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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갱현 Nov 19. 2021

aespa, 대중음악의 새로운 형태

<Savage - The 1st Mini Album> Review.

'SMCU(SM Cinematic Universe)'

 

  1년 전인 2020년 11월 17일, SM 엔터테인먼트가 그룹 aespa를 대중에 선보였다. 'NCT'로 한번 비슷한 시도를 경험하고, SM의 시작을 함께했던 BoA부터 슈퍼주니어, 레드벨벳, 그리고 aespa까지 함께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은 SMCU(SM Culture Universe)를 전개하며 여태까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사업 전략을 시도했다.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시스템이 대중의 진입장벽을 더 높게 만들 수 있고, aespa를 제외한 다른 가수끼리 SMCU내에서 스토리, 컨셉의 유기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목상으로만 동일선상의 등장인물일뿐, 보아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하나의 세계관에서 갑작스럽게 만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보편적인 주제?'


  SMCU와는 별개로 aespa의 스토리 플롯은 납득 가능한 유기성을 가진다. 멤버들은 자신을 빼닯은 가상 캐릭터 'ae'들과 연결(SYNK)을 시도하지만 적 'Black Mamba' 가 이를 방해한다. aespa 멤버들은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광야로 떠나는 것까지가 'Savage' 이전까지의 스토리다. aespa는 대중에게 주제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만든 곡의 해석은 놀랍게도 대중음악의 흥행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그 공식이다. 고도로 발전된 과학 기술(ae들과 SYNK하는 것) 속에서 그의 위험성을 경고(Black Mamba의 해킹 공격)하는 소재가 바로 그것인데, 예술의 형태가 해석보다는 직관에 의존하는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를 어렵게 느낀다. 즉, 마이너한 장르를 케이팝으로 가져오는 것,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플랫폼의 콘텐츠를 음악과 함께 제시하는 것 등은 aespa를 쉽게 접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왔다.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음악 취향을 가진 한국 리스너들에게 이같은 진입장벽들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대신에 수많은 해외의 리스너들이 이에 반응했고, 현재 케이팝 걸그룹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했다.


'하나의 서사'


  첫 트랙 'aenergy'로 충분히 그룹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고 이번 이야기의 개요를 흥미롭게 전달한다. 멤버들이 가진 각자의 특수능력을 언급하고, 앞으로의 포부를 충분히 밝힌다. 타이틀인 'Savage'는 앨범 제목과 같은 그 이름 답게 적 Black Mamba를 향해 날선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I'll Make You Cry' 에서는 Black Mamba로 추측되는 대상을 향해 '타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다음 작품에서 선한 과거 혹은 naevis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듯하다. 'YEPPI YEPPI'와 'ICONIC'에선 자신만의 매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자한다. 마지막 곡인 '자각몽 Lucid Dream'은 naevis 혹은 ae-aespa들을 향한 그리움과 재회의 약속을 노래한다.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하나의 큰 주제와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이 점이 이번 앨범을 aespa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보다 더 확실하게 대중에게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PdWvnAAurg

aespa - 'Savage' MV


'하나의 사운드'


  강렬한 킥사운드와 베이스는 이번 앨범 타이틀인 <Savage>를 그대로 설명하는듯하다. Verse에서 카리나의 랩과 함께 등장하는 킥, 베이스, 리드 신스는 컨셉에 정확히 들어맞는 날선 사운드를 가진다. 후렴의 포인트인 가사와 안무는 또한 매우 중독적이다. 'Black Mamba', 'Next Level' 에서도 보여줬던 브릿지 부분에서의 새로운 곡의 테마의 연계는 이번 'Savage'에서도 이어지는데, 아직까지는 이전 다른 그룹들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에 도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선한 사운드로 귀를 자극하지만 그 이면의 보편적인 소재를 넣어 대중의 장벽을 낮추는 것으로 다시 한번 SM 엔터테인먼트의 장기를 여김없이 보여줬다. 타이틀곡 트랙 작곡의 전반을 담당했을거라 추측되는 'Tay Jasper'의 사운드 소스 선택과 유영진, 이수만의 멜로디 메이킹과 기획 전략은 그들이 최고의 수준임을 증명했다.


'회사 중심의 기획'


  에스파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었다. '사이버펑크', '홀로그램', '가상의 캐릭터'로 대표되는 낯선 소재들과 'K/DA' 와 흡사한 뮤직비디오 컨셉은 좋은 첫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은 컨셉 필름, 인터뷰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자신들의 기획을 그대로 밀고 나갔고 결과는 연이어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 기획력에는 아쉽게도 한가지 단점이 존재하는데, BTS의 세계적 인기에 큰 밑바탕이 된 '사람 냄새'가 없다는 것이다. 멤버들은 각각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충실히 연기하지만 그 이전에 에스파 멤버가 아닌 개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진 않는다. 이는 단순히 aespa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SM이 '동방신기' 와의 계약 갈등 이후 아티스트 보다는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하며 일어난 현상으로 보여진다. 이번 <Savage> 같은 성공이 뛰어난 기획력 덕분이라면 그들은 다음 앨범을 통해 이를 더 확실하게 증명하고자 할것이다.



TRACKLIST


01. aenergy

02. Savage

03. I'll make you cry

04. YEPPI YEPPI

05. ICONIC

06. 자각몽 (Lucid Dream)


발매일 : 2021년 10월 5일

프로듀서 : 이수만

기획사 : SM 엔터테인먼트

발매사 : Dreamus

재생 시간 : 20:19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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