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갱현 Feb 02. 2022

장난스러움과 진지함, 그 중간의 메시지

Aminé - <TWOPOINTFIVE>

About Aminé    


    2016년 싱글 <Caroline>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래퍼 Aminé(이하 ‘아미네’)는 미국 힙합 신인들의 이름을 알리는 중요한 기회인 XXL's 2017 Freshman Class에 등장해 Playboy Carti, XXXTENTACION, A Boogie Wit Da Hoodie 등과 함께 슈퍼 루키임을 증명했고, 당해 첫 앨범 <Good For You>를 발매했다. 빌보드 앨범 차트 31위로 데뷔했으며 알앤비/힙합 부문에서는 19위에 올라 골드 레코드(5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한다. 갱스터의 삶, 마약, 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힙합씬의 주된 소재였지만 그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장난꾸러기’, ‘악동’ 같은 이미지를 내세웠다. 이다음 앨범인 <ONEPOINTFIVE>의 발매 이전 아미네는 하나의 영상을 공개한다. 세 명의 아미네가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상은 래퍼들 사이에서 정규 앨범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의 작품인 믹스테잎(Mixtape)이 과연 앨범에 포함되는지, 앨범과 믹스테잎 간의 관계는 어떤지 토론을 이어 간다. 아미네는 해당 영상의 마지막에서 자신이 앞으로 발매할 앨범은 믹스테잎, 앨범, 1.5집, 2집 등등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는 말을 남긴다. <Good For You>가 래퍼 아미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자기소개, 이력서 정도의 앨범이라면 <ONEPOINTFIVE>부터 그는 음악 씬에서 일어나는 앨범 구분을 부정하는 자신만의 철학을 드러냈다. 이 철학은 절대 무겁게 쓰이지 않았고 그는 자신이 다양한 이야기(우울, 사랑, 사회적 이슈)들을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풀어내는데 능통함을 연이어 증명했다. 2020년 ‘힙합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아미네의 2집 <Limbo>가 나온 지 일 년 만에 그의 2.5집 <TWOPOINTFIVE>가 발매되었다.


In <TWOPOINTFIVE>


    앨범은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의 곡들로 구성되어있다. 힙합 음악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는 과감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빠른 템포와 별개로 트랙마다 칩튠(Chiptune)을 연상시키는 유니크한 사운드들이 이 앨범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Colors’의 메인 테마를 맡는 EP 아르페지오나 ‘Van Gogh’에 등장하는 뮤직 박스 샘플을 활용한 사운드는 그의 유쾌한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 즐겁게 다가온다. ‘OKWME’에서는 딜레이 효과를 활용해 넓은 해상도를 가진 소리를 만들었다. 어쿠스틱 드럼 샘플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효과음에 가까운 폴리(Foley) 사운드로 드럼을 구성한 곡은 이번 앨범이 사운드에 대한 깊은 탐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나의 콘셉트를 유지하지 않고 다양함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Between the Lines’는 90-00년대 어반 사운드에 영감을 받은 듯 그 당시의 사운드를 그만의 느낌으로 잘 풀어내었다. 타이틀곡 ‘Charmander’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포켓몬 ‘파이리’의 영어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힙합 매거진 ‘hiphople’의 인터뷰에 따르면 아미네는 타이틀곡 ‘Charmander’의 제목을 정할 때 “그냥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을 뽑은 거야. 그리고 파이리가 불속성이잖아. 앞뒤가 맞지. 랩 음악이니까. 그리고 노래 자체도 핫하잖아.”라는 말을 남겼다. 흔히 힙합 앨범에서 곡의 제목을 명품 브랜드의 이름이나 래퍼의 멋진 모습을 드러내는 영화, 캐릭터의 이름을 따오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의 이름을 따왔다.


    <TWOPOINTFIVE>는 누구나 쉽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재치 있는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번 앨범에서는 전작 와 같이 그의 랩 스킬을 뛰어나게 보여주거나 강렬한 비트로 귀를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트랙이 ‘OKWME’와 ‘Charmander’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빠른 템포와 높은 음역의 악기 사이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래핑은 나지막한 낮은 톤으로 랩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런데도 그만의 재치와 익살이 명확히 드러나는 트랙이 없는 것은 아쉽다.


    아미네는 항상 뮤직비디오 디렉팅을 본인이 직접 주도한다. <REDMERCEDES>에서 흑인 사회가 가진 N-Word 문화를 풍자하는 모습이나, 힙합 가사에서 일컫는 ‘the bag’은 흔히 돈이 가득 담긴 가방을 말하지만 실제로 ‘THE BAG’이란 문구가 쓰인 에코백을 메는 <REEL IN IT>속 그의 모습은 보는 재미와 더불어 메시지마저 남긴다. 이번 ‘Charmander’에서도 직접 뮤비 디렉팅을 맡은 아미네는 다른 뮤비들이 여러 장소에서 촬영하는 것에 비해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배치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뮤비는 코로나 19 속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타난 지루함, 광기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는데 그의 과감한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보인다.


After <TWOPOINTFIVE>


    데뷔 싱글부터 그의 음악은 시장의 트렌드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현재 3.3억 조회 수에 빛나는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대중의 관심이 증명한다. 다만 이후 발표한 작품들이 앞선 작품들의 귀를 사로잡는 사운드들에 가려지는 것은 그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힙합 씬의 악동이자 탁월한 메타포를 보여주는 그의 다음 ‘EPEPMixtapeAlbum’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TRACKLIST & RECOMMENDED


01. YiPiYaY

02. Colors 

03. NEO 

         04. OKWME 

         05. Dididumduhduh 

         06. Twisted!

         07. Charmander 

08. Mad Funny Freestyle 

         09. Van Gogh

10. Between the Lines 

11. Sh!t2Luz

12. meant2b


아티스트 : Aminé

발매일 : 2021년 11월 5일

레이블 및 유통사 : Republic Records, Venice Music, CLBN LLC

재생 시간 : 27분


3.0/5/0




작가의 이전글 일상은 곧 사치스러운 놀이동산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