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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갱현 Oct 28. 2021

'틴크러쉬'를 넘어 나아가야할 길

ITZY - CRAZY IN LOVE

 트와이스 이후로 JYP 엔터테인먼트가 4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인 ITZY는 퓨전 그루브 곡 '달라달라'로 많은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데뷔에 성공했다. '달라달라'는 신스 베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하우스 음악에 힙합, 트랩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음악이었다. 첫인상에서 그들은 블랙핑크와 유사한 '걸크러쉬' 컨셉을 가지고 나온 탓에 기존 그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기획 단계에서 이를 의식했듯이 데뷔곡의 제목은 '달라달라'. '틴크러쉬' 콘셉트를 내세운 그들은 당돌하면서도 자신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자신감을 가사에서 보여줬다. 이어 발매한 곡들에선 주변의 우려와 나쁜 말 사이에서 잃지 않는 자신과 희망(WANNABE)을 보여주고, 사랑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도(NOT SHY) '강하고 당돌한 틴에이지'의 이미지를 잃지 않았다. 그런 ITZY가 데뷔곡 작곡가인 별들의전쟁(GALACTIKA)와 함께 사랑 노래로 다시 한번 돌아왔다. 단단히 사랑에 빠져버렸음을 인정하고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야기를 타이틀곡 'LOCO'를 통해 보여준다.


 LOCO는 빠른 뭄바톤 리듬의 힙합댄스 곡으로 1절부터 등장하는 808 베이스 리프는 곡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류진, 유나, 예지의 랩 보컬과 좋은 시너지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 시너지는 채령의 보컬파트와 후렴에서 청자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 채령의 보컬과 일렉기타 리프가 쌓아온 다이나믹을 후렴의 멜로디가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 탓이다. 장르 공존을 위해 새로운 전개를 의도한 탑라인은 다양함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엿으나 하나의 무드와 컨셉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 결과를 낳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jCZfZfucEc&t=10s

ITZY - LOCO M/V


 이어지는 곡 SWIPE는 ITZY가 내놓은 곡 중 가장 훌륭한 콘셉트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부밍된 베이스, 메인 리프를 담당하는 레트로 클라비넷(Clavinet) 소리를 닮은 신스는 한번 들으면 계속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독적이다. 여태까지 이 같은 스타일의 비트에 팝적인 멜로디를 붙이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ITZY는 과감히 랩파트를 늘리고 pre-chorus에 보컬 라인을 한정하며 타이틀곡에서 보여주던 장르 공존에서 벗어나 훌륭한 댄스 힙합을 만들어냈다. 스마트폰 액정을 쓸어 넘기는 안무로 틱톡 챌린지를 유도한 것은 멋진 시도였으나 아쉽게도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오지 못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oyodEkzn94

ITZY - SWIPE M/V


https://www.youtube.com/watch?v=iEBmTz43czg

ITZY - SWIPE Tiktok dance cover


  ‘Sooo LUCKY’에 들어서며 자신들의 사랑을 ‘세상 사람 다 알았으면 해’, ‘내가 가진 운 가운데 제일 커다란 걸 쓴 게 아닐까’ 라고 말하며 사랑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것을 소중히 여긴다. ‘#Twenty’는 ITZY 멤버들의 콘셉트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기회의 곡이었으나 성인으로서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이 이전 그들의 관점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후렴에서 SWIPE처럼 곡 제목을 후렴에 반복해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후크송의 특징이 돋보인다. ‘B[OOM]-BOXX’까지 쌓아온 그들의 통통 튀고 거침없는 사랑은 ‘Gas Me Up’에서 더 무르익는다. 사랑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상대방에게 어필하려는 대담함이 잘 드러난다. 해당 트랙은 류진과 유나의 래핑이 더욱 빛난다.


  ‘LOVE is’를 통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ITZY라는 그룹의 다양함을 보여주기 위해 멜로딕하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전환을 이뤄냈다. 곡의 다이나믹은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 코러스 보컬과 넓은 공간감의 신스 사운드로 청자를 만족시킨다. 하지만 가사에서 자신들의 사랑이 어떤 원인에서 그 관점이 자신감을 잃고 혼란스러워진 것인지 설명하는 서사가 부족하다. ‘Chillin’ Chillin’’과 ‘Mirror’는 여행의 설렘과 팬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노래하며 앨범을 마무리하는 곡들이다. 있지의 팬클럽 믿지(MIDZY)를 위한 팬 송으로 만들어진 곡들은 다양한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곡이다. 하지만 역시 해당 곡들이 앨범의 서사를 흐린다는 점은 그들이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여태까지 있지가 보여준 '틴크러쉬'의 이미지는 그 구체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에 아쉬움을 항상 남겼고, 다음 활동에서 그것은 곧 그들의 숙제가 되었다. 하지만 JYP엔터테인먼트는 하나의 컨셉을 기조로 그 구체적인 서사를 보여주기 보다는 매력적인 다섯명의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매 앨범마다 이 방법은 대중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많은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매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가 있었으나 결국 앨범의 셋리스트는 '타이틀곡 - 비슷한 컨셉의 일부 수록곡 - 발라드 곡'의 구성이었다. 매번 같은 구성의 앨범은 대중은 물론이고 팬들에게까지 새로움을 안겨주기 어렵다. 이는 비단 ITZY만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앞으로의 과제다.


   첫 앨범으로 돌아온 ITZY는 초동 5만여 장의 앨범 판매와 중위권의 음원 순위 성적으로 여태까지에 비해 다소 저조한 성적을 보인다. 하지만 이전 곡 ‘마.피.아. In the morning’처럼 역주행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번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련되고 멋지진 않았으나 충분히 중독적이었던 이전 타이틀곡에 비해 이번 LOCO는 보다 트렌디한 모습을 갖추지만,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킬링파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ITZY의 여태까지 활동에서 가장 아쉬웠으나 개선이 쉽게 되지 않은 부분이 ‘장르 혼재’로 인한 ‘틴크러시’ 콘셉트의 불분명함이었다. 마.피.아. In the morning 이전까지의 활동에서 ‘달라달라’를 통해 다양한 청자들의 음악적 취향을 만족시켜왔던 시도들이 이어져왔다. 정규 1집이라는 무게감을 통해 그들의 이미지를 더 확고히 하는데 집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다. 새로운 국면 전환과 혁신이 없다면 ITZY의 이미지와 대중의 관심은 그 힘을 잃을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TRACKLIST


01. LOCO

02. SWIPE

03. Sooo Lucky

04. #Twenty

05. B[OO]M-BOXX

06. Gas Me Up

07. LOVE is

08. Chillin' Chillin'

09. Mirror

10. 달라달라 (inst.)

11. ICY  (inst.)

12. WANNABE (inst.)

13. Not Shy (inst.)

14. 마.피.아. In the morning (inst.)

15. LOCO (inst.)


발매일 : 2021년 9월 24일

프로듀서 : J. Y. Park “The Asiansoul”

기획사 : ㈜JYP엔터테인먼트

발매사 : Dreamus

재생 시간 : 45:33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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