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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y Feb 28. 2024

월남, 월간 베트남

제1편, 기록의 시작과 원칙


    재작년에 우연한 기회로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서 일을 시작했고 어느새 1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게 되었다. 사실 이번에 베트남에 처음 온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베트남에 올 때마다 매번 어떤 특별한 계기와 연이 있었고 그것이 끈질기게 계속 이어져 기어코 필자를 이곳에서 거주하도록 만들었다.


    베트남 생활을 시작하고나서부터 어쩌면 필자의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는 해외 생활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러나 일이 너무 바쁘다거나 아직은 어떤 한 나라에 대해서 감히 무언가를 언급하기에는 지낸 시간이 너무 짧다는 핑계로 그동안 기록 작업을 차일피일 미루어왔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약 1년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여기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고, 결정적으로 갖가지 이유로 베트남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해외 생활이란 본인이 앞으로 어디에서 얼마큼 머무를 수 있을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더 이상 이 작업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침 2024년 새해를 맞이한 김에 한 달에 한 편 베트남 생활과 관련된 글을 쓰기로 결심하였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필자가 한국에 돌아가는 순간까지 이 결심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세 가지 원칙


    베트남 생활과 관련한 글쓰기 목표를 세운 후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세 가지 원칙을 세워 보았다. 첫째, 소재에 대한 제한 없음. 소재를 제한해 두면 한정된 범위에서 소재의 선택이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고,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쉽게 잃어버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사회 현상 등 다소 무거운 주제부터 맛집 소개 등 일상에서 발견한 가벼운 주제까지 베트남에 대한 그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작성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베트남에 대한 필자의 견해가 편협하고 줏대 없음을 인정하기. 한국에서 약 30년 가까이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이제 겨우 1년 남짓 거주한 베트남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어떤 국가에 대한 완전한 인식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필자의 부족함을 겸허히 인정하고 거듭된 시행착오를 통해 한 국가에 대한 필자의 견해와 인식을 계속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이전에 쓴 글과 나중에 쓴 글 간에 분명 모순이 발생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식의 변화로 합리화하며 이전에 쓴 글을 현재의 견해에 맞추기 위해 수정하거나 삭제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셋째, 원칙 2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으로서 최대한 베트남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해하고 표현하기. 객관적인 수치가 나타내는 한국은 경제적인 선진국이고 반면, 베트남은 개발도상국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선민의식이 담겨 있거나 인종 차별적인 발언은 삼가기로 다짐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방송인들이 본인들의 SNS를 통해 한국 생활 중에 느낀 아쉬운 점을 표출하다가 '외국인 주제에 한국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 '한국에 대해 불평할 거면 본인 나라로 돌아가라.' 등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러나 외국인으로 입장이 바뀌었을 때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는 한국인들을 베트남에서 너무나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 물론 두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동일인은 아니겠지만 — 필자 또한 어느 한순간에 그들처럼 변하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겠다.


고지식하고 느릿한 전진


    베트남 생활을 글로 기록할 계획을 세우면서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베트남 생활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이 꼭 글쓰기여야만 할까? 출근 시간 도로를 꽉 채운 하노이의 오토바이 부대를 글로 묘사하는 것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훨씬 생동감 있을 텐데. 그리고 그 편이 꾸준한 기록을 남기기 훨씬 쉬울 텐데.' 그러나 결국 사진과 영상에는 그것이 맞든 틀리든 필자의 생각을 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고, 이미 인터넷에 필자가 촬영한 것보다 훨씬 고품질의 사진과 영상이 넘쳐나기 때문에 굳이 번거롭고 고지식한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대신 처음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달에 딱 한 편, 부담감 없는 수준으로 목표를 세웠으니 작심삼편으로 끝나서 나중에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지는 일이 없기를 다짐해 본다. 우선 1월은 성공이다.


이미지 출처 - www.freepik.com (The photo used in the title is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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