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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Jan 06. 2022

X세대의 비애

뉴 제너레이션이었던  X세대가 이제는 꼰대라니..

나는 소위 말하는 X세대이다. 60년대에서 80년 초반까지를 아우르는 그 세대를 X세대라는 이상한 용어로 지칭하며 오렌지족이 어떻고 저떻고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던..

그때에는 그냥 나는 나 개인으로 존재할 뿐인데 굳이 제너레이션을 구분하여 도매금으로 묶어 X세대라는 유치한 이름으로 불러대는 어른들이 참 이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기성세대들의 눈에 우리는 그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자유분방하고 '톡톡 튀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굳이 그런 이름을 붙여가면서까지 우리들의 특징에 대해 분석하며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기성세대들과 아주 다르면서 새로운 첫 세대였기 때문이다.


60년대는 사실 잘 모르겠고 70년대와 80년대 초반 세대들은, 위로는 경제 성장기를 몸으로 겪어내어 성공에 대한 신화와 학력과 물질 만능주의를 가지고 살아가는 아직도 보수적인 가치를 지닌 부모와 아래로는 인터넷의 수혜를 온몸으로 받은 성장기를 거쳐 글로벌한 마인드와 상향 평준화된 지적 수준과 확고한 자기의식을 지닌 80년대 후반 90년대 새로운 세대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끼인 세대이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남아있지만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후천적으로 습득한 세대.


시대 상황상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물질적 결핍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노동에 열중하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해온 부모들의 지나친 간섭과 과잉보호에 시달리며 X세대들은 확고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다자녀가 일반적이었던 부모 세대는 적자생존의 법칙으로 혼자 살아남아야 했다. 노오력이 그만큼 중요시되었고 비약적인 경제 성장의 상황 속에서 노력한 만큼 따라오는 결과를 약속받았다. 그들은 오직 학벌만이 스펙으로 중요시되는 사회를 온몸으로 겪으며 자식들에게 요구한 것은 오직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기였다. 자식의 번듯한 학벌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든 희생을 치렀다.


그렇게 부모 세대의 모든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으며 주는 대로 받아먹고 자란 그러나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잃어버린 7,80년 후반 생들은 이제 사회적인 활동의 중심이 되어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부모 세대의 완고한 보수성과 닫혀있는 생각을 깨지도 못하고 요즘 애들의 놀라운 자기 소신과 목소리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어정쩡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


문화적으로 어른을 공경하고 부당함에도 말 못 하고 복종해야 했던 본인들이지만 요즘 세대에게 그런 것들을 요구했다가는 꼰대 소리를 듣는다. 윗세대 가치관을 따르기엔, 배우고 자란 환경이 또 달라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자기 목소릴 조금 내보지만 어설픈 반항이 될 뿐이고 가치관이 태생적으로 다른 다음 세대에겐 구시대 마인드의 소유자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


70, 80년 초반생들을 길렀던 부모 세대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시대적으로 과도기에 태어난 우리의 숙명이다. 신세대라 불렸지만 이제는 X 세대라고 하면 무슨 구석기시대 유물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한껏 최신 유행 따라 멋을 냈던 옛날 사진을 지금 보면 촌스러워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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