비언트 사운드에 지칠 수 있는 귀를 달래주기에 적절한 셋리스트 배치라고 볼 수 있다. 이어진 ‘Siren’에서 사이렌 샘플을 이용해 곡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Cold As Hell’처럼 지옥을 뜨거운 공간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사랑이 없는 무정한 공간을 지옥으로 해석한 신선함도 엿볼 수 있는 트랙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9번 트랙 ‘품 (Heart)’부터 공간감 가득했던 사운드들을 잠시 뒤로하고 어쿠스틱 사운드와 댄서블한 곡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해당 곡의 멜로디와 편곡은 케이팝보다는 미국 본토 팝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11번 트랙 ‘You Better Not’을 감상하며 다시 앨범 커버를 보았을 때는 그 이미지가 새롭게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불안과 질투의 감정이 뒤섞여 어두운 내면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아픔과 상처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자존감을 되찾은 그녀의 모습이 모든 상황을 초월하는 듯 관조적으로 보인다. 마지막 트랙인 ‘Ending Credits’에서 태연은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지난 시간은 잊고 난 이제 떠나’, ‘넌 너의 자리에서 행복하기를 바라 우리 마침내 맞이한 끝처럼 Ending Credits’. 해당 가사들은 이제는 사랑의 여운을 떠나보다는 감정을 노래하는듯하다.


After <INVU - The 3rd Album>


    케이팝에서 오래간만에 듣는 ‘정규 앨범’ 다운 앨범이다. 기존 발매 싱글이었던 ‘Cant’t Control Myself’와 ‘Weekend’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 팬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하다. 한 곡을 제외하고서 콘셉트에 어긋나는 곡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모든 곡들이 훌륭한 사운드로 만들어졌다. 이는 작가진의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태연이 아이돌 앨범이 아닌 아티스트의 앨범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이돌 앨범의 공식으로 일컫는 앨범 내 트랙들의 장르 혼재는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은 일부 팬들에게만 만족스러울 뿐 음악 콘텐츠를 원하는 수요층을 결코 만족시킬 수 없다. 아이돌 ‘소녀시대’에 이어 태연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이번 앨범을 통해 완성시켰다. 


    이처럼 태연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았다. <PURPOSE>를 통해 그 콘셉트가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본다. 냉정한 이미지 사이에서 그녀가 전하는 노래는 사랑의 아픔과 인내, 무덤덤한 극복의 과정이다.




TRACKLIST & RECOMMENDED


01. INVU

02. 그런 밤

03. Can’t Control Myself

04. Set Myself On Fire

05. 어른아이

06. Siren

07. Cold As Hell

08. Timeless

09. 품

10. No Love Again

11. You Better Not

12. Weekend

13. Ending Credits


발매일 : 2022년 2월 14일

재생 시간 : 42분 31초

유통사 : Dreamus

기획사 : SM Entertainment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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