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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귤 May 28. 2024

하고 싶은 일


달그락달그락.

주방 정리를 하고 있는데,


"엄마. 나 아이돌 말고 다른 거 할래."


"그래? 뭐 하고 싶어?"


"엄마처럼 엄마가 될 거야."


"엄마도 좋지만 하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 다 해봤으면 좋겠는데."


"왜?"


"엄마가 되면 할 일이 너무 많아."


"그래도 엄마가 좋아. 내 마음은 내가 정하는 거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아이의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엄마가 되겠다는 말이 고맙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도 "엄마"라는 단어가 내 딸의 꿈과 자유를 가둘 것만 같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7살 녀석이 하고 싶은 거 해야 한다며 자기는 엄마가 되겠단다. 그래, 내가 너의 엄마로 누리는 이 행복을 너도 느낀다 생각하니 괜찮겠다 싶기도 하다.


내 아이의 꿈인 엄마가 된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못해본 것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 하는 거 나도 해보고 싶어서, 마음에 담아두기엔 하고픈 마음이 너무 커서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엄마라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살 줄 알았다. 때때로 그렇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라서 하고픈 일들이 더 소중해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더 간절해진다. 전에 없던 용기와 끈기가 생기기도 했다. 아이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생각과 말, 삶의 모습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간다. 아이로 인해 나를 잃는 게 아니라 나는 나를, 진짜 나를 들여다본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들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고, 사랑하는 일이고, 내가 사는 일이다. 좀 기운 없는 나날들이었는데 아이의 말이 가장 큰 힘이 된다.


하고 싶은 거 해야지


때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들도 겪어가면서 우린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다. 세상은 내가 미처 다 알지 못한 일들 속에 굴러간다. 모르긴 몰라도 알고 가는 길이 아니라서 지금 이 정도까지 왔을 거다. 하고 싶은 일도, 아닌 일도 오늘을 살아갈 때 뭐든 빚어진다. 깎인다. 쌓인다. 짙어진다. 나만의 작품으로! 나도 모르는 그 모습을 향해 다시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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