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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갱현 Jan 31. 2022

일상은 곧 사치스러운 놀이동산이다

김제형 - <사치>

About 김제형


    슈퍼스타K 출신의 호소력 짙은 가수인 '김필'이 소속된 레이블 '아카이브 아침'의 아티스트인 김제형은 2017년 EP <곡예>를 통해 특유의 중저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렸다. 3년 뒤 정규 1집 2020년 발매한 <사치>를 발매하며 많은 공연과 약간의 방송 출연을 이어가며 유희열, 윤상, 김이나로부터 극찬을 받는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또한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포크 앨범에 노미네이트되며 그의 음악적 실력에는 공인된 확실함마저 생겼다. 아직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가수는 아니지만 <사치>에서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와 메시지에는 음악인들의 음악인이 될만한 충분한 깊이가 담겨있다.


<사치>

    포크 앨범이라는 인상과는 조금 다르게 첫 곡 '노래의 의미'는 재즈적인 무드가 강하게 시작된다. 담담하고 해학적인 태도로 김제형의 보컬은 노래라는 사치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설명한다. 쓸모 있지 않아도 세상에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던져주는 그의 메시지가 앨범의 시작부터 전개된다. '고양이의 춤'을 아웃트로에 삽입하며 전반적으로 뮤지컬적인 작풍을 띄는 유쾌한 곡이다. 4번 트랙인 '의심이 많아진 사람의 마음이 있었지' 또한 이번 앨범이 하나의 뮤지컬 작품의 넘버들을 듣는 것 같은 역할을 한다. 금관 악기를 적재적소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그와 조성태 프로듀서가 음악에 대한 이해가 뛰어남을 증명한다. '실패담'부터 시작되는 포크 음악의 무드는 그의 이야기가 본론으로 들어갔음을 알린다. '그렇게 많은 이유로 듣게 되지 않았지'라는 가사와 함께 등장하는 노래의 멜로디는 윤상의 정취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화적인 편곡이 김제형의 캐릭터를 확실히 하게끔 만든다. 3번 트랙 '남겨진 감정'은 '실패담'이나 이어 재생될 '의심이 많아진 사람의 마음이 있었지'만 큼 대중적인 곡은 아니지만 매우 뛰어난 작법과 곡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인트로 없이 시작되는 Verse에서 나오는 일렉트로닉 드럼 키트는 '클래지콰이'의 무드를, 46초부터 시작되는 Pre-Chorus의 멜로디는 다시금 윤상의 무드를 가진다.


https://youtu.be/bx5qwJUSAvU

김제형 '실패담' Official Audio

    곡에게 있어서 레퍼런스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아티스트는 곡을 전개할 방향성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효과를 얻지만 그만큼 자신이 곡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잃어버리기 쉽다. '남겨진 감정'에서 짜인 치밀한 코드 진행과 멜로디, 그리고 김제형의 담담한 보컬은 여전히 그가 곡 안에서 주인공임을 강하게 어필한다. '넌 진실인 것처럼 굴었지' 에서 보컬 리버브의 딜레이 타임을 늘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과 그와는 반대로 타이트한 딜레이 타임을 가지는 '인정투쟁'을 감상하는 것도 이번 앨범이 디테일을 살리려 노력한 마음을 잘 나타내준다. 이후 '농담에게' 에서 보여준 집시풍의 음악과 앰비언트적인 요소들은 앨범을 계속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치>의 뛰어난 빌드 퀄리티에는 음악과 더불어 가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대체로 담담한 그의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쉬운 단어들을 활용한 가사들은 시적이기보다 하나의 수필을 읽는 감상을 준다. ~지로 끝나는 미래형과 과거형을 오가는 가사들에서 불행의 사치를 담담히 관조하는 김제형의 태도가 엿보인다.


     포크 음악에서 좋고 아쉬움을 가르는 기준은 항상 가사가 얼마나 시적이고 가수의 음색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주제를 잘 표현하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사치>는 그 기준을 그대로 엎는 작품이다. 뛰어난 작법과 현실과 해학을 오가는 가사의 결합은 그를 '포크' 가수로 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비교적 낮은 음역을 가진 탓에 혹여나 일관된 분위기로 감상이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을 금관 악기, 일렉트로닉 드럼 키트, 어쿠스틱 기타, 신시사이저 등 수많은 악기를 뛰어나게 사용하며 극복했다. 스윙 재즈, 집시 음악, 뮤지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장르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건 단연 김제형의 보컬이었다. 2020년 1집 앨범 이후 '중독', '극장에서' 로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의 곡을 발매한 김제형은 사치스러울 정도의 뛰어난 실력으로 자신이 음악을 만드는 일을 즐기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TRACKLIST & RECOMMENDED


01. 노래의 의미

02. 실패담

03. 남겨진 감정

04. 의심이 많아진 사람의 마음이 있었지

05. 넌 진실인 것처럼 굴었지

06. 인정투쟁

07. 일과 자신과 나

08. 농담에게

09. 아엠 새드

10. 편애하는 사람


아티스트 : 김제형

재생 시간 : 35분

레이블 : Archvie Achim

유통사 : YG PLUS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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