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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갱현 Mar 05. 2022

한 곡씩만 찍먹 해볼까? (1)

NMIXX, GOT the beat, 최예나

    앨범을 듣는 리스너는 이제 얼마나 될까? 스트리밍 시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MP3 플레이어가 지금의 스마트폰에게 자리를 빼앗기기 전부터 우리는 좋아하는 한 곡씩을 골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듣는 일종의 디제잉을 해왔다. 장르에 맞춰 선곡을 하기도, 날씨에 맞춰 선곡을 하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도 변해온 만큼 산업의 방향도 크게 변했다. 아티스트들은 훌륭한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만의 숙제를 충실히 이행해오고 있지만 때때로 대중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잊지 않게끔 싱글 음원을 발매해야 한다. BTS가 'Butter', 'Permission to dance' 같은 곡을 싱글로 발매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듯이 앨범만 듣고 평가하는 자세로는 모든 산업 동향을 읽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곡씩만 찍먹 해볼까?' 시간은 다양한 싱글 음원과 미처 모든 앨범을 리뷰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패배를 선언한 필자가 특별하게 마련한 코너다. 음악 애호가라면 놓치기 아쉬운 곡들을 모아 리뷰해보며 곡의 특성과 비주얼 콘셉트를 얕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NMIXX - O.O (2022. 2. 22)


    2022년 2월 22일.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 선수 홍진호의 날을 일컫는 '대콩절'에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신인 NMIXX(이하 엔믹스)가 음원 O.O를 통해 데뷔했다. JYP는 2021년 7월 이례적으로 블라인드 음반 판매라는 독특한 판매 마케팅을 펼친 바가 있는데, 선 주문량 6만 장이라는 꽤나 괜찮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중들이 보통 유명 기획사에서 멤버가 공개되기 전 그들을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트와이스처럼 오디션 프로를 통해 데뷔한 경우나 커뮤니티에서 '곧 데뷔할 A 소속사 연습생 비주얼 ㄷㄷ'와 같은 글이 아니고서야 알기가 어려웠다. JYPn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별도로 개설한 JYP엔터테인먼트는 해당 채널에서 차기 걸그룹 멤버들의 퍼포먼스 영상을 하나씩 공개하며 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렇게 완성된 멤버는 총 7명. NMIXX라는 이름과 함께 데뷔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GWscde8rM8

NMIXX 'O.O' M/V

    첫인상은 '엥?'이었다. 하이컷 필터를 거친 리드와 베이스가 가리키는 콘셉트가 무엇인지 애매한데, 멤버들의 랩은 2세대 여성 힙합 뮤지션을 떠올리게 한다. 제목인 O.O에 맞게 가사를 보면 O를 강조한 부분은 컨셉츄얼한 면모를 보였다. 후렴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등장하는 보컬 믹싱은 좌우 딜레이가 약간의 시간 차를 두는 방식 등으로 색다르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가사 전달이 어렵게 느껴진다. 또한 전반적으로 멤버들이 무난한 음색을 가진 탓에 브라스 계열의 악기에 보컬 멜로디는 모두 묻힌다. 첫 후렴까지 기억에 남는 건 'Watch out baila baila baila'의 보컬 멜로디뿐이다. 이후 곡의 분위기는 록음악의 요소가 많은 팝으로 바뀌는데 당연히 연결은 자연스럽지 않다. 본인들의 콘셉트를 보여주기에는 충실하지만 세계관 설명을 읽고 듣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다.


    싱글 앨범이 공개된 후 멜론 댓글창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것은 '에스파 따라 했네'라는 내용의 평들이었다. 뮤직 비디오에서 보이는 CG효과와 현실과 이상의 경계가 무너진 엔믹스의 콘셉트가 이와 흡사하다는 점과 하나의 곡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주 탓에 해당 글들이 나왔을 것이라고 본다. 'O.O'는 에스파의 노래들을 의식을 하고 제작했다는 느낌을 주더라도 많이 흡사하거나 따라 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곡의 분위기가 많이 다를뿐더러 보컬과 랩 퍼포먼스는 에스파의 노래들보다는 아쉬운 수준이다.


    그래도 글을 작성하는 현재 유튜브 조회수는 4천만을 돌파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내놓은 그룹답게 높은 인기를 얻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다른 그룹들보다는 큰 이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전 선배 걸그룹인 ITZY의 '달라달라'와는 큰 차이가 나는 퀄리티는 이후 활동에 있어서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한 가지를 걸고 기대를 해본다면 이들의 기획사가 바로 'In the morning'처럼 첫인상은 나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마성의 매력을 곡들을 만들어내는 JYP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엔믹스에 대한 평가는 점점 바뀔 가능성이 많다.


GOT the beat - Step Back (2022. 1. 3)


    SM엔터테인먼트 내 다양한 보이그룹 멤버들이 모여 결성한 SuperM처럼 보아, 소녀시대의 태연과 효연, 레드벨벳의 웬디와 슬기 그리고 에스파의 카리나와 윈터가 GOT the beat라는 이름과 함께 'Step Back'이라는 힙합 댄스곡으로 돌아왔다. 2022년 1월 1일 SMTOWN 라이브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던 GOT the beat는 케이팝 팬들에게 영화 어벤저스를 보는 듯한 감상을 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BY1AoiF5Vo&t=13s 

GOT the beat 'Step Back' Stage Video

    Dem Jointz, 유영진의 작편곡은 리스너들에게 이미 신뢰를 주는 위치로 자리 잡았다. 미국 힙합 가수 (칸)예와의 작업으로 유명하지만 2015년 레드벨벳과의 작업부터 SM과 함께 해온 프로듀서다. 인트로의 샘플은 캐릭터가 강력하고 확실하게 귀를 사로잡는다. 슬기의 보컬과 함께 등장하는 현악기 사운드는 곡을 오싹하게 만들어주는데 효과적인 장치다. 일부 가사는 각 멤버별로 이스터에그를 삽입한 듯 감상하는 재미를 주고 웬디의 보컬과 함께 등장하는 유영진의 코러스는 이 곡이 팬들을 위한 이벤트 곡임을 알려주듯 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유닛 이름인 'GOT(Girls On Top) the beat'가 주는 첫인상을 고려한다면 이들에게서 강하고 멋진 여성의 모습을 응원하고 고취하길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신나게 노래를 듣다 보니 가사는 그런 내용과는 완전히 달랐다. '내 남잔 지금 Another Level, 너 따윈 꿈도 못 꿀 Level', '착한 남자들에게 너는 독배 같은 것'과 같은 가사는 그 기대와는 반대로 흘러간다. 


    '팬들을 위한 프로젝트성 그룹'으로 가볍게 즐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과열된 성별 간의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즐기기 위한 콘텐츠에 굳이 힘을 뺄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최예나 - Smiley (Feat. BIBI) (2022. 1. 17)


    같은 아이즈원 멤버였던 권은비와 조유리의 성공적인 솔로 데뷔 성적에 이어 최예나는 다음 주자로서 본인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주고 있다. '예나는 동물탐정'과 '여고 추리반'으로 계속 얼굴을 알리는 데 성공했고, 여고 추리반의 다른 출연자인 비비와 함께한 'Smiley'로 본인의 귀엽고 잔망스러운 캐릭터를 어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9kkXTucnLU

YENA (최예나) - SMILEY (Feat. BIBI) MV

     '재밌는' 뮤비다. 나쁜 날씨 속에서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주는 최예나의 통통 튀는 활기찬 매력은 카툰 그래픽과 매우 잘 어울린다. 비비의 피처링도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지 않는 선에서 좋은 퍼포밍을 보여주고 나쁜 날씨를 몰고 오는(?) 캐릭터 설정도 재밌게 감상할 수 있다. 하이틴 감성의 펑크 락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지만 팝에 더 가까운 곡이다. Verse와 후렴의 멜로디는 무겁지 않은, 에너제틱한 예나의 보컬톤과 잘 맞아떨어진다.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 덕분에 곡의 캐릭터가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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