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사각지대, 지방

by 따뜻한 말 한마디

토요일 아침, 기온이 살짝 내려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구토가 이어졌다. 참다가 결국 응급실로 향했다.


접수를 기다리는데, 한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리다 몸 한쪽이 마비되고, 말이 어눌해진 상태였다.

당연히 응급환자라 먼저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그다음 들은 말은 충격이었다.

“우리 병원에는 신경과 당직이 없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환자분이 직접 119를 불러서요.”


이곳은 지역의 대표 대학병원이다.

전공의 파업이 있었다 하더라도, 신경과 당직이 없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환자 스스로 119를 불러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니, 응급실이 스스로 기능을 포기한 셈이다.


나 역시 어지럼증과 구토로 진료 상담을 받으려 했지만,

이비인후과 당직이 없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혈액검사와 머리 CT를 찍으실 건가요?”
“찍으면 판독할 사람이 있나요?”
“없습니다.”


응급실에서 실제로 오간 대화다.

황당함과 분노가 뒤섞여, 응급실에 오기 전까지 있던 어지럼증마저 사라질 정도였다.


제대로 된 의료를 받으려면 결국 서울로 가야 하는 걸까.

회사 때문에 이곳에 살고 있지만,

본사 전배라도 요청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의 사각지대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에만 와도 이런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며 공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하지만,

그전에 필수 인력이 지방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장소만 옮겨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왜 영어를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