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벚꽃길을 걸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 오면 아이들이 더욱 사랑스럽다. 아이들과 꽃은 서로 닮았다. 사랑스러움이 그렇고 생동감이 그렇고 향기로움이 그렇다. 난 그렇게 아이들과 꽃에 홀린 듯 빠지고 만다.
저 멀리서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계셨다. 허리가 굽은, 진분홍 잠바를 입은 할머니를 가까이서 뵈니 활짝 웃고 계셨다. 웃고 있는 할머니의 입이 "아이 예뻐라. 아이 예쁘다." 꽃처럼 움직였다.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과 마주친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릴 때 마음에 내려앉는 꽃잎이 아이들이라면, 할머니의 아름다운 미소는 겨울을 품었던 나무가 꽃을 내보이는 봄 같았다. 할머니와 봄.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할머니에게서 봄을 만날 줄 몰랐다.
봄도 겨울이 지나야 오고, 꽃도 자라야 핀다. 어쩌면 우리의 봄은 어린아이 같은 것이 아니라 굽어가는 노인일지 모르겠다. 인생의 봄은 시작이 아니라 결과일 수도 있다는 걸 아름다운 할머니를 만나고 알게 됐다. 우리는 이 봄에 꽃놀이만 갈 것이 아니라 겨울을 잘 보낸 겨울나무와 노인과 아팠던 인생들을 봐야 한다. 진짜 아름다움은 흐드러지게 드러난 것보다 감추어진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