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글을 쓰냐고 묻는 질문 앞에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해 봤다. 천성적으로 나는 환하고 밝기만 한 것보다 어둠 속 빛, 비 온 뒤 해님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처럼 완전한 보름달보다 새초롬한 초승달을 더 사랑하는 언니에게, '캄캄한 어둠 속 혼자 뜬 달' 같은 글을 계속 쓰고 싶다 말했다. 언니는 내게 잠이 안 올 때 안고만 있어도 좋은 책이 있더라며 그런 글을 써달라고 했다. 내가 과연 그런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잠 못 드는 밤 괴로운 이들을 잊지 않기로 다짐해 본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며 괴로웠던 내 마음도 덜 방황하기로 다독인다. 그냥 천성적으로 초승달을 보면 눈물 날 만큼 경이롭고, 혼자 뜬 달이 기특하고, 비가 내린 뒤 비치는 햇살이 가장 따스한 나니까 그 마음 그대로 써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