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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갱현 Mar 21. 2022

사랑 앞에선 거침없이, 당당하게

STAYC - <YOUNG-LUV.COM - EP>

BEFORE <YOUNG-LUV.COM - EP>


    수많은 걸그룹들 중에서 대형 기획사가 제작한 그룹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케이팝 시장이지만 스테이씨의 뒤에는 하이업 엔터테인먼트의 블랙아이드필승이 있었다. 트와이스, 청하 등 수많은 그룹의 곡들을 제작하며 히트 작곡가 반열에 오른 그들은 작곡가가 제작한 그룹은 실패하기 마련이라는(소녀시대 'Gee'의 작곡가 E-Tribe가 제작한 달샤벳, 용감한 형제가 제작한 브레이브걸스가 그렇다.) 징크스를 깨고서 당당히 대중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스테이씨는 현재 걸그룹 중에서 커다란 세계관이나 콘셉트 없이 뛰어난 음악성으로 대중들에게 매력을 알렸다. 차근차근 그들의 음악이 어떤 매력이 있었는지를 알아보자.


    데뷔곡인 <SO BAD>에서 부터 멤버들의 실력은 뛰어났다. 안정적인 보컬에 넓은 음역대와 개성을 가진 보컬은 귀를 즐겁게 했다. 드럼 앤 베이스 장르의 곡을 선택해 트렌드에서 조금 벗어난 시작을 했지만 뛰어난 트랙과 키치한 멜로디 덕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초동 음반 판매량도 10,200여 장으로 중소 기획사의 걸그룹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gMe1c4UegBY

STAYC(스테이씨) 'SO BAD' MV

    이후 컴백한 그들은 <ASAP>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알렸다. 초동 앨범 주문량 3만 장,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2000만 회를 달성하며 순탄한 컴백이 이뤄졌다. 이른바 '꾹꾹이 춤'으로 불리는 귀엽고 중독성 있는 안무와 곡의 퀄리티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타임지가 선정한 2021년을 빛낸 K-POP 노래 10곡에 선정되며 세계의 케이팝 팬들도 주목했던 히트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sY-9MCOIAQ

STAYC(스테이씨) - 'ASAP' MV

    미니 1집 <STEREOTYPE>을 발매하면서 하이업 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콘셉트 비디오를 공개해 앨범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서사 혹은 세계관을 보여주며 수록곡들의 일부를 같이 공개했다. 해당 영상으로 스테이씨의 음악에서 부재했던 세계관과 서사를 해당 앨범에서부터 드러냈다. 타이틀곡 <색안경(STEREOTYPE)>의 뮤직 비디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상현실을 연상케 하는 효과들이나 멤버들의 미래적인 비주얼 콘셉트는 '찰떡'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학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모습과 상황들이 나오는 것에서 트와이스의 데뷔곡 'OOH-AHH 하게'가 떠오른다. 스테이씨의 뮤비가 트와이스의 뮤비에 비해 캐릭터가 약하다는 것이 어느 정도 보이는 부분이었다. 곡의 퀄리티는 역시나 매우 뛰어났다. 플럭 베이스의 타격감은 단단한 타격감에 쫀득한 질감이 일품이었고 후렴으로 넘어가는 빌드업이나 드롭 또한 좋았다. 특히나 보컬 멜로디들의 마지막 애드리브는 통통 튀는 케이팝 비트에 흑인 음악을 얹은듯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mxcnf2v_gs

STAYC(스테이씨) '색안경(STEREOTYPE)' MV


IN <YOUNG-LUV.COM - EP>


    이번 앨범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줬던 콘셉트 트레일러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관이 없는 스테이씨에게 불필요한 요소로 여겨졌던 것이었을까. 대신에 모든 곡들의 후렴을 들을 수 있는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존재한다. 하트 모양의 서로 다른 그래픽들이 영상에 등장하며 스테이씨가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첫 번째 곡이자 타이틀인 'RUN2U'의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다. '윤'이 아디다스 운동화로 만든 의상을 입고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 '시은'의 지하철 장면과 모든 멤버들이 네온 조명 속에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 그리고 그 향함의 대상은 바로 사랑이다. 하지만 나머지 장면들에서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가 약하다. 곡의 시작부터 캐릭터는 강렬하다. 셔플 리듬과 베이스, 퍼커션으로도 Verse를 채우기 충분하다. Pre-chorus에서 한 번 반전되는 분위기, DROP 이후로 등장하는 독특한 브라스와 중독적인 보컬 멜로디는 귀에 계속해서 남는다.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파트 분배인데 멜로디의 음역대와 멤버들의 음색 매칭이 가히 뛰어나다. '재이'의 첫 번째 VERSE, 후렴의 '시은'의 보컬에서 확실하게 느껴진다. 한편 곡의 구성과 특징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VERSE - PRE(CHORUS) - CHORUS - VERSE(RAP) - PRE(CHORUS) - CHORUS - BRIDGE - INTERLUDE - CHORUS로 이어지는 평범한 구성인데, 케이팝이라는 장르 특성을 고려한다면 2절 VERSE에서 리듬 체인지를 주거나 브릿지 이후 코러스에서 변주를 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 활용을 통해 한 곡에서 보다 많은 것을 보여줄 여지가 존재한다. 스무스한 감상을 원하는 팬들은 원래의 구성과 편곡에 만족하겠지만 다채로움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어지는 곡들을 들으며 '스테이씨는 케이팝에서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양한 변주를 넣는 방식의 곡들이 많이 빠져있는 대신 얼터너티브 알앤비, EMO 같은 음악들을 앨범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인 블랙아이드필승의 라도가 흑인 음악 씬에서 활동해왔던 이력이 반영된 것인지 '247', 'BUTTERFLY', 'I WANT YOU BABY'같은 알앤비 무드가 강한 곡들이 등장한다. 앨범 크레딧의 곡 설명에서 얼터너티브 알앤비라고 했지만 세기말 세기 초 컨템퍼러리 알앤비를 듣는 것처럼 모든 수록곡들이 본래 장르보다는 훨씬 순한맛이다. 어린 나이에 겪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가사에 담으려 했으나 그 갈등과 비극성은 약하고 스토리는 깊이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팝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앨범을 모두 듣고 난 뒤 느껴지는 앨범의 정체성은 기대보다는  약하다.


AFTER <YOUNG-LUV.COM - EP>


    비록 앨범 감상이 큰 재미를 주지 못하더라도 이런 앨범이 반가웠다. 다른 케이팝 가수들의 앨범을 듣다 보면 댄스 음악으로 앨범이 계속되다가 뜬금없는 발라드 트랙으로 감상의 묘미를 깨버리는 일이 매우 잦다. 케이팝 그룹이 상업성 그에 반해 이번 <YONNG-LUV.COM - EP>는 수록곡들이 흐름을 잘 유지하고 있다.


    스테이씨에게 한 가지 숙제가 있다면 멤버들의 보컬 스타일이 너무 똑같다는 것이다. 음을 꺾거나 애드리브를 넣는 부분들을 듣다 보면 모든 멤버들이 같은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마치 한 명이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나마 각자 음색의 개성이 뚜렷한 덕분에 이는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스테이씨가 '개성이 강한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여지가 있다.




TRACKLIST


01. RUN2U

02. SAME SAME

03. 247

04. YOUNG LUV

05. 247

06. I WANT YOU BABY


발매일 : 2022년 2월 21일

프로듀서 : 블랙아이드필승

재생시간 : 19분

소속사 : 하이업 엔터테인먼트

유통사 :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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