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귤 Jun 19. 2024

내 모든 것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오늘은 내 생일을 맞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해보기로 했다. 먼저는 보고 싶었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봤다. 보는 내내 나는 '내가 가엽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내뱉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극도로 불안하고 늘 초조하고 부정적인, 상처 속에 갇힌 내가 스크린에 있는 듯했다. 기쁨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슬펐고 여전히 바보 같은 내가 불쌍하고, 아직도 괜찮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모든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 안아주는 장면에서 나는 깨달았다. 괜찮지 않은 내 아프고 못난 모든 감정들을 이제는 내가 스스로 안아줘야겠다고, 내가 먼저 그래야겠다고. 자라면서 내 약함까지도 다 수용받아본 경험이 없다. 그건 모두가 그렇겠지. 그러니 내가 나를 먼저 꼭 껴안아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극장에서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울 곳이 없었는데 캄캄한 극장에서 오랜만에 시원하게 울었다. 그리고 그렇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진심으로.



요즘 '징징이'로 변신한 다섯 살 둘째가 아빠한테 야단을 맞고는 "기분이 안 좋아."하고 토라져있었다. 첫째가 하는 말,


"혜리야 속상해? 아빠가 혜리 사랑해서 혼낸 거야. 이제 슬퍼하는 마음 없애고 행복해져."


너무 깜짝 놀란 내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슬픈 마음을 없앨 수 있어?"


"나는 괜찮다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거야."



오늘 내가 본 영화가 개봉하기 전, 일곱 살 큰 딸이 다섯 살 동생에게 건넨 말이다. 유독 불안한 기질을 타고난듯한 첫째라 아이의 마음에 대해 자주 묻곤 한다. 그 감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나이기에 괜찮다는 말로 다독여주었는데 그 말들을 흘려듣지 않고 차곡차곡 담아두었나 보다. 고마웠다.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스리고 동생 마음까지 알아주다니. 한글을 다 떼지 못했어도, 가끔 발음이 새도, 엉뚱한 말을 한데도 나는 마음이 따뜻한 내 딸이 사랑스럽다.


"나는 부족해." 라일리의 말처럼 나도 얼마나 많이, 자주 불안해하는지 모른다. 나는 잘 해내야 해, 나는 다 해내야 해, 나는 좋은 엄마야,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야, 나는 참아야 해...

붙들지 말고 이제 내보내주기로 한다. 나는 잘 못해도, 다 못해도, 부족해도, 화가 나도 그것도 나니까 내가 나를 받아주기로 한다. 나쁜 기억들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밟고 뛰어오르기로 한다. 규림아, 다 괜찮다. 여러분, 다 괜찮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 싱크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